AI 확산이 곧 꺼질 거품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인프라 투자, 증가하는 AI 수요, 대규모 연산을 요구하는 AI 사용례의 확산을 함께 살펴보면 2026년의 AI의 흐름은 이런 예측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만 해도 빅테크 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컴퓨팅 인프라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발표가 쏟아졌다. 일부에서는 이를 향후 12개월 안에 급격히 붕괴할 과열 시장의 신호로 해석한다. 그러나 AI 도입 속도와 기업의 전략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런 투자는 과잉이 아니라 AI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할 수 있다.
AI 호황은 불황의 전조일까?
기업과 정부는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구축하고 반도체 생산 역량을 고도화하는 한편, 기존 컴퓨팅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 있다. 최근 한 연구는 AI 수요 증가에 힘입어 데이터센터 관련 지출이 2029년까지 1조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이미 인프라 투자는 빠르게 누적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주요 투자 계획은 다음과 같다.
-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는 2026년에 최대 720억 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마이크로소프트(MS)는 네비우스 그룹(Nebius Group)과 추가 GPU 용량 확보를 위해 174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 오픈AI는 엔비디아와 1,0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오픈AI가 체결한 총 1조 달러 규모 AI 인프라 계약의 일부다.
-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최소 520억 달러를 AI 인프라에 투자할 계획이다.
- 구글은 2027년까지 세 곳의 신규 데이터센터에 4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 아마존은 AI와 슈퍼컴퓨팅 역량 확대를 위해 최대 500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학계 경제학자인 니얼 퍼거슨, 서바스 스톰 등은 AI 시장이 극적인 붕괴를 맞을 거품이라고 주장해 왔으며, 이런 입장에서 보면 대규모 인프라 투자 흐름은 시장 과열의 또 다른 신호일 수 있다. 그러나 투자 확대 추세는 수요 증가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생성형 AI 영상, 에이전틱 AI, 저지연 추론처럼 대규모 연산을 요구하는 사용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컴퓨팅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임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수요가 이끄는 투자
최근의 투자는 단지 화려한 AI 기술을 앞세워 서로를 앞지르려는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기술 기업 스스로 AI 고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빠른 인프라 확장이 불가피하다고 밝혀왔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데이터 주권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 기업 고객을 위해 온프레미스 기반의 완전 관리형 AI 환경을 제공하는 한편, 미국 정부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AI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연구에 따르면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수요를 충족하려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은 2035년까지 6배 확대돼야 한다. 맥킨지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요가 이르면 2030년까지 3배 증가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약 70%가 AI 워크로드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도입 확대와 함께 대규모 연산을 요구하는 사용례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해지고 있다. 각국 정부는 경제·군사적 안보를 확보하고 기술 자립을 추진하기 위해 AI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업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에이전틱 AI와 생성형 AI 영상 같은 솔루션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에이전틱 AI 인프라가 새로운 필수 요소로 부상
딜로이트는 향후 1년간 AI 컴퓨팅 수요를 견인할 핵심 트렌드로 에이전틱 AI를 지목하며, 장기적으로는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딜로이트 연구에 따르면 2026년까지 최대 75%의 기업이 에이전틱 AI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AI 인프라 전반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은 다양한 데이터로 뒷받침된다. 시스코는 2026년 말까지 기술 벤더의 고객 서비스 및 지원 상호작용 중 56%가 에이전틱 AI로 처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비중은 2028년에는 68%까지 확대될 수 있다. 또한 에이전틱 AI 도입 확산은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에 대한 수요를 8%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AI 투자에 대해 비교적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IoT 애널리틱스 역시, 에이전틱 AI가 대규모 업무 자동화를 실제로 구현할 경우 현재의 투자 전망을 수정해야 할 수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생성형 AI 영상 수요 급증
생성형 AI 영상은 이미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2025년 5월 기준,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위 10개 채널 가운데 4곳은 모든 영상에 AI 생성 콘텐츠를 사용하고 있었다. 2027년까지는 전체 디지털 영상의 60% 이상이 부분적으로나마 AI로 생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최근 발표된 AWS와 디카트(Decart)의 협력은 실시간 AI 생성 영상과 시각적 인텔리전스를 제공하는 풀스택 AI 영상 생성 플랫폼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며,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디카트의 CEO 딘 라이터스도르프는 최근 열린 리인벤트 행사에서 “로봇은 이미 이런 모델을 활용해 무한한 가능성과 결과를 상상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는 로봇이 실제 환경에 투입되기 전에 생성형 시뮬레이션에서 완전히 훈련될 수 있고, 현장에 투입된 이후에는 실시간 시각 인텔리전스를 통해 주변 세계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술은 강력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요구한다. 아마존이 생성형 AI 영상 도구와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는 것은 이 분야의 장기적 가치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추론은 새로운 AI 전장
추론은 AI 모델이 질문에 답하거나 이미지를 생성하고, 보안 경고를 발생시키는 등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단계다. 사용자는 AI의 응답을 기다리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추론 성능은 모든 AI 사용례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복잡한 워크플로우가 얽힌 에이전틱 AI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짧은 지연이라도 누적되면 체감할 수 있는 속도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도 추론 문제로 인해 응답이 느려지면서 신뢰와 평판에 타격을 입고 싶어 하지 않는다. 문제는 추론 속도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저장 용량이 필요하고, 이는 곧 더 많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확충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2월 실적 발표에서 LLM 초기 단계와 비교해 “추론 컴퓨팅 수요는 이미 100배 이상 늘어났으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라고 언급했다. 딜로이트 역시 2026년까지 전체 AI 컴퓨팅의 3분의 2가 추론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유 있는 AI 인프라 확장
빅테크 기업을 포함한 모든 주체는 급증하는 AI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는 각 기업이 인프라 확대를 발표할 때마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AI 인프라의 빠른 성장을 우려의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확장에는 분명한 수요 기반이 존재한다. 시장 성장 속도가 다소 둔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AI 인프라가 곧 붕괴할 거품이라는 징후는 아직 많지 않다.
dl-ciokorea@foundryco.com
Read More from This Article: 칼럼 | 천문학적인 빅테크 인프라 투자, ‘AI 불황’의 전조로 볼 수 없는 이유
Source: 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