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패키징 인터내셔널(GPI)의 CIO 비쉬 나렌드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기술팀을 단순히 솔루션을 구현하는 조직이 아니라 실질적인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으로 재편해 왔다. 이런 접근은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그의 이사회 활동 기반을 다지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렌드라는 부서 간 신뢰 구축과 전략적 네트워킹에 초점을 둔 5년간의 체계적인 이사회 진출 계획을 통해, 기술 임원이라도 비즈니스 리더십을 갖추면 이사회와 같은 거버넌스 역할로 자연스럽게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음을 보여줬다.
비상장 대기업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그 자리에 어떻게 오르게 됐나?
커리어 초창기부터 쌓아온 모든 경험이 결국 이사회 역할로 이어졌다. 이 목표를 매우 의도적으로 추구했다. 약 5년 전, 운영 책임자 이상의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컨설팅, 자문, 이사회 활동 등이 후보로 떠올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당시 많은 이사회가 사이버보안과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논의하고 있었고, CEO나 CFO 중심의 기존 이사회를 보완할 CIO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이러한 기회를 보고 이사회 진출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신뢰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들은 포지셔닝을 정리하고 이력서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조언에 따르면 운영 책임자와 이사회 멤버는 성격이 크게 달랐다. 특히 이사회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기술 및 사이버 보안 용어를 쓰기 어려웠기에 주의가 필요했다. 이 외에 판매, 조달,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직무 경험과 현재 GPI에서 대금 지급, 수금, 급여, 출장경비 처리 등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라는 조언이 있었다.
이는 이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재 개발, 시장 전략, 고객 서비스, 운영 등 고유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술 경험은 이사회에 들어설 수 있는 ‘입장권’일 뿐이며, 그 이상의 영역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스스로를 어떻게 포지셔닝했으며, 이사회 진출 준비는 어떻게 시작했나?
제조 및 공급망, 소프트웨어 개발, 손익(P&L) 책임을 맡아온 경력을 돌아보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공급망 최적화를 필요로 하는 곳이 전문 분야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시장 진출 및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는 리더로 포지셔닝했다.
이사회 진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먼저 CEO의 승인을 받았고, CFO와 CHRO에게도 계획을 공유했다. 그 후 네트워킹을 시작했다. 이사회 의석의 70%가 기존 이사회 구성원의 추천 네트워크를 통해 채워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사회에 있거나 이사회를 자문하는 인물들을 전부 목록화했다. 여기에는 주요 회계법인과 보상 컨설턴트도 포함됐다.
이후 분기마다 네다섯 명에게 연락해 관심 분야와 이력서를 공유했으며, 상장 기업과 비상장 기업의 이사회 모두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비상장 기업의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어떤 기여를 하고 있나?
감사위원회와 인사·거버넌스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는 신규 이사 후보를 찾기 위해 인맥을 활용하는 일도 포함된다. 지금의 회사는 재고 회전율이 핵심인 유통 기업이다. B2B 기업에서 전자상거래 기반의 매출 확대를 지원한 경험을 이사회 활동에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기여는 기술 전문성과 비즈니스 리더십을 결합한 관점을 제시하는 데 있다. GPI의 CIO로서 스스로를 비즈니스 리더로 인식해 왔다. 회사의 비전과 운영 계획을 출발점으로 삼아, 조직의 자원을 비즈니스 영향력 창출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공장별로 분산돼 있던 기술 조달을 중앙화해 구매력을 높였고, 이를 통해 운영비를 절감했다. 지금은 에이전틱 AI를 활용해 더 빠른 속도와 비용 절감을 실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구현이 아니라 비즈니스 리더십의 결과다.
비즈니스 리더십을 조직 문화에 어떻게 뿌리내리고 있나?
기술 기반의 산업 기업을 성장시키는 힘은 최고 수준의 개발자를 채용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고객 서비스팀 옆에 앉아 실제 업무 경험을 이해하는 기술팀에서 나온다. 기자가 최전선의 소식을 알기 위해 군대와 함께 움직이듯, 기술팀을 운영 조직 안에 배치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 직속 직원들은 이해관계자 회의가 있으면 내 회의는 건너뛴다.
시니어 리더들은 기술적 깊이를 갖춰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비즈니스 도메인 지식도 함께 쌓게 된다. 예를 들어, SAP 팀 리더는 SAP 기술보다 제조 공정에 대한 지식을 더 많이 활용한다. 그는 현장의 모든 자산과 그 자산이 제품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있으며, 이를 시스템에도 반영할 수 있다. SAP를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아니라 ‘골판지 상자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더 큰 가치를 만든다는 뜻이다.
팀의 한 기술 리더는 탁월한 직원 관리 역량과 강한 실행력을 갖추고 있었고 성장 의지도 컸지만, GPI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비즈니스 지식이 필수이기 때문에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를 애플리케이션 분야로 이동시켰다. 단기적으로는 도전적 선택이었지만, 비즈니스 지식을 개발하기 위한 전략적 배치였다. IT 조직의 비즈니스 리더십을 강화하려면 구성원을 익숙한 영역에서 꺼내 실제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더 깊이 배우게 해야 한다.
팀이 ‘비즈니스’라고 말하면 이를 재무, 운영, 판매 등으로 구체화하도록 한다. 의사소통을 위해 이런 구분이 필요하지만, IT와 비즈니스를 분리된 영역으로 볼 수는 없다. 서로 다른 기능일 뿐, 한 조직 안에서 함께 움직이는 역할이다.
GPI에서 공유 서비스를 새로 맡았을 때, 합류한 팀은 왜 CIO 조직에 속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했다. 단순히 코딩만 하는 기술자가 어느 날 갑자기 상사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줘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부서명도 정보 기술(IT)에서 ‘트랜스포메이션 및 기술’로 바꿨다.
연말 은퇴 후 이사회 활동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AI 도입이 확산되는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일부 이사회에서는 CEO 직속으로 AI 리더를 영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전환을 이끄는 역할은 CIO가 맡아야 한다고 본다. CIO와 기술 조직은 회사의 기반 시스템을 운영하며, 그 과정에서 모든 업무 흐름을 가장 넓고 깊게 이해한다. CIO가 전사적 전환을 이끌고 있다면, AI는 그 전환을 뒷받침하는 여러 기술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아야 한다. 물론 AI는 파괴적 기술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CIO가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CIO 조직이 AI 리더 산하로 들어가 두 조직의 역할이 뒤섞이거나 단절될 위험이 생긴다. 또한 기존 조직과 충분한 관계와 비즈니스 맥락을 갖추지 못한 AI 리더가 합류해 내부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 개발(R&D) 조직 수준에서는 별도의 AI 리더가 의미 있을 수 있지만, 기업 환경에서는 전체 디지털 전략과 운영 맥락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CIO가 AI 리더십을 맡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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