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자동화가 스크립트 중심 접근에서 더 정교한 운영 모델로 발전하면서, 엔터프라이즈 환경 전반에서 새로운 역량과 역할이 떠오르고 있다. 바로 넷데브옵스(NetDevOps)다.
넷데브옵스의 의미는 조직마다 다르지만, 핵심은 네트워크 자동화를 데브옵스(DevOps) 원칙에 맞춰 구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CI/CD 같은 애플리케이션 개발 방식의 개념을 네트워크 인프라에 적용하는 접근이 포함된다. 성숙한 조직에서는 네트워크를 애플리케이션처럼 다루기도 한다. 네트워크를 더 프로그래밍 가능하게 만들어 깊은 네트워킹 지식이 없어도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변화의 동력은 자동화 역량을 스스로 키워온 IT 인력이다.
EMA의 네트워크 관리 담당 리서치 디렉터 샤무스 맥길리커디는 “대개 네트워크 엔지니어가 코딩을 독학하면서 점점 더 정교해지다가 결국 넷데브옵스 아키텍트로 진화한다”라고 설명했다.
브로드컴이 발표한 네트워크 운영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역량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브로드컴의 조사에서는 조직의 95%가 관찰 가능성 영역의 공백을 겪고 있다고 답했으며, 37%는 최신 네트워킹 전문성 부족을, 27%는 자동화 성숙도가 정체돼 있다고 응답했다.
조의 최고 기술 에반젤리스트 제러미 로스바흐는 “네트워크팀은 가시성이나 인력 없이도 AI와 멀티클라우드 이니셔티브를 뒷받침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다음 세대 네트워크 리더십은 넷데브옵스에 뿌리를 둘 것이다. 자동화 프레임워크, 가시성 파이프라인, 클라우드 네트워킹, AI 기반 트리아지(우선순위 분류)를 이해하는 엔지니어와 아키텍트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넷데브옵스는 어떤 모습인가
대부분 기업은 넷데브옵스 여정을 반복적이고 비교적 단순한 작업 자동화에서 시작한다. 더큐브 리서치에 따르면, 인프라 자동화를 추진하는 기업의 약 70%는 태스크 단위 스크립팅부터 착수한다. 장비 프로비저닝, 구성 변경, 기타 루틴 작업을 표준화하기 위해 앤서블이나 파이썬 스크립트를 쓰는 식이다. 이후 성숙한 팀은 깃으로 버전 관리를 하고, 표준 구성을 정의한 뒤 변경 전후 기본 검증을 적용하기 시작한다.
더큐브의 수석 애널리스트 밥 랠리버트는 일부 기업이 자동화를 CI/CD형 워크플로우로 확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관된 테스트, 단계적 배포, 자동 검증을 갖춘 형태다. 다만 더큐브는 이런 역량이 현재 기업의 25% 미만에서만 확인되며, 데이터센터 패브릭이나 클라우드 네트워킹 등 특정 도메인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조직 구조 측면에서 넷데브옵스는 보통 네트워크 조직 내부의 전담 자동화·플랫폼 하위 그룹 형태로 존재한다. 랠리버트에 따르면, 엔터프라이즈의 60% 이상이 애플리케이션 또는 플랫폼 엔지니어링 그룹이 아니라 전통적 인프라팀 안에 넷데브옵스 이니셔티브를 두고 있다.
랠리버트는 “대기업일수록 넷데브옵스 역량이 공유 인프라 또는 플랫폼팀으로 중앙화되는 추세다. 컴퓨팅, 스토리지, 네트워킹 전반에 걸쳐 도구, 파이프라인, 가드레일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반면 더 진보하거나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에서는 네트워크 전문 인력이 애플리케이션, SRE, 플랫폼 팀에 내재화되기도 한다. 네트워킹이 애플리케이션 성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일하는 방식의 전환
넷데브옵스의 본질은 네트워크 엔지니어의 직함을 바꾸는 데 있지 않다. 네트워크 운영 전반의 워크플로우와 행동 양식, 운영 모델을 바꾸는 데 초점이 있다.
네트워크 운영을 전환해야 한다는 압박과 네트워크 운영 최적화에 필요한 역량이 부각되는 배경에는 현실적인 운영 조건이 있다. 관리해야 할 네트워크 장비는 계속 늘어나는데, 엔지니어 인력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랠리버트는 “장기적 성공의 핵심은 네트워크 변경을 설계·검토·배포하는 과정에서 자동화된 코드 기반 워크플로우를 기본값으로 만드는 데 달려 있다. 넷데브옵스가 소수 전문가 집단에 고립되면 병목이 생기고 전사적 전환도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인텔에서 18년 이상 근무한 수석 네트워크 엔지니어 그레그 보츠는 수작업 워크플로우에서 복원력과 확장성을 고려한 데이터 기반 자동화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인텔의 네트워크 규모는 커졌지만 인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고, 수동 구성 방식으로는 확장이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그레그 보츠는 “2019년에는 네트워크 엔지니어 20명이 3,000대가 조금 넘는 장비를 관리했다. 2025년에는 13명이 5,500대를 관리했다. 그 규모와 변화를 따라잡으려면 자동화가 필요하다. 복사해서 붙여넣는 방식으로는 너무 많은 장비를 다룰 수 없다.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유지하려면 자동화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개별 엔지니어 관점에서도 넷데브옵스 전환은 업무의 무게중심을 바꾼다. 장비에 직접 접속해 수동으로 구성하는 시간이 줄고, 코드와 자동화 파이프라인으로 변경을 설계·검토·검증하는 일이 늘어난다. 더큐브의 조사에 따르면, 성과가 높은 인프라팀은 사후 대응형 트러블슈팅보다 설계·테스트·검증 활동에 40% 이상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
데이터가 관건
성공적인 넷데브옵스 구현은 결국 데이터에서 결정된다. 자동화 성숙도가 높은 조직은 “데이터부터 시작하면 나머지는 따라온다”는 원칙을 강조한다. 인텔의 보츠도 “데이터부터 시작하면 모든 게 거기서 나온다. 네트워크 구성은 데이터의 부산물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사고방식의 전환을 의미한다. 운영 환경을 ‘기록’하기 위한 문서를 유지하는 대신, 먼저 데이터에서 변경을 확정한 뒤 자동화를 통해 그 변경을 네트워크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더큐브 리서치는 SSOT(Single Source of Truth)가 명확한 조직이 일관된 자동화 성과를 낼 가능성이 거의 3배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많은 엔터프라이즈가 이 기초 단계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 EMA의 맥길리커디는 “네트워크의 SSOT는 데이터 품질 문제로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워크플로우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품질도 확신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네트워크 SSOT를 구축하는 데만 1~2년이 걸리기도 한다. 모든 사이트를 돌며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물리적으로 무엇과 연결돼 있는지 기록하고 누락된 것을 찾아야 한다. 10개 사일로에 흩어진 정보를 API로 접근 가능한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맥길리커디는 “더 나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데이터가 어디에 있으며, 그 데이터가 제대로 됐는지를 확인하는 게 성숙한 자동화 및 넷데브옵스 전략의 출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과제는 데이터 수집에 그치지 않는다. 권위 있는 SSOT에서 네트워크 구성을 100% 생성해내야 한다. 의도한 구성과 실제 장비에서 돌아가는 구성을 비교해보면, 구성 드리프트가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에 놀라는 조직이 많다. 보츠는 “핵심은 드리프트를 통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넷데브옵스 역량은 ‘채용’보다 ‘육성’이 우선
엔터프라이즈가 네트워크 엔지니어링과 애플리케이션 개발 역량을 동시에 갖춘 희귀한 인재를 반드시 외부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랠리버트에 따르면, 더큐브 리서치는 내부 업스킬링을 우선한 조직이 신규 채용에 주로 의존한 조직보다 자동화 성과와 운영 안정성에서 더 앞선다고 분석했다. 현실적으로는 두 접근을 섞는 경우가 많다. 기존 네트워크 엔지니어를 교육하면서, 소프트웨어 또는 데브옵스 배경 인력을 선택적으로 영입하는 방식이다.
랠리버트는 “성공하는 기업은 숙련된 네트워크 엔지니어 교육에 크게 투자하면서, 도구·파이프라인·자동화 품질을 끌어올릴 데브옵스 성향의 인력을 소수 영입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네트워킹 이해가 깊지 않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중심으로 가면, 프로덕션 환경에서 자동화를 운영 단계로 끌고 오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네트워크 엔지니어가 반드시 ‘전문 프로그래머’가 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맥길리커디는 직관적 UI와 접근하기 쉬운 API를 제공하는 최신 네트워크 자동화 플랫폼이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수동으로 장비를 설정하던 엔지니어도 자동화 작업을 작성하는 수준까지는 충분히 학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맥길리커디는 “개발자에게 네트워크는 추상화돼 있고, 네트워크 엔지니어에게 개발은 추상화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넷데브옵스 역할이 요구하는 역량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랠리버트는 깃 기반 워크플로우, YAML·JSON 같은 구조화 데이터 형식, 앤서블과 파이썬 같은 자동화 도구, API에 대한 실무 이해가 점점 기본 요건이 되고 있다고 봤다.
테스트와 검증 개념, 스트리밍 텔레메트리와 가시성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더큐브 리서치는 자동 검증이 부족한 팀이 구성 관련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2배 이상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통적 네트워킹 역량은 여전히 핵심이다. 라우팅 프로토콜, 장애 도메인 설계, 혼잡 관리, 세그멘테이션, 보안 기본기 같은 영역이 대표적이다. 랠리버트는 “넷데브옵스는 네트워킹 전문성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년의 넷데브옵스
업계 전반에서 넷데브옵스 도입은 아직 성장 단계다. 맥길리커디는 넷데브옵스가 제품 중심으로 ‘팔리는’ 흐름이 아니라, 커뮤니티와 현장 중심으로 바닥에서부터 커지고 있다고 본다. 맥길리커디는 “넷데브옵스의 세계로 데려다주는 제품을 파는 솔루션 업체는 없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해오던 소수 기업에서는 접근 방식이 상당히 성숙해졌다”라고 평가했다.
AI는 넷데브옵스에서 역할이 커지겠지만, 예상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네트워크 데이터가 중앙화되고 접근 가능해지면, 자연어로 정보를 질의하고 구성을 분석하며 최적화 기회를 찾는 일이 가능해진다. 다만 초점은 ‘대체’가 아니라 ‘보강’이다.
인텔의 보츠는 “AI는 우리 인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일을 더 잘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넷데브옵스로의 전환은 AI 시대에 역할을 고민하는 네트워크 엔지니어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업이 찾는 것은 모든 것을 다 하는 유니콘이 아니라,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새로운 도구와 워크플로우를 받아들이며 네트워크를 CLI 명령이 아닌 코드와 데이터로 바라보는 인력이다. 넷데브옵스에 성공하는 조직은 데이터 품질부터 다지고, 작은 성과를 쌓아가며, ‘완벽한 채용’을 기다리기보다 내부 역량을 구축하고, 표준화와 검증을 우선순위에 둔다.
로스바흐는 되돌릴 수 없는 변화라며, “2026년은 전환이 영구화되는 해가 될 것이다. 네트워크 운영은 하드웨어 작업이 아니라 데이터, 자동화, 인텔리전스로 정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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