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만큼 CIO가 되기 좋은 때는 없었다.” 이 말을 받아들이는 IT 리더는 동시에 지금만큼 CIO 역할이 어려웠던 적도 없다는 점을 잘 안다.
기술은 이제 기업 전반에 촘촘히 얽혀 있다. 경영진은 핵심 애플리케이션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PC를 업데이트하는 ‘IT 전문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기술을 성장 엔진으로 바꿔낼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를 원한다.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도 있다.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CIO의 65%가 CEO에게 직속으로 보고한다. 10년 전 41%에서 크게 늘었다. 딜로이트의 글로벌 CIO 프로그램 책임자 안잘리 샤이크는 “기술은 지금 시대의 전략적 이슈로, 사업 전략에 내재돼 있고 서로 얽혀 있다”라고 말했다.
이 변화는 수년 전부터 진행돼 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CIO가 원격 중심으로 바뀌는 업무 환경을 급히 뒷받침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이어 2023년에는 기술의 무게중심이 AI로 이동하면서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권한이 커진 만큼 책임도 늘었다. 딜로이트의 설문에서 CIO의 80%는 “비즈니스 목표를 맞추기 위해 역할이 크게 확장됐다”라고 답했다. 업무는 형태도 기능도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IT 리더의 신뢰와 ‘평판’을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이런 IT 리더가 커리어를 어떻게 돌파했고, 상사의 눈에 자신의 존재감을 어떻게 키웠는지 알아본다.
사이버보안 평가가 ‘새 직책’으로 이어진 사례
2019년, 데이터 서비스 기업 ALM은 지미 리를 영입해 회사 전반에 걸친 사이버보안 사고 평가를 맡겼다. 리는 사이버보안 이슈를 관리한 경험이 많지 않았지만, 사고 여파를 효과적으로 수습해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ALM은 리를 상근 CTO로 채용했다.
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제품 관리까지 맡으며 영업, 마케팅, 엔지니어링처럼 사일로로 분리돼 있던 기능을 하나로 묶는 데 힘을 보탰다. 이 과정은 리가 ‘실행자’에서 ‘전략가’로 진화하는 데 결정적 경험이 됐다.
ALM이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국면에서도 힘이 됐다. 결과적으로 생성형 AI 활용은 ALM이 로 비즈니스 리서치(Law Business Research)와 합병하기 전, 매출과 EBITDA를 끌어올리는 데도 영향을 줬다.
ALM의 CTO 지미 리는 “내 역할은 등대처럼 방향을 잡아주고, 모두가 어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지 알려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으게 하는 것이다”라며, “ALM에서 AI 구현과 도입은 ‘팀 스포츠’가 됐다”라고 말했다. AI 구현과 운영 같은 기술 의사결정은 이제 전사적 의사결정이 됐다. 비전을 실현하려면 이해관계자도 여러 명이 참여해야 한다는 얘기다.
리의 또 다른 원칙은 ‘공을 나누는 것’이다. 리는 “누군가가 성과를 냈다면, 설령 우리 팀이 일을 했더라도 그 사람에게 공을 돌려라. 그게 동료와의 관계를 만들고, 신뢰를 쌓는 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C 레벨로 가는 길은 ‘다중 역할’로 닦는다
데이 앤드 치머만(Day & Zimmermann)의 CIO 산카라 비스와나탄은 기술 역량보다 감성지능이 지금의 자리로 올라서는 데 더 중요했다고 본다. 비스와나탄은 2004년 IT 매니저로 입사해 2014년 CIO가 됐다. 데이 앤드 치머만은 125년 역사의 건설·엔지니어링 기업이다.
비스와나탄은 “기술 역량은 기본값”이라면서도 여러 인수합병으로 합류한 직원들이 느끼는 불만과 불안을 달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새로 들어온 동료를 핵심 IT 포지션에 추천하며 신뢰를 얻기도 했다. 비스와니탄은 “IT 리더를 다음 단계로 올려주는 건 기술이 아니라 공감이다. 사람을 다루는 역량, 그리고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법이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데이 앤드 치머만의 CEO는 비스와나탄에게 ‘공유 서비스’ 조직을 최적화하라는 과제를 맡겼다. 수년간 비대해진 조직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비용 절감과 재무 운영 관리까지 익혔다. 비스와니탄은 “그 일로 공유 서비스 사업부에서는 ‘영웅’이 됐다. 말한 대로 해내는 방식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는 ‘슈퍼 협업자’가 돼야 한다는 딜로이트의 관측과도 맞닿는다. 오늘날 CIO는 C 레벨 동료들과도, 현업 리더와도 같은 무게로 협업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런 역량은 점점 더 필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딜로이트의 사이크는 “성공하는 CIO는 CISO, CTO, 그리고 비즈니스 동료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기술 리더 역할 전반을 조율·오케스트레이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A·사업 분할·분사까지…‘체크, 체크, 체크’
앱토스 리테일(Aptos Retail)의 CIO 제이슨 ‘JJ’ 제임스는 운영 효율을 끌어올리면서도 매출 성장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키워왔다고 말한다. 경력 초기에 서비지스틱스(Servigistics)에서 IT 디렉터로 일할 때, 여러 건의 인수를 지원했다.
제임스는 “그때가 실전 훈련장이었다. 경력을 키웠고, ‘거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라며, “예를 들어 무엇을 왜 사는지, 그 거래가 시장점유율이나 경쟁우위를 가져다 주는지까지 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여러 기업을 거치며 M&A, 사업 매각, 사업 일부 분리 등을 경험했다. 이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방법, 더 큰 규모의 손익을 관리하는 방법을 익혔다.
결국 CIO의 ‘검증된 플레이북’은 사람·프로세스·기술을 함께 관리하는 일로 수렴한다. 운영을 떠받치는 인재를 붙잡는 것부터, 프로세스 개선, 기술 기반의 비즈니스 전환까지 모두 포함한다. 제임스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플레이북이 있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더 이상 ‘스트레치’가 아니다
CIO들이 새로운 역할을 찾아 나서거나 맡거나, 때로는 우연히 ‘떠맡게 되는’ 사례가 낯설지 않은 이유가 있다. 예전에는 이런 역할을 ‘스트레치 어사인먼트(Stretch assignment)’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런 역할은 IT 리더에게 사실상 ‘핵심 업무’가 됐으며, “평판을 쌓는 기회”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사이크는 “IT 일을 더 많이 한다고 신뢰가 쌓이지는 않는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 나서서, 자신의 공식 권한을 넘어서는 판단력과 폭, 그리고 호기심을 보여줄 때 신뢰를 얻는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순간은 CIO가 CEO에게 ‘더 전략적인 영역’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증명할 기회이기도 하다. 이는 언젠가 고위 경영진이 되기를 꿈꾸는 IT 리더에게도 긍정적 신호다. 참고로, 딜로이트의 설문에서 CIO의 67%는 CEO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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