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테일윈드(Tailwind)와 애증의 관계를 거쳐왔다.
테일윈드는 처음 공개됐을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는 미리 정의된 CSS 스타일을 클래스 형태로 제공해, 개발자가 별도의 스타일시트를 작성하지 않고도 HTML 안에서 바로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한 유틸리티 중심의 CSS 프레임워크다. 이런 접근을 통해 개발자는 각 태그를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데, 당시에는 이 개념이 상당히 신선하고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필자는 ‘관심사의 분리(Separation of Concerns, SoC)’를 중요하게 여긴다. 화면의 구조를 정의하는 HTML과, 그 구조를 꾸미는 스타일 코드는 서로 섞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초콜릿과 땅콩버터를 굳이 한데 섞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테일윈드는 바로 그 둘을 섞으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CSS의 본래 목적 중 하나는 HTML 구조와 이를 꾸미는 스타일 코드를 분리하는 데 있었는데, 테일윈드는 그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다. 디자인 요소가 HTML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과연 관심사의 분리가 가능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쉽지 않다.
다만 CSS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 비교하면 웹 디자인의 성격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 앵귤러(Angular), 리액트(React), 아스트로(Astro) 등 오늘날 대부분의 프레임워크는 컴포넌트 기반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 컴포넌트 역시 기본적으로는 CSS와 HTML의 분리를 전제로 설계됐다. 예를 들어 앵귤러에서 하나의 컴포넌트는 타입스크립트, HTML, CSS 등 3개의 파일로 구성된다.
이런 컴포넌트는 갈수록 더 잘게 쪼개지고 있는 동시에, 웹사이트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점점 더 표준화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버튼 색상이다. 파란색 버튼은 ‘신뢰해도 되는 동작’을, 빨간색 버튼은 ‘주의가 필요한 동작’을 의미하는 식의 시각적 규칙이 사실상 관행처럼 굳어졌다. 그 결과 과거처럼 색상을 세세하게 조정해야 할 필요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테일윈드의 강점이 드러난다. 표준화된 색상이 필요하다면 테일윈드는 이를 손쉽게 정의할 수 있다. 색상과 형태가 이미 정형화돼 있다면, 해당 스타일을 표현하는 테일윈드의 작은 유틸리티 클래스는 매우 유용하다. 더 나아가 컴포넌트 자체가 간결하고 독립적으로 구성돼 있다면, 과연 HTML과 CSS를 굳이 분리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도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결국 테일윈드는 강력하면서도 사용하기 쉬운 도구다. 이런 이유로 테일윈드는 웹사이트를 스타일링하는 방식 가운데 사실상 표준에 가까운 위치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이제 테일윈드의 인기가 오히려 약점이 될 가능성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주 테일윈드 팀은 전체 개발 인력의 75%를 감원했다. 배경은 무엇일까? 테일윈드의 창시자이자 테일윈드 랩스 설립자인 애덤 웨이선은 AI 확산으로 인해 회사의 마케팅 파이프라인이 사실상 마르면서 이런 결정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테일윈드는 MIT 라이선스를 채택해 거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다. 테일윈드 랩스는 그동안 웹사이트 방문 트래픽을 기반으로 ‘평생 라이선스’ 판매와 스폰서십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 왔다. 그러나 AI가 점점 더 많은 코딩 작업을 대신하게 되면서 개발자들이 테일윈드 사이트를 찾는 빈도가 줄었고, 그 결과 구매나 후원 역시 이전만큼 이뤄지지 않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이 상황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필자는 그동안 에이전틱 코딩에 대해 반복적으로 다뤄왔고, ‘바이브 코딩‘과 같은 AI 기반 개발 흐름에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럼에도 이번 감원은 AI가 무엇을 바꾸고 있으며, 앞으로 무엇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현실적인 사례라고 본다. 이미 스택오버플로우에서 질문이 사실상 사라지는 현상도 목격했다. 이제는 AI로 인해 테일윈드 랩스조차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AI가 새로운 코드와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일을 더 이상 투자 가치가 없는 영역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 새로운 코드와 프레임워크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게 될까?
어쩌면 그 해답은 에이전틱 AI 자체에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AI가 사람을 대신해 더 나은 프레임워크와 라이브러리를 만들어내는 역할까지 온전히 맡을 수 있을지, 아니면 사람이 만든 라이브러리가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모델을 다시 설계해야 할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테일윈드와 에이전틱 AI 모두를 지지하지만, 후자가 전자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미래를 만들어갈 주체는 누가 될까?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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