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기술 기업 넷스코프의 최고 디지털·정보 책임자 마이크 앤더슨은 IT 직원들에게 이례적인 과제를 부여했다. 각자의 역할을 반영한 ‘제미나이 젬(Gemini Gems)’ 디지털 트윈을 생성하고, 기술 문서 등 다양한 정보를 AI에 입력해 해당 역할의 업무와 필요 역량을 학습시키라는 것이다.
앤더슨은 이러한 AI 기반 디지털 트윈이 직원들의 업무 수행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간단한 질의만으로도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필요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팀이 의지할 수 있는 전문가 역할의 젬(Gems)를 만들었다”라며 “각 직원이 일정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도는 IT 부서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앤더슨이 추진 중인 다양한 워크플로우 및 프로세스 혁신 전략 중 하나다. 실제로 일부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개발팀은 AI를 활용해 코드를 생성하고 있다. 직원들은 ‘바이브 코딩’을 통해 빠르게 초기 결과물을 만든 뒤 이를 반복 개선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하며, 기존 제품 개발 일정에서 수개월을 단축하고 있다. 또한 앤더슨의 팀은 특정 요소, 특히 보안 통제가 AI 생성 코드에 항상 포함되도록 하는 ‘프리미티브’를 구축해 IT 인력의 업무 시간을 줄이고 있다.
앤더슨은 이러한 효율 향상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대비 효과(ROI)는 산출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산을 유지한 상태에서도 이전보다 더 많은 기능과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CIO는 오랫동안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그리고 그 압박은 지금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CIO의 57%는 생산성 향상, 52%는 비용 절감 요구에 직면해 있다.
동시에 CIO들은 기술, 특히 AI를 활용해 전사 워크플로우를 혁신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IT 부서 내부에서도 동일하게 요구되고 있다.
네트워크 기업 익스트림 네트웍스의 최고 정보·고객 책임자 아니샤 바스와니는 “AI를 통해 IT 프로세스를 과감하게 재정의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스와니는 IT 워크플로우 혁신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앤더슨과 마찬가지로 AI, 특히 클로드 코드를 활용해 코딩 속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업무 방식을 재편해 직원들이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대신 프롬프트 설계, 결과 검토, 품질 관리에 집중하도록 전환했다.
아울러 다른 CIO들과 마찬가지로 헬프데스크 운영도 변화시키고 있다. AI와 자동화를 활용해 셀프서비스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더 복잡한 워크플로우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바스와니는 AI를 활용해 테스트 전략을 생성하고 테스트를 자동화함으로써 IT의 QA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수작업으로 수주가 걸리던 작업을 몇 분으로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AI 활용을 통해 비용 증가 없이 처리 역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신규 제품 개발이나 기능 개선 과정에서 사용자 요구사항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집하는 데 AI를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바스와니는 “IT가 비즈니스 파트너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재정의해 더 민첩하고 대응력 있게 만들고 싶다”라며 “이를 통해 더 자주 가치를 제공하고 고객 중심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목표는 현재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이라며 “더 빠르게 혁신하고 더 많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변화 요구 커지는 IT, 핵심은 ‘워크플로우 재설계’
컨설팅 기업 웨스트 먼로의 디렉터 알렉스 와이어트는 IT 업무가 본질적으로 프로세스 중심이기 때문에 혁신 가능성이 큰 영역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AI가 이 논의를 다시 촉발했다”라며 “현재 CIO들은 비용 절감 압박이 커지고 있고, 이사회는 ‘이 프로세스를 50%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어트는 CIO들이 조직 전반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쉬운 과제부터 시작해 성과를 쌓고 역량을 확보한 뒤, 점차 난이도가 높은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워크플로우와 프로세스 최적화에는 여러 단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초기 단계는 반복적인 업무를 AI로 자동화하고, 인력은 이를 감독하는 역할로 전환하는 것이다. 동시에 IT가 사용하는 도구와 기술에 이미 내장된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포함된다.
와이어트는 “이 단계가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이며, 투자 대비 효과도 가장 크다”라며 “이후 보다 고도화된 기회를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AI가 유일한 해법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AI가 워크플로우와 프로세스 혁신을 부각시킨 것은 맞지만, 순수한 프로세스 개선 기회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린(Lean) 프로세스 설계를 예로 들었다.
이어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그대로 자동화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와 핵심성과지표(KPI)를 기준으로 업무를 어떻게 재구성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단순히 도구를 늘린다고 효율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워크플로우와 업무 방식 자체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조언은 오랜 기간 검증된 접근법이다. 와이어트는 “공격적인 워크플로우 및 프로세스 재설계를 통해 50% 이상의 성과 개선도 가능하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업무 수행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CIO가 이러한 수준의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시도를 미뤄서는 안 된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기본적인 프로세스 재설계만으로도 10~20% 수준의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여기에 AI를 더하면 추가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베레스트 그룹의 파트너이자 CIO 리서치 및 자문을 총괄하는 로스 티스노프스키 역시 ‘변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워크플로우 재설계 없이 자동화만 진행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티스노프스키는 코딩과 테스트 영역을 사례로 들었다. AI 도입으로 코딩 생산성은 70% 이상 향상된 반면, 테스트 효율은 약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워크플로우를 재구성하지 않은 조직에서는 코드 생성 속도가 테스트 처리 능력을 앞지르는 불균형이 발생한다.
그는 “많은 AI 프로젝트가 기대만큼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워크플로우를 함께 재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중 압박 속 IT 혁신, 핵심은 명확한 목표 설정
알렉스 와이어트는 CIO들이 IT 조직의 업무 방식을 혁신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CIO와 IT 조직은 이미 기업 내 다른 부서들의 혁신 작업을 지원하는 데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매출 확대, 시장 점유율 상승, 고객 유지율 개선 등 직접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영역이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와이어트는 “IT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전사 차원의 혁신을 추진하는 동시에 IT 내부 혁신도 요구받고 있다”라며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CIO들은 IT 워크플로우를 재설계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충분히 배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기존에 자리 잡은 워크플로우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와이어트는 “처음부터 새로 구축한다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는 업무가 많지만, 레거시 워크플로우는 변화의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재설계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도적인 CIO들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방식도 다른 경영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변화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비즈니스 케이스를 수립하고,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히 하며, 그 결과가 가져올 가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회가 생길 때마다 워크플로우를 재정비하는 접근도 병행한다”고 덧붙였다.
로스 티스노프스키는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CIO들이 점차 더 복잡한 영역으로 혁신을 확대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인프라 운영과 IT 지식 관리 체계 등 고도화된 워크플로우 영역에서도 변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원 주도형 업무 혁신 확산
기술 기업 베이전의 CIO 패트릭 필립스는 AI만으로는 최대 효율을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프로세스 개선 경험과 직원들의 현장 인사이트를 결합해 IT 워크플로우 혁신에 나서고 있다.
그는 “기존 프로세스에 AI를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프로세스 자체를 완전히 다시 정의해야 한다”라며 “만약 지금 AI 네이티브 도구로 처음부터 프로세스를 설계한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립스는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업무가 많은 워크플로우를 중심으로, 직원들이 직접 혁신 대상 영역을 발굴하도록 했다.
그는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방식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위해 필요한 도구와 교육, 그리고 워크플로우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대표 사례로 헬프데스크 조직이 있다. 필립스는 이 팀에 AI 기반 코드 에디터 ‘커서(Cursor)’를 도입하고, “이상적인 헬프데스크를 직접 설계해보라”고 주문했다.
필립스는 “직원들은 무엇이 불편한지 이미 알고 있었고, 업무를 더 쉽게 만들 동기가 충분했다”라며 “단순한 비밀번호 재설정보다 더 가치 있고 흥미로운 일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스스로 효율성을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헬프데스크 팀은 워크플로우를 재구성해 효율을 높였고, 확보된 시간을 기획 회의 참여 등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지속적 개선 문화로 전환
데이터 보호 및 사이버 복원력 플랫폼 기업 컴볼트의 CIO 하 호앙은 이러한 변화가 CIO에게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CIO들은 매출, 재무, 고객 지원 등 ROI가 명확한 비즈니스 워크플로우 혁신에 집중해왔다”라며 “하지만 IT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영역이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IT가 조직의 혁신을 주도하려면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자동화와 AI,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내부는 티켓 처리, 수작업 중심 프로세스, 반복적인 업무 전환에 묶여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CIO들은 내부 IT 워크플로우에도 동일한 수준의 엄격함을 적용해야 한다”며 “이는 신뢰 확보와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하 호앙과 그의 팀은 AI, 생성형 AI, 그리고 에이전트 기반 기능을 계기로 단순 최적화를 넘어 워크플로우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이 프로세스를 어떻게 더 빠르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이 프로세스가 왜 존재하는가’를 묻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접근은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우선 헬프데스크부터 혁신을 시작했다. AI 기반 셀프서비스와 가상 에이전트를 도입하고, 티켓 분류와 라우팅을 자동화했으며, 반복적인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되도록 했다. 그 결과 IT 인력에게 전달되는 티켓 수가 줄고, 처리 속도는 빨라졌으며, 업무는 사후 대응 중심에서 보다 가치 중심으로 전환됐다.
이후 핵심 IT 워크플로우 전반으로 혁신을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책 기반 접근 권한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체계를 구축해 수작업 승인 절차를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위험도가 낮은 변경 작업을 간소화하고, 변경 관리 과정의 병목을 줄이고 있다. 아울러 AI 기반 검색과 어시스턴트를 도입해 지식 관리와 문제 해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일로를 제거하고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 호앙은 이러한 변화가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워크플로우 혁신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활동이 됐다”라며 “가장 큰 변화는 기술이 아니라 사고방식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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