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대규모 감원에 착수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오라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력 감축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인도, 캐나다, 멕시코, 우루과이의 직원들은 현지 시간 기준 31일 오전 6시경 ‘오라클 리더십(Oracle Leadership)’ 명의의 해고 통보 이메일을 받았으며, 인사부나 직속 상사로부터 사전 안내는 없었다. 슬랙, 줌, VPN, 출입 배지 등 기업 시스템 접근 권한도 거의 동시에 차단됐다.
오라클은 영향을 받은 직원들에게 조직 개편과 운영 효율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컨설팅 기업 그레이하운드 리서치(Greyhound Research)의 수석 애널리스트 산치트 비르 고지아는 오라클 ERP,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OCI), 넷스위트(NetSuite)를 운영하는 CIO들에게 가장 시급한 우려로 운영 안정성 저하를 지목했다. 그는 “조용히 누적되는 불균형, 지연되는 에스컬레이션 대응, 축소된 백엔드 전문성, 증가하는 팀 간 인수인계, 표준 운영 절차를 벗어난 사고 발생 시 신뢰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 고객은 단순히 코드 개발 속도만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의 연속성, 릴리스 규율, 품질 보증, 통합 안정성, 문제 발생 시 책임성을 함께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CIO들에게 오라클 계정 팀을 상대로 전담 지원 인력의 지속적인 제공 여부, 최근 60~90일 동안 변경된 제품 조직에 대한 명확성, 향후 두 분기 동안의 릴리스 이행 여부를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답변이 모호하다면 그 자체가 하나의 신호”라고 언급했다.
감원 규모와 대상 조직
온라인 직장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레딧 내 오라클 커뮤니티 게시글에 따르면, 가장 큰 감원이 이루어진 부문은 매출 및 헬스 사이언스(Revenue and Health Sciences, RHS) 사업부와 SaaS 및 가상 운영 서비스(SaaS and Virtual Operations Services, SVOS) 조직으로 나타났다. 두 조직 모두 최소 30% 이상의 인력 감축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넷스위트(NetSuite)의 인도 개발센터 역시 영향을 받아 프로젝트 관리, 실무 담당자, 관리자 등 다양한 직무와 직급에서 감원이 이루어졌다.
오라클은 2026년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21억 달러(약 3조 1,000억 원)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2026 회계연도 첫 9개월 동안 9억 8,200만 달러(약 1조 4,800억 원)가 주로 퇴직금으로 집행됐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전년 대비 95% 증가한 61억3,000만 달러(약 9조 2,700억 원)를 기록했으며, 잔여 수행 의무(기업이 고객과 체결한 계약 가운데 아직 이행하지 않은 의무에 해당하는 매출, 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는 5,230억 달러(약 791조 원)로 전년 대비 433% 증가했다.
투자은행 TD코웬(TD Cowen)은 미국 은행들이 오라클의 데이터센터 확장 자금 지원에서 물러나면서 이와 같은 규모의 감원이 검토되고 있다고 지난 1월 경고한 바 있다. TD 코웬은 이번 감원을 통해 80억~100억 달러(약 12조~15조 원)의 현금 흐름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라클은 2026년 약 500억 달러(약 75조 원)의 부채를 조달했으며, 약 1,560억 달러(약 215조 원)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략적 자본 재배치
“오라클의 현재 비즈니스 요구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보다 광범위한 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해당 직무를 종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늘이 마지막 근무일이 됩니다.(After careful consideration of Oracle’s current business needs, we have made the decision to eliminate your role as part of a broader organizational change. As a result, today is your last working day)”
레딧, 인스타그램, 블라인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라클 구조조정 대상자들이 해고 통보 메일을 스크린샷으로 공유한 내용이다. 보낸이는 ‘오라클 리더십(Oracle Leadership)’로 명시돼있었다. 직원들은 전자 계약 서비스 도큐사인(DocuSign)을 통해 퇴직 관련 문서와 FAQ를 수령하기 위해 개인 이메일 주소를 제출하도록 안내받았다.
오라클의 정규직 직원 수는 2025년 5월 31일 기준 약 16만 2,000명이다.
그레이하운드 리서치(Greyhound Research)의 수석 애널리스트 산치트 비르 고지아는 이번 구조조정을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자본 재배치 전략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라클은 단순히 일부 조직을 축소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며 “OCI와 AI 인프라 역량, 그리고 하이퍼스케일 및 엔터프라이즈 AI 수요를 지원하기 위한 경제성에 맞춰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프트웨어 중심의 성장 모델에서 전력, 케이블, 시설, 반도체, 자금 조달이 핵심이 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라클 리눅스 클라우드 데브옵스(Oracle Linux Cloud DevOps)의 수석 디렉터 줄리 트래스크는 15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링크드인을 통해 퇴사를 알렸다. 트래스크는 “오늘 오라클에서 맡고 있던 직무가 종료됐다”며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 15년은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함께 이룬 성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감원의 영향을 받은 모든 이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OCI) 신뢰성 엔지니어링 팀의 아키텍트 제러미 캐럴도 약 8년간의 근무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캐럴은 “2017년 클라우드를 처음부터 구축하기 위해 합류했으며 당시에는 두 개의 리전만 존재했다. 현재는 수백 개로 확대됐다”고 회고했다. 또한 OCI 오브젝트 스토리지를 처음부터 설계하고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며 “첫 페타바이트(PB) 규모의 스토리지를 달성했을 당시의 폴라로이드 사진도 여전히 보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든 직원이 차분한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레딧에 글을 게시한 한 직원은 오전 6시에 해고 통보 이메일을 받기 전까지 26년간 근무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화 한 통 없이 이메일만 보낸 것은 역겹고 비겁하며 무례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2025년 9월 새로운 팀으로 이동했으며 내부 역학 관계가 감원 대상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리해고(RIF) 이야기가 나오자 상사가 자신의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하며 이력서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때 나를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고 전했다.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또 다른 직원은 “사전 통보도, 인사부의 연락도, 관리자와의 협의도 없었다. 단지 이메일 한 통이 전부였다”고 밝혔다.
오라클의 시니어 매니저 마이클 셰퍼드는 링크드인 게시글을 통해 “수석 엔지니어, 아키텍트, 운영 리더, 프로그램 매니저, 기술 전문가 등이 감원 대상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감원은 개인의 성과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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