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수년간 AI 주권(소버린 AI)를 강조해 왔지만, 인도의 문화적·경제적 다양성으로 인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인도에서는 대량의 GPU 공급만으로는 사업 확장을 견인하기 어렵다고 평가됐다. 엔비디아는 우선 소프트웨어 역량에 집중하고, 이후 컴퓨팅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인구 구성과 문화, 언어의 폭넓은 차이를 반영한 현지화 AI 계획을 기반으로, 데이터 우선 접근 방식을 택하겠다는 전략이다.
엔비디아는 오픈소스 기술 역량을 앞세 방대한 인도 개발자 커뮤니티와의 접점을 넓히는 한편, 현지 에너지 환경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수준에 맞춘 소형 언어 모델을 포함하는 로컬 AI 전략도 마련하고 있다.
엔비디아 남아시아 총괄 비샬 두파르는 “인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하나의 ‘인도형 스택’으로 통합되면, 시민이 활용할 수 있는 인구 규모의 플랫폼이 구축된다. 이를 통해 교육,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인도가 직면한 다양한 대형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는 자국의 AI 활용 방식이 미국 등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예를 들어 농업 종사자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직접 접근할 필요가 없으며, 저전력 칩에서 구동되는 목적형 소형 모델만으로도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를 대상으로 한 엔비디아의 IT 주권 전략에는 네모트론(Nemotron)과 같은 오픈 모델과 각종 개발 도구를 인도 개발자에게 확대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두파르는 “오픈 모델은 AI 주권을 한층 가속화할 수 있다. 개발자가 자신의 언어와 전통, 문화를 기술 전반에 반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인도에서 널리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썬(Python)으로 쿠다(CUDA)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개발자가 쿠다 코드를 작성하면 AI 연산을 처리하기 위해 엔비디아 GPU가 필요해지기 때문에, 이는 간접적으로 GPU 판매 확대와도 연결되는 구조다.
엔비디아의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 GPU는 현재 인도 데이터센터에 설치되고 있다. 다만 인도의 인프라는 미국만큼 성숙한 단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전력과 자원 제약을 고려할 때, 인도는 GPU 중심 구조를 넘어서는 차세대 AI 인프라를 설계할 여지가 있다. 인도는 저전력 칩과 엣지 프로세싱 중심의 환경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
인도 IT 장관 아슈위니 바이슈나우는 지난달 세계경제포럼에서 소형 언어 모델을 구동할 수 있는 저전력 칩으로 곧바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바이슈나우는 소형 모델이 훨씬 낮은 비용으로 인도 사용자 문제의 95%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과도하게 고평가된 AI 기업 한 곳이 무너질 경우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는 ‘AI 버블’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오픈소스 모델인 네모트론은 일부 현지화 모델 개발에 활용됐다. 여기에는 공공 서비스, 농업, 보안, 문화 보존 분야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170억 개 파라미터 규모의 ‘바라트젠(BharatGen)’도 포함된다.
엔비디아는 인도의 중앙 디지털 결제 시스템인 통합결제인터페이스(UPI)에도 AI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UPI는 속도와 효율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UPI를 운영하는 인도국가결제공사(NPCI)는 “엔비디아 네모트론 3 나노(Nemotron 3 Nano) 모델과 자체 데이터셋을 활용해 인도형 금융 모델 ‘FiMi’ 학습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엔비디아 AI 기술은 80억 개 파라미터 규모의 다국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모델 ‘채리엇(Chariot)’과도 연관돼 있다. 또한 인도 특화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멀티모달 AI 플랫폼 ‘사르밤.ai(Sarvam.ai)’와도 기술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는 차세대 개발자 양성과 신생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인도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도 정부 산하 아누산단 국가연구재단(ANRF)과 협력해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첨단 AI 연구를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엔비디아는 ANRF 지원 기관에 엔비디아 AI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엔비디아 AI 테크놀로지 센터를 통해 전문 기술 멘토링도 지원할 계획이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이번 협력에는 AI 부트캠프와 워크숍, 해커톤도 포함된다”라며 “인도의 AI 연구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업 요타(Yotta)는 인도의 AI 주권 인프라 구축 계획을 기반으로, 샥티(Shakti) 클라우드에 엔비디아 블랙웰 울트라 GPU 2만 개를 도입할 예정이다. 라르센앤투브로(Larsen & Toubro)와 E2E 네트웍스(E2E Networks)도 엔비디아 GPU 기반 신규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유럽에서도 AI 주권 전략을 지속적으로 언급해왔다. 이를 위해 GPU 데이터센터 설립과 함께 통신,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할 전망이다.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의 IaaS 주권 투자 규모가 2025년 69억 달러에서 2026년 126억 달러로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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