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대기업은 AI 도입 이후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있지만, 인원 축소가 경영진이 기대하는 투자 대비 수익(ROI)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80%가 자동화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인력 감축을 보고했으며, 평균 감축 규모는 1~15%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IT 분석 기업은 해고와 AI ROI 간에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트너 디지털 워크플레이스 애널리스트 헬렌 포이테빈은 자동화 프로젝트에서 높은 ROI를 기록한 기업과, 낮거나 심지어 마이너스 ROI를 기록한 기업이 유사한 수준으로 인력을 감축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해고와 성과 간에는 연결고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력 감축이 단기적인 수익 개선으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2025년 말 대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는 ‘AI 기반 생산성 향상이 인력 축소로 이어지고, 이것이 곧 ROI로 연결된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더 높은 ROI를 달성한 기업일수록 더 많은 인력을 줄였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인력 감축과 AI 투자 성과 사이에는 뚜렷한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 투자
포이테빈은 AI 프로젝트의 ROI는 직원들을 자동화로 대체하는 데서가 아니라, 인력에 대한 재투자에서 더 크게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높은 ROI를 달성한 기업들은 직원들이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직원들이 직접 에이전트나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역량을 고도화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며 “구성원들이 스스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가트너는 AI가 대체하는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연간 3,200만 개의 직무가 크게 변화하는 ‘고용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포이테빈은 “현명한 기업들은 기존 인력을 활용해 새로운 AI 관련 역할을 채우게 될 것”이라며 “ROI 경쟁에서 앞선 기업들은 이미 AI 에이전트를 조율하는 역할 등 신규 직무를 내부 인력으로 채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I로 영향을 받는 직원들이 다른 분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역량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경력 경로를 설계하고 있다”며 “에이전트가 수행하는 워크플로우가 적절히 운영되도록 조율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일부 주요 IT 기업들이 AI를 이유로 대규모 감원을 발표한 데 대해 그는 이러한 사례가 가트너의 분석에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이는 AI가 인력을 대체했기 때문이 아니라, AI를 제품이나 핵심 기술로 삼기 위한 기업 전략 및 투자 방향의 변화와 더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포이테빈은 “IT 산업 외 기업의 경우, AI로 인력을 대체하는 방식은 경영진이 기대하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대신 인간이 자율 시스템을 확장할 수 있도록 역량과 역할에 투자해 인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에서 가치를 얻고 싶다면 이를 해고의 명분으로 삼지 말라”며 “사람들은 AI가 자신의 일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보다, CEO가 그렇게 믿고 있다고 생각할 때 더 큰 불안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AI 중심 사이버보안 기업 RIIG 테크놀로지 CTO 브라이언 베히 역시 직원에 대한 투자가 해고보다 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조직은 비즈니스를 깊이 이해하는 인력에게 AI 도구를 제공해 그 지식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한 곳”이라며 “먼저 인력을 줄이고 이후 자동화를 추진한 기업들은 자신들이 제거한 조직 내 지식이야말로 AI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필수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사라진 전문성을 자동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더 나은 구축이 우선
브라이언 베히는 많은 기업이 AI 투자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해고를 활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나은 AI 시스템 구축에 집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조직이 인력 감축을 AI 발전의 증거로 간주하지만, 이는 오히려 어려운 과정을 건너뛰었다는 신호”라며 “인력 감축은 측정하기 쉽지만, AI가 실제로 가치를 창출하도록 하는 운영 모델을 구축하는 일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조직이 인력 감축 자체를 AI의 가치와 혼동하고 있다”며 “해고는 진전을 보여주는 대리 지표처럼 사용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ONLC 트레이닝의 CEO이자 AI 전략 총괄인 앤디 윌리엄슨은 최근 일부 AI 관련 해고 발표가 과거 과도한 채용에 대한 책임을 잘못 돌린 사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가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범위를 과대평가해 해고를 단행한 뒤, 다시 채용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슨은 해고가 단기적인 비용 절감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결국 근시안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재와 경험은 조직이 보유한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라며 “AI의 현재 역량을 제대로 이해하는 리더십은 AI 없이는 어려웠던 확장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통찰이 없다면 미래 제품 혁신을 이끌 인재를 잃을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해고 대신 ‘자동화로 보강(automate-to-augment)’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조직은 이미 매우 바쁜 인력을 운영하고 있으며, 위험이 낮은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후의 전략적 질문은 다음과 같다. 확보된 인력을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높일 것인지, 아니면 이전에는 진출하기 어려웠던 시장으로 확장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많은 기업이 해고의 인간적 비용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IT 및 금융 서비스 기업 블록(Block)은 2026년 약 120억 달러의 매출 총이익을 예상하면서도 AI 중심 전략 전환을 이유로 직원의 40%를 감축했다.
윌리엄슨은 “소셜미디어에서는 해고된 직원들에게 동료와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슬랙(Slack) 사용 기간을 추가로 제공한 점이 관대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러한 결정이 얼마나 불필요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며 “4,000명을 해고하는 결정 과정에서 인간적 비용을 고민한 사람이 과연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도입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결정이 미치는 인간적 영향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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