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엔비디아나 브로드컴 등의 몇몇 칩 제조사에게 최고의 해였다. 그러나 인텔에게는 악몽과 같았다. 또 다른 CEO가 강제로 퇴임했고, 시장 점유율을 잃었으며, 반도체 업계에 호황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60%나 떨어졌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사모 펀드에의 피인수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은 아니다. 네트워크 월드와 인터뷰한 애널리스트들은 각종 문제가 수십 년 동안 쌓여 왔으며, 여러 CEO가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12년 동안 4명의 CEO가 퇴임했다. 폴 오텔리니(2005-2013), 브라이언 크르즈나크(2013-2018), 밥 스완(2019-2021), 팻 겔싱어(2021-2024) 모두 각각 다른 이유로 퇴임했다.
인텔이 쇠퇴하는 가운데, 게임용 그래픽 칩 제조사였던 엔비디아가 인공지능의 대명사가 되었고, 10년 전 빈사 상태였던 AMD의 시가총액은 인텔의 두 배에 달한다. 인텔이 20년 전의 지배력을 되찾으려면 AMD와 엔비디아 모두의 치명적인 실수가 필요하지만 그런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이 반등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텔이 취해야 할 조치는 다음과 같다.
1단계: 기술 전문가 CEO 영입
AMD와 엔비디아가 엔지니어 출신의 CEO를 영입한 것처럼, 인텔도 그럴 필요가 있다. 사실 겔싱거도 엔지니어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겔싱어의 활약을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이유다. 인텔의 차기 CEO 또한 기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기술을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비즈니스에 정통해야 한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앨빈 응우옌은 “CEO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문화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신뢰감을 주고 시장을 이해하며, 반도체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후보가 매우 적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CEO가 취임하면, 인텔이 기술적 변곡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 그리고, AI 이후에 또 무언가 있을 것이다. 인텔이 그런 기술적 변곡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적어도 인텔이 단기적으로 사고하고 그런 기회를 놓치는 사람을 고용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2단계: IFS에 집중
인텔은 파운드리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하고 TSMC 및 삼성과 경쟁하기 위해 몇 년에 걸쳐 노력하고 있다. 겔싱어에게 문제가 있다면, 이 프로젝트가 투자 회수까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이사회와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사회와 주주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다면 투자에 대한 성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겔싱어는 결국 밀려났다. 무어 인사이트 앤드 스트래티지(Moor Insights & Strategies)의 사장인 패트릭 무어헤드는 그러한 인내심의 부족이 실수라고 지적했다.
“인텔이 해야 할 일은 지난 3년 동안 세운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제품 부문에서 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내가 확인한 18A 공정은 꽤 준수했다고 본다”라고 무어헤드는 말했다.
그에 따르면 18A 반도체 제조 기술은 1.8 나노미터 공정 노드를 사용하는데, 이 기술은 향후 2년 동안 TSMC의 수준을 훨씬 능가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인텔이 TSMC와 삼성에 비해 확실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 무어헤드는 “18A를 적절한 수율로 관리해 수익성 있는 사업을 펼치는 것이 관건이다. 인텔 디자인 회사를 지원하거나 외부 파트너를 위한 비즈니스에 그치지 않는다”라고 그는 말했다.
인텔이 자사 제품에 18A 기술을 생산에 적용하기까지 6개월이 남았고, 제3자를 위한 대량 생산에 들어가기까지 1년이 더 남은 상태다.
3단계: 분할
겔싱어는 인텔 산하에 파운드리 비즈니스를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인사이트 64의 네이선 브룩우드는 AMD가 2008년에 했던 것처럼,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8년까지 AMD는 자체 칩을 직접 제조했다. 이후 AMD는 자사의 파운드리 사업을 글로벌파운드리라는 이름으로 아부다비의 투자 회사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오늘날 AMD는 번창하고 있으며, 글로벌파운드리는 삼성, TSMC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칩 제조사다.
브룩우드는 “업계의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단일 기업으로 남기에는 무리이며, 분할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반적이었다”라고 말했다.
4단계: 내부 정리
테크날리시스(TECHnalysis Research)의 사장 겸 수석 애널리스트인 밥 오도넬은 인텔의 1만 명 감축 계획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텔 관련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바가 있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와 영역이 있었고, 그 중 일부는 궁극적으로 걸림돌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내부의 모든 사람이 한 배를 타야 할 이유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겔싱어는 이러한 문제 해결이 적극적이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이사회는 방해 요소를 제거하고 모든 사람이 핵심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인텔의 직원 대부분이 칩 설계가 아닌 파운드리 부문에 종사하고 있을지라도 삭감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무어헤드는 주장했다. 사실 인텔은 아마도 AMD보다 매출 대비 설계 부문에서 두 배 더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텔은 더 적은 인원으로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삭감과 함께 프로세스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무어헤드는 “포춘 500대 기술 회사에서 20년 넘게 일한 경에서 미뤄볼 때 인원 감축만으로는 효율성을 높일 수 없다고 본다. 일하는 방식을 다시 점검하고, 기존의 프로세스를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5단계: AI 전략 수립
인텔의 AI 관련 메시지는 명확하지 않고 집중적이지 않다. 가우디인가? GPU 맥스인가? 제온인가? 알테라인가? 반면 엔비디아와 AMD는 각각 블랙웰과 인스팅트라는 명료한 제품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인텔에게는 명확한 전략이 필요하다.
응우옌은 “4월에 열린 행사에서 그들이 했던 ‘AI가 어디에나 있다’는 문구가 인상적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엔비디아 거의 독점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GPU를 통한 단기적인 성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브룩우드는 인텔이 더 근본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텔은 AI가 차세대, 즉 향후 10년 동안의 주요 전환점이 될 것인지 파악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따라잡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아니면 AI를 넘어서는 무언가, 즉 AI 플러스를 찾아서 더 나은 제품 포지션을 가진 새로운 제품을 확립하기 위해 선점하고 개척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그는 말했다.
6단계: 일관성 있는 GPU 전략 개발
인텔이 실패를 거듭해온 분야가 있다면, 바로 하이엔드 GPU 분야다. 데스크톱과 모바일 CPU에 내장된 저가형 GPU는 적절한 성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하이엔드 외장형 시장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인텔은 또 데이터센터를 공략할 수 있는 좋은 GPU가 필요하다.
무어헤드는 인텔과 AMD가 모두 에너지부가 운영하는 국립 연구소(아르곤, 로렌스 리버모어, 오크리지)와 슈퍼컴퓨터 계약을 추진했다고 언급했다. AMD가 인텔을 제치고 여러 계약을 따낸 데에는 이유가 있다. AMD의 인스팅트 라인에는 인텔이 대응할 수 없는 고정밀, 고부동점 설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텔의 실패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객들은 고도로 프로그래밍 가능한 저정밀도, 고TOPS GPU를 원한다. 인텔의 자원 할당과 실행 속도가 부족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올해 말에 팔콘 쇼어(Falcon Shores)가 출시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인텔은 가우디 AI 가속기를 폰테 베키오(Ponte Vecchio)의 GPU 기술과 통합할 예정이다. 그러나 인텔이 AMD 및 엔비디아와 경쟁하려면 실로 뛰어난 성능을 보여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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