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가 기존 빅테크 기업보다 더 적은 인프라와 비용으로 AI 모델을 개발하고, 오픈AI 대비 90%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미국 중심 빅테크 기업의 경쟁력이 재평가되는 것이다. 특히 엔비디아가 큰 타격을 받았다. 딥시크의 저비용 AI 모델이 고성능 GPU 수요 감소 우려를 촉발하며 엔비디아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17%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AI 기업 수장들은 딥시크의 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투자 업계의 우려와는 달리, 빅테크 기업들은 이를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이러한 발언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인지 진정성 있는 평가인지는 불분명하나, 소셜 미디어와 언론을 통해 공개된 그들의 반응을 정리해보았다.
먼저 현재 AI 시장을 이끄는 양대 주자인 오픈AI와 앤트로픽의 반응이다. 오픈AI CEO 샘 알트먼은 28일 X 계정을 통해 “오픈AI는 당연히 훨씬 더 나은 모델을 제공할 것이며,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 것은 분명히 신선한 자극이다. 앞으로 몇 가지 출시 계획을 가속화할 예정”이라며 “무엇보다도 오픈AI는 연구 계획을 꾸준히 실행해 나가는 것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제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전 세계는 엄청난 양의 AI를 사용하게 될 것이며, 다음 세대 모델들에 크게 놀라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를 위해 AGI와 그 이상을 이루어 나가는 것을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 자극은 되지만, 선두 주자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딥시크가 고성능 GPU나 대규모 인프라에 의존하지 않는 접근 방식으로 주목받은 가운데, 알트먼은 더 나은 AI 모델 개발을 위해서는 대규모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한편 오픈AI는 “딥시크가 부적절하게 오픈AI 모델을 추출했다는 징후를 인지하고 검토하고 있으며,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되는 대로 공유할 것”이라며 정부 기관과 협력해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도 29일 밝혔다.
앤트로픽의 공동 설립자겸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블로그를 통해 딥시크 기술력 그리고 그로인한 미국 시장 영향력에 대한 생각을 상세히 밝혔다. 그는 “딥시크의 성과는 기술적 혁신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AI 개발 비용 감소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연간 약 4배씩 비용이 감소하는 산업 표준 흐름에 부합한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다른 AI 모델들과 달리 딥시크의 R1는 사고의 연쇄 과정을 사용자에게 투명하게 보여주는데, 이는 오픈AI의 o1이 최종 답변만 보여주는 것과 대조된다. ‘Key-Value 캐시’ 관리와 ‘전문가 혼합(Mixture of Experts)’ 방법을 독창적으로 발전시켜 더 적은 학습 비용으로 경쟁력 있는 성능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아모데이는 “AI 모델 개발에서는 개별 모델 학습 비용과 총 R&D 비용을 구분해야 하며, 딥시크의 경우 개별 모델 학습 비용은 낮지만 전체 R&D 투자 규모는 미국 AI 연구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엔트로픽의 핵심 모델 클로드 2.5 소넷이 여전히 많은 내부 및 외부 평가에서 앞서 있다”라고 강조했다.
외부 AI 모델을 활용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퍼플렉시티는 딥시크의 최근 인기 상승을 높이 평가했다. 퍼플렉시티 CEO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X 계정을 통해 “딥시크가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AI 앱이 된 것을 축하한다”라며 “(앱스토어에서) 챗GPT를 처음으로 넘어설 기업이 누가 될지 궁금했는데, 딥시크가 해냈다”라고 밝혔다. 또한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규제 때문에 우회 전략을 강구해야 했던 중국 연구자들이 오히려 훨씬 더 효율적인 AI 모델을 개발하는 결과를 낳았다”라고 설명했다. 퍼플렉시티는 한발 더 나아가 자사 검색 서비스에서 딥시크 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마크 주커버그 메타 CEO는 목요일 전사 회의에서 오픈소스 AI 모델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딥시크가 메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입수한 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주커버그는 “딥시크가 몇 가지 참신한 인프라 최적화 기술을 선보였는데, 다행히도 그 내용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메타는 단순히 그들의 방식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연구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결국, 딥시크의 성과는 메타게도 이득이 될 것”이라며 “인프라 투자 계획은 크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로 메타는 2025년 AI 연구개발(R&D)에 6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메타의 최고 AI 과학자 얀 르쿤은 “딥시크의 성과는 중국 AI가 미국을 추월했다고 해석하기보다, 오픈소스 모델이 독점 모델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살펴봐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애플 CEO 팀 쿡은 목요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딥시크의 AI 모델이 효율을 주도하는 혁신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 애널리스트가 딥시크의 AI 모델이 애플의 마진에 미칠 영향을 묻자, 팀 쿡은 “일반적으로 효율을 주도하는 혁신은 긍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딥시크의 모델에서도 그런 점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분기 실적 발표에서 딥시크를 ‘AI 분야의 진정한 혁신 사례’로 평가했다. 그는 딥시크의 R1 모델이 서구 기업들 대비 현저히 낮은 비용으로 우수한 성능을 달성했다고 호평했다. 나델라는 이러한 기술 혁신이 산업 전반에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며, “AI가 더 효율적이고 접근 가능해질수록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MS는 애저 플랫폼에 딥시크 모델을 도입하는 한편, 오픈AI 주요 투자사로서 딥시크의 기술이 오픈AI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았는지 검토하고 있다.
젠슨 황은 딥시크에 대한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엔비디아 공식 대변인은 CNBC를 통해 딥시크의 R1 모델을 ‘훌륭한 AI 발전’이자 ‘테스트 타임 스케일링(Test-Time Scaling, TTS)의 완벽한 사례’라고 언급했다. TTS는 모델 훈련이나 훈련 후 단계보다 추론 중 성능을 최적화하는 기법이다.
또한 엔비디아 대변인은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통해 딥시크의 모델이 여전히 고성능 네트워킹 및 컴퓨팅 작업을 위해 자사 GPU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딥시크의 기술이 미국의 수출 통제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개발되었다며 앞으로도 AI 모델을 실제로 운영하는 데는 여전히 고성능 하드웨어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AI 추론 작업을 수행하려면 상당한 수의 엔비디아 GPU와 고성능 네트워킹이 필수적이며, 실제 AI 시스템 운영에는 여전히 막대한 인프라와 엔비디아의 기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구글과 아마존은 딥시크와 관련된 입장을 따로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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