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IT 업계의 구조조정과 AI 기술 수요의 증가로 인해 IT 인재 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 및 금리 인상 같은 경제적 변화, 그리고 AI 기술 수요의 급증은 IT 기업의 예산 배분과 인재 채용 전략에 장기적 영향을 미치며 그로 인해 채용 시장이 복잡해지고 있다. 구직 중인 IT 전문가는 많지만 AI 등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2년부터 IT 업계는 금리 상승과 생성형 AI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대규모 해고 정보를 수집해 제공하는 레이오프닷에프와이(Layoffs.fyi)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현재까지 IT 기업 470여 곳에서 14만 1,145명이 해고되었고, 2022년과 2023년에는 약 42만 8,449명이 직장을 잃었다.
올해도 대규모 인력 감축 소식을 밝힌 기업이 많았다. 델은 지난 3월에 직원의 5%인 약 6,000명을 해고했다. 인튜이트는 7월에 1,800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AI 채용을 우선시하면서 임원진도 10% 감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8월에는 인텔이 전 세계 인력의 15%인 약 1만 5,000명의 일자리를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시스코의 경우 2월에 이미 4,0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한 데 이어, AI 및 사이버 보안 등 다른 우선순위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로 7%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9월과 10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애플, 델, 삼성, 퀄컴 등의 기업에서 해고가 진행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모든 해고가 기술직에 집중된 것은 아니지만, 이로 인해 IT 분야의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구직자 풀이 확대되었다. 하지만 기업들이 현재 필요로 하는 AI 역량을 보유한 인재는 기존 인력 풀에서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한정된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술 인력 해고의 원인은 무엇인가
최근 몇 년간 기술 인력 대량 해고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팬데믹으로 인해 기업은 원격 근무를 지원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전 세계적인 봉쇄 조치에 적응하기 위해 기술과 관련 인력에 투자했다.
포레스터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피오나 마크는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조직이 디지털 서비스를 확장해야 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 인재를 과다 채용했다. 저금리 시대에 프리미엄 급여까지 지급하며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했던 IT 직군 채용은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급격히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2022년 팬데믹 제한 조치가 완화되면서 미국 연준은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 마크는 “높아진 비용을 감안해 기업들은 핵심 사업에만 집중하고 비핵심 활동에서 철수하면서 IT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라며 설명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 지정학적 갈등, 격동의 선거 시기 등을 고려하면 기술 기업이 더욱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취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컨설팅 기업 로버트 하프(Robert Half)의 기술 및 채용 컨설팅 전문가인 토마스 빅은 “일자리가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특정 기술과 역할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는 존재한다”라며 “특히 주요 비즈니스 목표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다”라고 설명했다. 로버트 하프의 자체 데이터에 따르면, IT 직군 채용을 관리하는 담당자 중 58%가 2024년 하반기에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조사에 참여한 전체 산업의 평균(52%)보다 높은 수치였다.
빅은 기업이 연봉과 재택근무 혜택을 줄이는 등 채용 조건을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데이터에 따르면 기업은 여전히 필요한 수준의 역량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AI처럼 신기술 분야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빅은 “기업은 채용에 있어 더 신중해져 연봉이나 원격 근무 조건을 낮추는 경향이 있지만, 실력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라며 “많은 기업이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 분야에서 고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연봉, 유연성, 복리후생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도입이 채용에 미치는 영향
AI가 일자리를 대체할까, 아니면 근로자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까?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지만, 생성형 AI 도구가 조직의 단순 업무를 점점 더 많이 맡게 되면서 저연차 직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포레스터의 마크는 이러한 추세로 신입 직원 및 주니어급 직원의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경력이 적은 지원자가 취업과 경력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크는 “AI는 조직의 최우선 관심사이며, AI 관련 기술이 없는 인재보다 AI 기술을 갖춘 기술 인재에 대한 수요가 훨씬 더 높다. 클라우드 아키텍처와 엔지니어링, 데이터 과학, 관리 등 AI 연관 기술과 자연어 처리(NLP), 대규모 언어 모델(LLM) 개발 및 교육 등 AI 핵심 기술의 수요가 기존 IT 기술 분야를 압도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고려하는 기업은 필요한 AI 기술을 갖춘 인재가 충분히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마크는 “클라우드, 데이터, AI 기술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해당 역량을 갖춘 인재가 부족해 기업들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무리 우수한 경력과 실력을 갖춘 지원자라도 AI 관련 역량이 부족하다면 채용에서 불리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불확실한 AI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조직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재교육 및 기술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인력에 투자하는 것이다. 조직이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래 수요 기술을 예측하고, 우수 인재의 역량을 개발하는 등 선제적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다.
마크는 “조직이 인재 육성과 채용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즉시 역량 개발 프로그램을 시행하면, 내부 인재 육성 및 적절한 직무 이동을 유도할 수 있다”라며 “이를 통해 조직의 핵심 지식과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미래 필수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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