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의 HPE-주니퍼네트웍스 인수 합병 제동이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법무부가 인수 반대 입장을 밝히자 두 기업은 물론 업계 전반이 당혹감을 드러냈다.
HPE와 주니퍼는 법무부의 거부에 대한 답변서에서 “HPE가 주니퍼 인수를 발표한 지 13개월 동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영국 경쟁시장청, 그리고 전 세계 11개의 다른 반독점 당국이 이 거래를 추가 검토 없이 승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양사는 “수백만 건의 문서 제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제공, 선서 증언이 요구된 1년간의 심층 조사 후에, HPE와 주니퍼는 거의 모든 네트워킹 업계 전문가, 고객, 파트너, 경쟁사, 반독점 전문가의 의견과 법무부가 동일한 결론에 도달해 제안된 거래를 신속히 승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법무부가 이 인수를 막으려 할 이유가 없었다. HPE의 주니퍼 인수를 막는 것은 고객, 기업, 경쟁, 또는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에 어떠한 이점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무선 근거리 통신망(WLAN) 시장에서의 경쟁 감소를 이유로 140억 달러 규모의 HPE-주니퍼 인수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주니퍼 CEO 라미 라힘은 네트워크월드와의 인터뷰에서 “법무부가 이 거래에 대해 취한 입장에 실망스럽고 당황스럽다. 예상하지 못했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라힘은 “법무부가 전체 거래 중 WLAN 부문만을 매우 좁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이는 주니퍼와 HPE 사업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이다. WLAN 부문에는 8~9개의 기업이 경쟁하고 있는 영역이다. 현재 상황이 유감스럽지만, 법정에서 입장을 증명하고 궁극적으로 승리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언급했다.
HPE와 주니퍼는 인수와 관련해 법무부와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라힘은 법무부가 특히 무선 시장에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징후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양사는 “법무부가 제출한 소장은 매일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비슷한 제품과 역량으로 경쟁하는 최소 10개의 경쟁사가 있다는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무선 근거리 통신망(WLAN) 분야의 경쟁 역학에 대한 설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며, 전 세계 반독점 규제 기관들이 이 거래를 무조건적으로 승인한 것과는 모순된다”라고 지적했다.
라힘은 “이 과정의 일환으로 법무부는 대량의 정보와 문서 등을 요청했고, 우리는 CEO가 직접 참여한 회의를 포함해 매우 건설적으로 협력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법정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사는 “법무부의 소장은 인수 합병으로 발생할 이점과 무선 네트워킹 분야의 경쟁 특성 및 범위를 모두 무시하고 있다. 이는 수십 년간 무선 네트워킹 시장을 지배해 온 시스코에게 혜택을 주고 현상 유지를 강화할 것이다. 또한 미국 정부가 반복적으로 국가 안보 위험으로 지목한 화웨이와의 경쟁을 저해하여, 전 세계 주요 인프라에서 중국 기술 사용을 줄이고자 하는 미국의 목표를 손상시킬 것이다. 정부 소송이 성공한다면, 진정한 수혜자는 통합 기업의 이점을 잃게 될 고객이 아니라, 지배적 시장 점유율을 계속 유지하게 될 시스코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분석가들, 법무부의 우려에 의문 제기
많은 업계 전문가들이 대규모 기업용 스위치와 라우터 등 고급 네트워킹 장비 시장에서 경쟁 이슈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WLAN 시장의 경쟁 문제를 지적한 것은 예상 밖의 결정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델오로 그룹(Dell’Oro Group)의 연구 이사인 시안 모건은 블로그에서 “북미 40억 달러 시장에서 각각 1,800만 달러 이상의 WLAN 매출을 올리는 8개 기업이 너무 적다고 보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모건은 “실제로 WLAN 시장은 매우 분화되어 있으며, 그중 최대 규모는 시스코다. 시스코는 정교한 글로벌 채널 개발, 포괄적인 고급 네트워킹 제품군, 그리고 끊임없는 인수를 통해 델오로가 추적 중인 5개 기업 네트워크 부문 중 4개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섯 번째 부문인 네트워크 보안에서만 2위”라고 전했다.
그는 법무부가 지목한 WLAN 시장에서 시스코의 북미 시장 점유율이 지난 10년간 큰 변화 없이 50% 이상을 유지해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HPE는 큰 격차로 2위였다. 주니퍼는 2018년 미스트(Mist)를 인수한 이후 꾸준히 성장했으며, 시스코나 HPE뿐만 아니라 다른 벤더로부터도 시장 점유율을 가져왔다. 시장보다 지속적으로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2024년 첫 3분기 동안 주니퍼의 북미 시장 점유율은 8%에 불과했다”라고 설명했다.
모건은 “법무부는 시스코가 너무 크기 때문에 HPE가 시스코와 경쟁하기 위해 다른 WLAN 벤더 인수를 허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만약 법원이 이런 태도를 고수한다면 북미 WLAN 시장은 앞으로 수년간 현상 유지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 거래가 영구적으로 차단될 경우 기업 고객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앤도버 인텔(Andover Intel)의 수석 분석가이자 네트워크월드 칼럼니스트인 톰 놀은 블로그 게시물에서 “HPE는 주니퍼 없이도 시스코의 계정 관리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미 아루바(Aruba) 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업 구매자들 사이에서 전략적 영향력이 더 뛰어난 듯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놀은 “수십 년간의 기업 관련 경험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네트워킹이 기업 네트워킹을 주도하고, 데이터센터 기술이 데이터센터 네트워킹을 주도한다. 시스코는 서버(UCS)를 보유하고 있지만, 기업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HPE는 그렇게 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합병 제재가 시스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시스코가 기존 사업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법무부 소송이 승리한다면 오히려 경쟁을 해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주니퍼 CEO, 회사 현황과 성장력 강조
라힘은 주니퍼가 현재 독자적으로도 잘 운영되고 있다면서, “주니퍼는 독립 기업으로서 매우 잘 운영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그래왔고, 올해도 계속 그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언급했다.
2024년 4분기에 주니퍼는 전년 대비 40% 이상의 주문 성장을 기록했다. 라힘은 “3분기에는 약 60%의 전년 대비 주문 성장을 달성했다. 모든 지역, 모든 고객 솔루션, 모든 산업 분야에서 두 자릿수 주문 성장을 이뤘다. 실제로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힘입어 클라우드 분야에서는 세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라고 설명했다.
라힘은 네트워킹 분야에서 주니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2가지 영역이 있다고 봤다. 첫 번째는 네트워크를 위한 AI로, 운영자가 네트워크를 더 효율적이고 쉽게 운영할 수 있도록 AI를 활용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라힘은 “두 번째는 AI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네트워크와, AI 데이터센터들을 서로 연결하는 네트워크다. 이 분야에서 주니퍼의 혁신 엔진은 놀랍다. 전례 없는 트래픽 성장률에 대응하기 위해 스위칭과 라우팅 모두에서 800기가비트 네트워킹을 최초로 도입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전체 스택에 필요한 고유한 기능을 구축해 기본적으로 네트워크를 AI 워크로드에 최적화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트래픽 패턴을 이해하고, 혼잡이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을 파악하며, 그러한 혼잡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우리의 마비스(Marvis) AI 엔진 기술이 활용되는 영역이다. AI 데이터센터에서 혼잡은 매우 치명적이다. 결국 가장 비싼 자원인 GPU의 효율적인 사용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혼잡을 완화할 수 있다면, 클라우드 업체, 기업, 서비스 제공업체가 클러스터를 구축할 때 GPU에 대한 귀중한 투자를 가능한 한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라힘은 “독립 기업으로서도 강하지만, HPE와 함께라면 국제적 규모의 더 넓은 솔루션 포트폴리오로 더욱 강력한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회가 매우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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