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의 개정된 사이버 보안 침해 보고 규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기업은 여전히 사이버 보안 침해 보고 시기와 방법을 두고 혼란을 겪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연방 증권법을 규제하고 집행하는 기관이 사이버 보안 사고 공개에 엄격한 보고 기한을 부과하면서,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와 고위 경영진은 중요 위반 사항을 신속하게 평가하고 보고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글로벌 회계 법인 베이커틸리(Baker Tilly)의 사이버 보안 부문 파트너인 조 슈스코에 따르면, 많은 기업이 공시 지연이나 미흡으로 SEC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불명확하고 상황별로 달라지는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슈스코는 “보안과 관련된 중대한 사항을 판단하는 것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며, 보안 리더 혼자 결정할 수 없다”라며 “보안팀은 비즈니스 운영 담당자, 법률 자문, 외부 포렌식 전문가와 함께 자체적인 공시위원회를 구성해 판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SEC의 엄격한 집행은 계속된다
SEC는 2015년부터 사이버 보안 사고와 관련해 200건 이상의 집행 조치를 취했으며, 이 중 약 25%는 사이버 보안 사고와 관련된 것이었다. 최근에는 투자자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이버 보안 사고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제공한 기업을 제재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2024년 12월, SEC는 미국 금융 서비스 회사 플래그스타(Flagstar)에 355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플래그스타는 2021년 말 발생한 ‘시트릭스 블리드(Citrix Bleed)’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보안 사고를 보고했으나, 약 150만 명의 고객 민감 데이터가 유출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공격은 내부에서 사용하던 시트릭스 제품의 보안 취약점을 악용한 것이었다.
몇 달 전에는 솔라윈즈(SolarWinds) 해킹과 관련된 ‘투자자를 오해하게 만든 사이버 보안 공시’로 인해 아바야(Avaya), 체크포인트(Check Point), 마임캐스트(Mimecast), 유니시스(Unisys) 등 4개 기업에 총 700만 달러(약 95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특히 유니시스는 보안 통제 위반 혐의로 400만 달러(약 540억 원)의 벌금을 냈으며, 나머지 기업들은 약 100만 달러(약 135억 원)씩 지불했다.
CISO, 규정 명확성 부족으로 어려움 겪어
전 우버(Uber) 최고보안책임자 조 설리번은 SEC의 법 집행 사례는 증가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설리번은 “규정의 명확한 기준이 없어 기업들이 많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라며 “정부가 집행 조치를 통해 규제를 하고 있지만, 개별 사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시장에서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SEC가 앞으로 공시 규정에 대해 더 명확하고 자세한 지침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지만, 규정을 위반한 조직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슈스코는 언급했다.
투명성을 우선시해야
사이버 보안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기업은 공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슈스코는 조언했다. 또한 사고 대응 계획에 규정 준수 항목을 반드시 포함하고, 필요한 경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새로운 보안 취약점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슈스코는 “조직은 투명성을 우선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보안 테스트 회사 SE 랩스의 CEO 사이먼 에드워즈는 공시가 필요한 상황을 대비해 시뮬레이션 및 연습을 통해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고 시나리오를 미리 연습하는 것이 CISO가 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공급망도 공시에 영향 미칠 수 있어
슈스코에 따르면, 공시 규정은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비상장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슈스코는 “상장 기업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자사와 고객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이버 공격을 공시하고 소통할 것을 기대할 것”이라며 “조직은 자사 공급망을 철저히 이해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명확하지 않은 공시 규정은 기업들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보안 사고까지 공개하도록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수돗물 및 폐수 서비스 제공업체 아메리칸 워터(American Water)는 자사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은 사이버 공격도 공시하며 이해 관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했다.
설리번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SEC의 집행 조치가 시작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보안팀은 사고의 심각성을 판단하고, 공시 여부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리번은 앞서 슈스코가 말한 것과 비슷하게 “어떤 사고가 ‘중대한’ 수준인지 기준이 불분명하다”라며 “기업들마다 공시 기준이 제각각이며, SEC의 지침도 혼란스럽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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