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는 고객에게 2027년까지 S/4HANA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존 ECC 시스템에 대해 연장 유지보수 비용을 부과할 방침이다. 그러나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SAP ECC 사용자 가운데 약 3분의 2가 여전히 S/4HANA로 전환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이전 버전을 사용하는 기업은 2025년 말에 기술 지원 종료를 앞두고 있어 전환 압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가트너는 현재의 전환 속도로 SAP의 마감 시한을 맞추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이는 해당 프로젝트가 단순한 IT 마이그레이션이 아니라 고도의 복잡성을 지닌 전사적 변화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ECC의 후속 제품인 S/4HANA는 실시간 데이터 처리와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구축됐다.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 모두에서 제공되며, 빠른 처리 속도, 고도화된 분석 역량, 향상된 사용자 경험, AI 기능 등을 특징으로 한다. 하지만 이 전환은 기술적인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데이터 구조, 기존 사용자 맞춤 기능, 예산, 그리고 클라우드 채택 여부 등 다양한 요소가 맞물린 대규모 조직 변화라는 점에서 난이도가 높다.
특히 최대 변수는 시간이며, 앞으로 남은 몇 달 동안 압박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너스톤 패러다임 컨설팅(Cornerstone Paradigm Consulting)의 설립자 겸 CEO 아만다 루소는 “지원 종료일까지 1년이 남았다고 생각하더라도,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IT 과제가 아닌 전사적 이니셔티브이므로 충분한 사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루소에 따르면 이와 같은 주요 기술 프로젝트는 비즈니스와 고객의 요구 사항, 직원 참여를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사내 운영팀과 협업해 누락 사항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는 “CIO가 사업 방향성과 필요사항을 처음부터 명확히 이해하고 협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일부 조직은 지원 종료 일정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프로세스 매핑이나 사용자 피드백 수집과 같은 중요한 단계를 생략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일정에 쫓기다 보면 핵심 기능을 간과하게 될 수 있다.
루소는 “소프트웨어 구매 자체는 어렵지 않다. 누구든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사 업무 프로세스를 먼저 파악하고, 비즈니스 핵심 요소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CIO가 피해야 할 실수로 변화 관리 계획 미비, 데이터 정리의 중요성 과소평가, 단계적 롤아웃 또는 롤백 계획 부재 등을 꼽았다.
비즈니스 사례 구축
S/4HANA 전환은 수년이 소요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상당한 자원 투입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조직은 업무 프로세스를 전면 재설계해야 하기에 일정과 비용에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인터퍼블릭그룹(Interpublic Group, IPG)에서 S/4HANA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최고 애플리케이션 책임자(CAO) 팀 빌랄리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모범 사례에 따라 최적화하는 데 드는 비용과 새롭거나 더 효과적인 프로세스의 결과로 얻을 수 있는 투자 수익을 평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빌랄리는 또한 CIO가 변화 관리 비용, 서드파티 구현 비용, 새로운 라이선스 비용, 클라우드 운영 추가 비용 등도 분석에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4HANA로 전환하지 않기로 한 조직의 경우, SAP는 2027년 이후 유지보수 비용을 인상할 예정이다. 또한 CIO는 현재 ERP 시스템을 유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통합 문제, 성능 제한, 규제 준수 리스크 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비즈니스 사례에서는 ECC의 혁신 부족과 같이 기존 플랫폼을 유지할 때의 숨은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빌랄리는 “SAP는 ECC 고객을 위해 AI, 머신러닝, 자동화 같은 신기술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라며, “혁신의 가치를 정량화하기는 어렵지만, 지금 자발적으로 최신 플랫폼을 도입하는 것이 나중에 억지로 전환하면서도 혜택을 놓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일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결국 SAP는 모든 고객이 S/4HANA로 전환하게 할 것이며, 시기만 문제일 뿐 선택의 여지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모든 CIO가 S/4HANA로의 전환에 확신을 갖는 것은 아니다. 리미니스트리트(Rimini Street)에서 SAP 로드맵 자문을 담당하는 글로벌 프리세일즈 부사장 루이스 마리오토는 “여전히 많은 CIO가 이 전환을 설득력 있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유지보수 지원만을 위한 기술 업그레이드는 대부분의 기업에게 설득력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전환은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전략적 결정이며, 장기적인 기술 생태계 로드맵까지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CIO가 현재의 비즈니스 사례뿐 아니라, 향후 5~8년 내 기술과 산업 환경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마이그레이션 전략과 실행 계획
S/4HANA 마이그레이션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수행하려면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며, 흔히 발생하는 일정 지연도 고려해야 한다. 시점과 조직의 준비도는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빌랄리는 “각 통합에 충분한 시간을 배정해야 하며, 계획 수립 단계를 생략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다른 인프라 시스템과의 통합이나 사용자 맞춤 기능이 손실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전환 전 체계적인 계획 수립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젝트를 9개월 만에 끝내겠다는 말은 자주 들리지만, 그 9개월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세부적으로 계획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호르바트(Horvath) 조사에 따르면 S/4HANA 전환을 완료한 기업의 약 60%가 예상 일정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200개 기업은 S/4HANA 마이그레이션은 프로젝트 범위 확대와 프로젝트 관리 역량 부족이 일정 및 예산 초과 요인으로 지적했다.
또한 조사 기업의 98%는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경우에도 전문적인 변화 관리가 너무 늦거나 충분히 실행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고 호르바트는 언급했다.
빌랄리는 새로운 플랫폼을 도입하고 온프레미스에서 클라우드로 한 번에 전환하면 비즈니스 중단 리스크가 커진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PG는 먼저 ECC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는 “5년 전 먼저 HANA 데이터베이스와 피오리(Fiori)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전환해 모든 트랜잭션을 해당 플랫폼으로 이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IPG는 사용자 환경, 데이터베이스 성능, 처리 속도를 개선했다. 약 1년 전에는 ECC 구성 요소를 클라우드로 옮겼다. 빌랄리는 SAP 기술팀이 대규모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운영하는 노하우를 축적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하며, “ECC를 데이터센터에서 계속 사용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성능, 가동/중단 시간, 외부 벤더와의 협업 관련 학습이 가능했다”라고 덧붙였다.
빌랄리에 따르면 현재 IPG는 플랫폼 내 핵심 구조를 변경하는 마지막 단계에 근접했으며, 이 전환은 비교적 간단하고 빠르게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환 시점은 다양한 비즈니스 요인에 따라 미정이나, 긴 주말을 활용해 마이그레이션할 계획이다.
빌랄리는 “S/4HANA 전환에 있어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CIO에게 외부 파트너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프로젝트 통합을 주도적으로 관리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운영을 전부 파트너에게 맡겨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전환 이후, IPG 내부 팀은 클라우드 및 기술 서비스를 조정하는 새로운 계약을 통해 SAP ERP 환경의 관리 방식을 변경할 예정이다. 빌랄리는 “SAP와 서드파티 벤더를 모두 관리하는 감독 중심 역할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난제는 ‘사용자 맞춤화, 서드파티 앱, 데이터 위생’
‘클린 코어(clean core)’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도 마이그레이션을 까다롭게 만드는 요인일 수 있다. 클린 코어란 SAP가 제안하는 아키텍처 전략으로, ERP의 핵심 시스템은 표준 상태로 유지하면서 사용자 맞춤화나 확장은 외부 플랫폼이나 API를 통해 처리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 방식을 따를 경우 시스템 유연성과 유지보수 효율은 높아지지만, 초기 전환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다. 2025년 SAP인사이더 보고서에 따르면 사용자 맞춤화,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정합성 관리가 전환의 주요 기술적 난제로 꼽혔다.
SAP는 S/4HANA가 단순하고 빠른 업그레이드, AI 및 자동화 기술 수용성 제고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 표준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코어 시스템에 통합되고, 사용자 맞춤화는 API, 확장 모듈, SAP 비즈니스 기술 플랫폼(BTP)을 통해 운영된다.
하지만 SAP 사용 환경이 수년에 걸쳐 확대되면서 많은 기업이 복잡한 맞춤 기능을 구축해 왔기에, 이를 정리하는 작업이 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SAP가 선호하는 ‘클린 코어’ 전략은 기존 맞춤 기능을 평가하고 제거하는 데 상당한 자원 투입이 필요하다. 제약과 같은 규제 산업의 경우에는 프로세스 변경이 감사를 통과하고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부담도 존재한다.
코너스톤 패러다임의 루소는 “기존 기능이 작고 단순해 보여도 비즈니스에 핵심적인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자동 청구나 코드 자동 할당 기능이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일단 없어지면 업무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으며, 특히 자체적으로 개발된 솔루션에 포함된 기능일 경우 그 영향은 더 크다고 그는 분석했다.
루소에 따르면 CIO와 실무팀은 전환 이후 어떤 기능이 단계적으로 제거되는지 파악하고 비즈니스 핵심 기능을 명확히 식별해야 하지만,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그는 조직들이 특정 기능을 잃고 나서야 중요성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기능은 섀도우 IT나 엑셀 기반의 임시 도구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프로세스의 공백을 메우고 있었던 경우가 많다.
루소는 “9개월 뒤에야 ‘이 기능이 없어졌는데 지금 당장 필요하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대응책을 찾는다면 잠재적으로 더 많은 버그나 오류를 추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존 데이터를 정리하지 않고 옮긴다면 실시간 분석 및 AI 도구와 같은 새로운 시스템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CIO는 각 국가별 법적 보존 기간, 데이터 유지 기간, 불필요한 데이터 식별 여부 등을 고려해 몇 년치 데이터를 유지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빌랄리는 “이 과정을 생략하면, 기존 시스템의 나쁜 관행을 고스란히 옮기는 셈이므로 새 시스템의 이점을 얻을 수 없다”라고 조언했다.
정제된 데이터는 시스템 효율과 성능을 개선하는 데 핵심 요소다. 특히 S/4HANA에서 AI 도구 활용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제된 데이터 통합은 조직에 있어 필수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데이터가 여러 시스템에 분산되어 있고, 파편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조직 내 데이터는 재무 데이터 같은 정형 데이터뿐 아니라, SAP 외부에서 발생한 비정형 데이터까지 다양하게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리미니스트리트의 마리오토는 “이 모든 데이터를 통합해야 강화된 AI 플랫폼을 제대로 구축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CIO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핵심 결정 사항”이라고 말했다.
핵심 ERP 시스템과 다양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간의 통합 관리도 주요 고려사항이다. 통합을 위해서는 서드파티 벤더와의 조율, 일정 조정, 테스트 프로토콜 수립, 이질적인 시스템과 조직 문화 간 정렬 등 고도의 협업이 필요하다.
빌랄리는 “테스트 시점에 파트너 쪽에서도 즉시 대응 가능한 상태여야 하므로, 모든 일정과 계획을 긴밀히 조율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실행이 아닌, 전체 조직의 리듬과 맞춘 협업 체계가 요구된다는 의미다.
발랄리가 계획 단계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점이 S/4HANA로의 전환에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고도 3만 피트 상공에서 비행기 바퀴를 교체하는 일과 같다. 비즈니스는 계속해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Read More from This Article: SAP ECC 지원 종료 임박··· IT 리더들의 S/4HANA 전환 전략은?
Source: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