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벤더의 마케팅 메시지에서 AI 에이전트(Agentic AI)가 생성형 AI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홍보 전략도 진화하고 있다. 벤더는 AI 에이전트가 단순히 사람이 검토할 코드나 콘텐츠를 생성하는 단계를 넘어, 사람처럼 지시를 따르고 의사결정을 내리며 자율적으로 행동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RPA의 개선이 아니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나 시스템을 대신해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AI 기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인식, 추론, 행동, 학습 등의 프로세스를 통해 복잡한 다단계 문제를 기존 AI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해결할 솔루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시 말해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의 단순한 개선 버전이 아니라 기업이 RPA로는 도달할 수 없던 영역에 이르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두저AI(Doozer AI)의 공동 설립자 폴 차다는 “RPA가 정해진 선로를 따라가는 기차라면 AI 에이전트는 자율주행 자동차다. 다양한 경로와 상황에 적응하며 주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클리어스리서치의 수석 분석가 캐머런 마시는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이유를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예상치 못한 데이터를 만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RPA와 달리 AI 에이전트는 데이터를 해석하고 결과를 예측하며, 새로운 데이터로부터 학습하면서 의사결정을 내린다.
또한 차다는 AI 에이전트가 필요한 데이터, 워크플로우, 도구에 접근할 수 있는 경우에 적응형 특성을 통해 보험 심사원, 대출 담당자, 사례 관리자 업무처럼 전통적인 RPA가 처리할 수 없는 복잡하고 가변적인 작업을 처리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이미 세일즈포스의 에이전트포스(Salesforce Agentforce),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기반 자율 에이전트, 서비스나우의 AI 에이전트(ServiceNow AI Agent), 구글의 버텍스 AI 에이전트 빌더(Vertex AI Agent Builder), 아마존 베드록 에이전트, IBM의 왓슨x 에이전트 빌더 등 주요 소프트웨어 벤더가 데이터, 워크플로우, 도구에 접근 가능한 AI 에이전트 솔루션을 제공 중이며, 더 많은 벤더가 이런 솔루션을 출시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CIO는 지금 이 기술에 투자해야 할까, 아니면 기다려야 할까?
AI 에이전트의 발전은 초기 단계
소프트웨어 벤더는 AI 에이전트를 통해 사람의 개입 없는 자동화를 기업에 구현하기 쉽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업계 분석가와 전문가는 현재 출시된 초기 AI 에이전트 기술로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트너의 분석가 톰 코쇼는 10월 초 블로그에서 “현재의 LLM 기반 어시스턴트와 완전한 AI 에이전트 사이에는 큰 격차가 존재한다”라고 언급했다. 격차를 좁히려면 기업이 이를 구축, 관리, 신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코쇼는 2028년까지도 AI 에이전트가 기업 애플리케이션의 3분의 1에서만 사용돼 “일상 업무 결정의 15%만이 자동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데브컨설트캐나다의 수석 컨설턴트 마틴 베차드는 “AI 에이전트는 얼리어답터 단계에 있으며, 초기 제품에는 결함이 있다”라고 말했다.
톨라캐피탈의 그렉 세카렐리에 따르면 AI 에이전트의 광범위한 사용 적합성을 측정하기도 어렵다. 그는 “현재 업계의 최대 장벽은 작업에서 에이전트와 사람의 성과를 비교할 워크플로우별 벤치마크의 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OS월드(OSWorld)처럼 현재 사용 가능한 벤치마크가 매우 학술적 성격만 띤다면서 “이 주제에서 업계는 아직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다”라고 언급했다.
쉽지 않은 도입 과정
벤더는 AI 에이전트 도구를 쉽게 도입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이는 워크플로우에서 사람 의사결정권자를 대신하는 일만큼 간단하지 않다.
퓨처럼그룹의 CIO 실무 담당 부사장 디온 힌치클리프는 인간과 함께 작동하도록 설계된 RPA 워크플로우조차 AI 에이전트에 대응하려면 상당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정형 데이터 처리, 맥락적 결정 관리, 동적 상호작용 등 AI 에이전트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단순한 스크립트나 워크플로우 업데이트로는 쉽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무어 인사이츠 앤 스트래티지의 수석 분석가 제이슨 앤더슨의 경우 기업이 AI 에이전트 도입 전 상당한 엔지니어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AI 에이전트가 주어진 작업을 완료할 수 있는 컨택스트와 도구를 갖추는 데 필요한 서비스, API, 데이터, 제어를 적절하게 평가하고 에이전트 플랫폼에 노출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든디지털의 설립자 아닐 클리포드는 AI 에이전트가 기존 자동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기존의 자동화는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정확히 움직이는 반면, AI 에이전트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 유동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기업은 자동화에 대한 접근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그는 언급했다.
작업을 쉽게 만들기란 어려운 일
일부 플랫폼 벤더는 이미 로우코드/노코드 에이전트 개발 및 관리 플랫폼을 제공한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이런 플랫폼이 단순한 에이전트 구축이나 벤더 제작 템플릿 수정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퓨처럼의 힌치클리프는 “맞춤형 통합과 섬세한 의사결정 능력을 갖춘 복잡한 에이전트 제작에는 여전히 데이터 흐름, 머신러닝 모델 튜닝, API 통합에 대한 기술적 이해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플랫폼의 학습 곡선이 가파르며 마이그레이션에 많은 리소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시 역시 이 의견에 동의했다. 그에 따르면 뉴클리어스리서치가 인터뷰한 대부분의 기업은 특히 AI 에이전트의 규모 구현에 필요한 세부적인 조정 작업이 벤더 주장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언급했다.
무어의 앤더슨은 노코드 플랫폼이 다른 애플리케이션과의 작업용 커넥터 같은 통합 도구를 제공하지만, 복잡한 작업을 완료하려면 경험 많은 개발자나 엔터프라이즈 아키텍트의 백엔드 워크플로우를 먼저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거시 애플리케이션을 계속 사용하는 기업은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이런 시스템과 연결하기 위한 커넥터가 아예 없거나 기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구글의 클라우드 고객 엔지니어 슈루티 두막은 “레거시 시스템은 통합 과제 때문에 기존 기술 스택에 급격한 변화를 구현하기 어렵다. 오래된 소프트웨어로 운영되는 공장에 최신 슈퍼컴퓨터를 설치하는 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이나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더 쉽게 도입할 수 있다고 봤다.
적절한 도입 시기
데브컨설트의 베차드는 현 단계에서 AI 에이전트 지출이 실질적 투자라기보다는 미래 가능성에 대한 모험적 시도라고 봤다. 그는 AI 에이전트의 발전에 따라 승산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의사결정자들은 이 기술을 실험해봐야 한다. 단순히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혹은 초기 진입점을 확보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기술이 계속 발전한다면 초기 진입 여부가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조언했다.
산제이모의 수석 분석가 산지브 모한은 CIO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RPA가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면 AI 에이전트 투자는 불필요하며, 구현 결정 전에 먼저 사용 사례의 가치를 파악해야 한다고 그는 진단했다.
AI 에이전트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때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진단한 분석가도 있었다.
이든디지털의 클리포드는 AI 에이전트를 RPA의 대체가 아닌 보완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구조화되고 반복적인 업무에 대한 RPA 투자를 유지하면서 보다 복잡하고 맥락 의존적인 프로세스에 AI 에이전트를 점진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힌치클리프 역시 비용과 기업의 민첩성, 확장성, 운영 효율성 측면의 이점을 신중히 비교하라고 권장했다. 또한 RPA 벤더가 제공하는 AI 에이전트 기능을 확인할 필요도 있다. 기업의 자체 구현보다 더 안전하고 빠른 대안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이미 이 전략을 내세운 벤더에는 UI패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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