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는 최근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을 비공식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MS는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 중이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취소하며 인프라 투자에 한발 물러섰다. 이는 오픈AI가 고도화된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저장 장치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MS는 지금까지 오픈AI에 13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더 이상 모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양사는 독점적 파트너십 관계를 조정하면서 MS가 새로운 컴퓨팅 용량에 대해 우선권을 가지는 대신, 오픈AI는 MS 애저 외의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관계 변화가 단순히 두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컨설팅 기업 무어인사이트앤스트래티지(Moor Insights and Strategy)의 수석 애널리스트 앨빈 응우옌은 “이 사안은 생각보다 훨씬 큰 파장을 낳을 수 있다”라며 “기업이 AI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MS가 발을 빼면, 고객 입장에서는 선택지는 줄어들고 협상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요 공급자가 시장에서 발을 빼고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앞지른다면, 기업은 결국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잠재적인 ‘과잉 공급 상황’
금융 서비스 기업 TD 코웬(TD Cowe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새로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그 이유는 AI를 구동하는 컴퓨팅 클러스터의 공급 과잉 때문이라고 한다. TD 코웬은 앞서 2월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내보낸 적 있다. 당시 TD 코웬은 “MS가 수백 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임대를 취소했다고 밝혔으며, 수요 전망이 낮아지면서 과잉 공급 상태에 놓였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오픈AI는 컴퓨팅 파워를 높이고 하이퍼스케일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 저장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으로 4년간 미국 내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Stargate Project)’의 일환으로, 총 5,000억 달러(약 700조 원)가 투입될 예정이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분석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양사 간 독점 구조가 완화된 상황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무어인사이트앤스트래티지에서 데이터센터 컴퓨트 및 스토리지 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는 매트 킴벌은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스토리지 비용은 AI와 관련될 경우 매우 높다”라며 “데이터 저장량과 이동량이 늘어날수록 비용도 함께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 중 어디서 저장을 운영하는 것이 성능, 보안, 운영 효율 측면에서 더 나은지 분석해보는 것은 현재로선 당연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킴벌은 오픈AI가 직접 데이터센터 사업에 뛰어드는 결정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전력을 공급하며 운영하는 일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익숙하지 않은 분야”라며 “GPU, CPU, 아키텍처에는 능숙할 수 있어도, 설비 운영과 일상적인 데이터센터 관리 역량과는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MS는 올해 회계연도(6월 30일 종료) 안에 총 800억 달러(약 110조 원)를 데이터센터에 투자할 계획이며, 이 중 절반은 미국 내 프로젝트 또는 인프라에 사용될 예정이다. AI 전략에서도 완전히 물러선 것은 아니다. 응우옌은 “현재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MS가 오픈AI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AI 기술을 다시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시장 재편 신호?···기업 직접 구축 나설 수도
알리바바 그룹의 조 사이 회장은 최근 AI 붐에 따라 데이터센터 구축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버블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행보가 오히려 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응우옌은 “지금 상황이 단순한 둔화라고 보긴 어렵다”라며 “여전히 수요는 많고, 에너지와 공간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누가 미래의 AI를 운영하게 될지를 둘러싼 시장 재정비가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MS가 뒤로 물러나면 구글, 메타, AWS 등 다른 기업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선택지가 줄어들면 자연스러운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비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반면, 일부 기업은 데이터센터를 자체 구축하는 방향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성능 GPU는 매우 비싸고 구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일반 기업은 하이퍼스케일러와 달리 필요한 용량이 훨씬 적고, 데이터센터를 운영 거점 가까이에 두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응우옌은 “이런 상황으로 기업은 더 범용적인 모델 또는 더 단순한 AI 모델을 쓰게 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정교한 모델일수록 더 많은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응우옌은 “이번 변화는 AI 인프라 전반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며 “어느 정도의 비용을 들여야 하고, 어느 정도의 전력과 냉각이 필요한지 다시 따져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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