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최대 걸림돌 ‘IT 통합’··· 에어캡이 300억 달러 인수 과정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

항공기 리스는 항공사가 항공기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 대여 형태로 사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를 통해 항공사는 초기 구매 비용을 줄이고, 수요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에어캡(AerCap)은 항공기 리스 산업을 이끄는 주요 기업이다.

에어캡이 2021년 제너럴 일렉트릭 캐피탈 항공 서비스(GE Capital Aviation Services, 이하 GECAS)를 인수했을 당시, 이 대담한 행보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에어캡의 CEO 앵거스 켈리(Aengus Kelly)는 항공기 리스 산업에서 두 선도 기업을 통합하는 약 300억 달러(약 40조 원)에 달하는 이 M&A가 팬데믹으로 침체된 시장에서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을 표현했다. . 시장 변동성이 투자 기회라는 재무적 원칙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현재 에어캡은 740억 달러(약 100조 8,00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300개의 고객사를 두고 있으며, 사상 최대 수익을 기록 중이다. 이러한 성장은 두 IT 부서를 통합하는 과정을 포함한 복잡한 절차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덕분이었다.

에어캡의 CIO 요르그 코레츠키는 GECAS 인수 6개월 전에 통보를 받았다고 회상하며, 복잡한 기술을 통합하기 위한 큰 결정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고 언급했다. 에어캡이 주로 ‘구매 후 구축’ 전략을 채택한 반면, GECAS는 모기업 GE의 백오피스 인프라와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아마존이 제공하는 상용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고 있었다.

코레츠키는 통합 후 확장된 비즈니스를 위한 단일 IT 환경 구축에 필요한 여러 요소를 선택해야 했다. 그는 신속하고 단호하게 행동했다. 코레츠키는 “시스템 관련 결정은 최대한 빨리 내려야 하며, 분석 과정에 발이 묶여서는 안 된다”라며 “에어캡의 장점은 IT뿐 아니라 비즈니스 전반에서 CEO가 우리와 같은 생각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하나의 회사,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신속한 의사결정에는 자신감과 경험이 필요했다. 코레츠키는 폭스바겐, E.ON 등에서 쌓은 CIO 경력을 통해 이를 갖출 수 있었다. 인수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그는 합병 뒤 CIO 자리가 자신과 GECAS CIO 중 누구에게 돌아갈지 확신하지 못했다. 이에 코레츠키는 상대 CIO와 협력하기로 했다. 그는 “우리 둘 중 한 명만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미래의 회사를 위해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서로 경쟁하거나, 협력하여 한 사람이 이를 실행할 기회를 얻고 다른 한 사람이 존중받는 처우를 받도록 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두 CIO는 모두 성과 중심 문화에서 이사회에 책임을 져야 했고, 기술보다 인재가 더 중요하다는 신념을 공유했다. 그들은 협력하여 통합 IT 환경의 기반을 마련했고, 결국 코레츠키가 운영 책임자로 선임됐다.

비즈니스 전략이 IT 의사 결정을 주도

비즈니스 우선주의 및 실용주의는 코레츠키가 갖고 있는 사고방식의 핵심이다. 그는 “에어캡의 전략은 M&A로 성장하며 세계 최대 항공기 임대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IT를 위해서가 아닌 비즈니스를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항상 기억한다. IT 담당자의 생각보다는 비즈니스 전략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소가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통합 초기에 두 회사의 IT 환경은 크게 달랐다. 코레츠키는 2015년 CIO로 영입된 이후 에어캡의 여러 기술 혁신을 이끌었다. 에어캡은 2014년 첫 인수합병(2014년 인터내셔널 리스 파이낸스 코퍼레이션를 인수)를 완료했고, 본사를 네덜란드 스키폴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전했다. 코레츠키는 이전을 계기로 IT 환경을 소규모 데이터룸에서 확장성이 뛰어난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을 세웠다. 당시 에어캡 경영진은 퍼블릭 클라우드의 공유 인프라를 우려해 비즈니스 운영에 두 개의 데이터센터를 사용했다.

코레츠키는 3년마다 전략을 검토하며, 2018년에는 클라우드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확장성이 공격적 성장 기업에 큰 이점이란 점을 인식했지만, 플랫폼의 강점과 재무적 타당성을 입증해야 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운영비와 구매 비용이 대체로 클라우드 운영비와 비슷해야 한다”라며 “클라우드의 장점은 시스템 업그레이드 시 프로젝트 비용이 불필요하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기반이었고 사내 소프트웨어 개발에 .NET을 사용했기에 애저가 선택됐다. GECAS 인수 이전부터 진행 중이던 마이그레이션은 더욱 복잡해졌다. 레거시 시스템의 데이터 이전과 문서 관리 프로세스의 애저 마이그레이션이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GECAS의 오라클 ERP 시스템은 업그레이드되어 현재 서드파티 오라클 파트너가 관리하는 애저에서 운영 중이다.

GECAS에서 이어받은 핵심 애플리케이션은 여전히 아마존에서 호스팅되며, 사내 개발자가 지원한다. 즉, 코레츠키는 사실상 멀티 클라우드 환경을 관리하고 있다. 그는 이것이 애저로의 이전을 위한 준비 단계임을 인지하고 있다. 그는 “적절한 시기에 이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GE 프로세스를 에어캡 프로세스에 적용한 후에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간 마이그레이션은 저렴하거나 쉽지 않다. 하지만 내부 팀이 서로 다른 기술로 경쟁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단일 클라우드 제공업체로의 이전은 기술적 이유가 주도한다. 우리 팀은 60명이며, 하나의 기술 기반만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자산 데이터베이스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연결성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가진 아마존 개발자를 유지하고 재교육할 계획이며, 기술보다 인재가 중요하다는 신념을 재확인했다. 그는 “기술은 IT 조직 운영의 핵심 요소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기술은 구매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비즈니스 분석가와 프로젝트 관리자”라고 설명했다.

분석과 AI로 의사결정 가속화

앵거스 켈리 CEO가 에어캡을 데이터 기업이라고 공언한 것처럼, 코레츠키의 미래 계획 중 상당 부분은 데이터 분석에 집중되어 있으며,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데이터베이스 내 잠재 지식을 발굴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작년 마이크로소프트 패브릭 출시 당시, 그는 애저에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보통 코레츠키는 신제품의 버그를 경계하지만, 패브릭은 기존 마이크로소프트 구성요소를 재활용하고 데이터 분석을 서비스로 제공하기에 안심하고 가입해 아일랜드 최초의 패브릭 고객이 됐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제품을 연결하는 데 매우 영리하다. 덕분에 별도의 아키텍처를 구축할 필요가 없었고, 단순히 그들의 서비스를 구독했다”고 전했다.

패브릭에는 AI 구성요소가 포함되어 있지만, 에어캡의 AI 활용 확대는 여전히 평가 중이다. 코레츠키는 기술 분야의 최신 트렌드에 대해 확고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는 “AI는 반드시 통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AI는 확률적 시스템이지 결정론적 시스템이 아니다. 지난 40년간 우리는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며 같은 질문에 동일한 답변이 반복될 것이라 믿도록 훈련됐다. 하지만 AI는 다르다. AI는 확률적 시스템이며 환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성형 AI와 기존 데이터 분석을 위한 머신러닝을 구분한다. 후자는 지속적인 위험 분석이 필요한 비즈니스에 특히 매력적이며, 그는 비즈니스가 더 나은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도록 워크플로우에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시 한번, 이는 비즈니스 지원이 목적이다. 그는 “우리는 비즈니스에 참여하고, IT 팀은 재무팀, 인사팀과 함께하며, 나는 매일 사무실을 순회한다”고 설명했다. “나는 경영위원회 동료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한다.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해야만 ‘다른 보고서 작성을 고려해보셨나요?’ 또는 ‘그 과정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은 어떨까요?’라고 제안할 수 있다”고 전했다.

코레츠키가 제공하는 모든 것은 비즈니스 중심일 수 있지만, 적절한 예산 배정과 현실적인 납기, 이사회 승인이 필요하다. CEO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하향식 이니셔티브가 아니라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합병을 추진하는 모든 기업에 경고도 전했다. “1년 안에 이런 작업을 하려 하고, 기업이 어떤 시스템을 사용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면, 앞으로 5년간 계속해서 문제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