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대다수는 시공 관리, 설계 관리, 견적 관리 등에서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업무 프로세스를 도입하며 활발한 디지털화를 추진해 왔다. 주로 내부 임직원을 위한 디지털 프로젝트로 기존 핵심 사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삼성물산도 오랜 기간 디지털 혁신을 추진해왔으나 최근 전통적 DX에서 한 발 더 진화된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바로 ‘플랫폼’을 신사업 영역에 접목하고 구독 서비스나 B2B 기술 판매 등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이다.
다소 의외로 보이지만, 건설사에 플랫폼 투자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건설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DX를 통해 플랫폼 개발에 필요한 각종 기술 인프라를 이미 구축해 놓았다. 최종 사용자에 해당하는 아파트 또는 오피스 입주민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MZ세대가 주요 부동산 구매층으로 부상했을 뿐 아니라, 중장년층도 스마트폰 기반 생활 서비스에 익숙해지면서 거주 공간의 디지털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또한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2025년에도 건설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높은 대출 금리로 인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건축 수요 감소와 주택 미분양 증가라는 이중고 속에서, 건설사에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플랫폼을 이런 상황의 타개책으로 삼았다. 2023년 삼성물산은 주거용 플랫폼 ‘홈닉(Homeniq)’을 출시해 아파트 거주 경험을 혁신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오피스용 빌딩 관리 플랫폼 ‘바인드(Bynd)’를 출시하며 스마트 빌딩 시장에도 진출했다. 입주민은 이런 플랫폼으로 관리비 납부, 주차 관리, 시설물 수리 신청부터 IoT 기기 기반 에너지 사용량 확인, 커뮤니티 소식까지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모바일 앱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삼성물산이 플랫폼 개발에 투자하자, 최근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유사한 앱 서비스 출시를 검토하는 곳이 늘고 있다. 다만 중소 건설사는 현재의 건설 경기 침체와 수주 실적 부진으로 인해 디지털 기술 투자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서 삼성물산은 자사가 개발한 플랫폼을 SaaS 형태로 타 건설사에 개방하며, 건설 업계 전반의 스마트 기술을 선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홈닉과 바인드 같은 건설사 플랫폼의 확산은 건축물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좋은 건축물’의 기준이 외관의 심미성을 넘어, 공간 내 사용자 경험의 편의성과 일상생활과의 연계성으로 확장될 수 있다. 마치 스마트폰이 하드웨어 스펙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완성도와 사용자 경험으로도 그 가치를 평가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건설사 인력의 풍경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건설사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빌더’를 넘어 혁신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로 진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시공 인력은 물론 혁신을 이끌 소프트웨어 인재 채용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 조혜정 부사장은 삼성전자를 거쳐 현재 삼성물산 건설부문 DxP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건설업의 경계를 확장하고 신수익원을 만들어 내는 데이터 기반의 공간 경험 플랫폼 사업을 기획, 개발하여 상용 출시하는 일을 이끌고 있으며,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인 퓨처스케이프(FutureScape)을 통해 스타트업과의 상생 생태계도 만들어 가고 있다.
정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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