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65억 달러(한화 약 9조 5,000억 원)에 암페어 컴퓨팅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암페어는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센터용 CPU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이번 인수로 소프트뱅크는 빠르게 성장하는 Arm 기반 서버 프로세서 시장에서 자사의 영향력을 크게 확대할 전망이다.
이번 거래는 오라클과 칼라일이 암페어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주요 클라우드 업체들이 기존 x86 아키텍처를 넘어 대안을 모색 중인 만큼, 이번 인수는 성장 중인 AI 최적화 프로세서 시장에서 소프트뱅크의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손정의는 성명을 통해 “인공 초지능의 미래에는 획기적인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다. 암페어의 반도체 및 고성능 컴퓨팅 전문성은 이 비전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미국 내 AI 혁신을 지원하겠다는 소프트뱅크의 의지를 더욱 강화한다”라고 설명했다.
테카크(Techarc)의 설립자이자 수석 분석가인 파이살 카우사는 소프트뱅크가 AI 개발에서 칩셋의 중요한 역할을 인식하고 유망한 기술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패턴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컴퓨팅의 전략적 의미
암페어는 최대 192개 코어를 갖춘 2023년 ‘울트라’ 모델과 최근 발표한 512개 코어의 ‘암페어원 오로라’와 같은 멀티코어 CPU를 통해 서버 프로세서 분야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했다. 암페어 프로세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알리바바, 텐센트 등 주요 클라우드 제공업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소프트뱅크의 포트폴리오에는 흥미로운 역학 관계가 형성됐다. 소프트뱅크가 Arm 아키텍처 개발 기업인 Arm과 주요 팹리스 기업인 암페어의 지분 모두를 보유하게 됐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년 Arm을 3조 3,000억 엔(약 32조 원)에 인수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 발표에 따르면 암페어는 다른 그룹 계열사와 협력해 잠재적으로 Arm 기반 컴퓨팅 솔루션 생태계를 구축할 전망이다. 네이버와의 합작사인 LY,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 다양한 AI 스타트업 등 소프트뱅크 계열사 전반으로 협업이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분석가들은 소프트뱅크가 계열사에 암페어 프로세서를 성공적으로 도입한다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x86 아키텍처 이탈이 크게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Arm의 서버 전략은?
다만 소프트뱅크가 서버 CPU 부문에서 잠재적으로 경쟁 관계에 놓인 Arm과 암페어에 대한 투자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Arm은 최근 메타와 자체 서버 프로세서 계약을 맺고 칩 판매 비즈니스에 진출한 바 있다. 이는 퀄컴, 엔비디아와 같은 기존 Arm 고객과 직접 경쟁하게 되는 중대한 전략적 전환이었다.
카우사는 “기술 라이선스 시장에서 한 기업이 제공자이자 경쟁자가 되는 경우, 선점자의 이점 외에는 특별한 혜택 없이 경계가 명확하게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Arm은 암페어를 특별히 우대하기보다 중립적인 라이선스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대규모 고객사를 소외시킬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분석가들은 Arm이 클라우드 대기업을 위한 맞춤형 설계에 집중하고, 암페어가 더 표준화된 서버 프로세서 시장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추측했다. 또는 양사를 합병하거나 인텔, AMD와 같은 기존 업체에 대항하는 통합 전략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카우사는 “Arm이 현재 에너지 효율적인 프로세서 아키텍처 설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불변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잠재적인 변곡점에 접근하고 있으며, 향후 3~5년 내에 오픈 AI가 AI 환경을 변화시켰던 것과 같이 근본적인 혁신이 나타날 수도 있다. 소프트뱅크는 프로세서 아키텍처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하면서 Arm 프로세서에 대한 투자를 극대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분석가들은 또한 데이터센터 시장이 전력 효율성과 AI 처리 기능을 갖춘 Arm 아키텍처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소프트뱅크의 이중 투자가 상당한 시장 점유율 확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 영향과 경쟁 환경
이번 인수는 지금까지 인텔의 x86 아키텍처가 이끌어 온 서버 프로세서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분석가들은 소프트뱅크가 이번 인수를 통해 Arm 기반 서버 시장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사이버미디어 리서치의 산업 연구 그룹 부사장인 프라부 람은 “암페어 인수로 소프트뱅크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비전을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암페어의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Arm 기반 CPU는 데이터센터와 AI 부문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소프트뱅크의 비전에 부합한다. 이는 소프트뱅크의 과거 Arm 인수를 보완할 뿐만 아니라,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및 오픈AI와의 합작 투자에 있어서도 조화를 이룬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람은 소프트뱅크가 암페어와 Arm을 모두 소유한 상황에서 “라이선스 정책과 반도체 생태계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라고 지적했다.
에버레스트 그룹의 선임 분석가인 라치타 라오는 소프트뱅크가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걸친 라이선스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업계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Arm의 라이선스 구조를 중립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암페어가 Arm의 고급 IP에 대한 특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다. 이런 요인으로 인해 프로세서 제조업체들이 대체 아키텍처를 모색하게 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Arm 아키텍처에서 벗어나려면 상당한 자원과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기업 및 클라우드 업체는 에너지 효율성과 특화된 AI 가속 기능을 점점 더 우선시하고 있으며, 이는 Arm 기반 설계가 상당한 이점을 입증한 분야다. 암페어는 자사 프로세서가 비슷한 x86 솔루션에 비해 와트당 최대 50%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재무 전망 및 업계 반응
업계 전문가들은 65억 달러라는 인수 금액이 상당히 높지만, AI 워크로드가 폭발적인 성장 궤도를 유지한다면 전략적 거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들은 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인텔은 최근 에너지 효율적인 프로세서 로드맵을 가속화했고, AMD는 EPYC 서버 프로세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 고객사에게는 이번 인수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서버 프로세서 분야의 혁신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핵심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소프트뱅크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뱅크의 생태계와 연계되지 않은 클라우드 업체는 필수 프로세서 기술 확보를 위해 점점 더 경쟁사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
라오는 “65억 달러의 암페어 인수는 차세대 AI 인프라 기반으로서의 Arm 아키텍처에 대한 소프트뱅크의 자신감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번 투자는 Arm의 에너지 효율적이고 확장 가능한 설계가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환경에 즉각적인 이점을 제공한다는 전략적 확신을 반영한다. 특히 특수 가속기나 양자 컴퓨팅처럼 아직 개발 중인 기술들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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