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AI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앤드류 응(Andrew Ng)은 최고 인공지능 책임자(CAIO)라는 직위의 신설할 이유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이 임원의 특징과 책임 범위 등에 대해 논했다.
당시 CAIO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다소 어처구니없게 느껴졌다. 일부 틈새 업종이면 몰라도 기업 대부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관점이 대세였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지능형 도구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산업에서 CAIO가 주요 기술 경영진 역할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생성형 AI와 머신러닝이 비즈니스에 빠르게 통합되면서, AI의 배치와 관리를 담당하는 이 임원은 순식간에 확산했다. 2023년 9월에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CIO의 53%는 조직에 AI 책임자 직책을 개발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이 중 거의 절반이 이 직책이 최고 경영진 팀의 일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에 파운드리가 실시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미드사이즈 기업과 대기업 중 11%가 이미 이 직책을 두고 있었고, 21%는 이를 채울 사람을 찾고 있었다. 2024년 백악관은 정부 기관에 CAIO를 임명하라는 명령을 발표했다.
파운드리의 2025 CIO 현황 조사에 따르면, 현재 14%의 조직이 CAIO를 고용하고 있으며, 그 중 40%는 CEO에게 직접 보고하고 24%는 CIO에게 보고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IT 리더 중 17%,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14%, 북미 지역의 11%가 조직에 CAIO가 있다고 대답했다. CAIO의 확산이 특정 지역에 국한된 현상인 것은 아닌 셈이다.
스페인처럼 CAIO 배포가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IT 리더들은 CAIO의 확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스페인 페이지 그룹의 기술 담당 수석 이사인 이니고 페르난데스는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다. 많은 회사들이 현재 이 임원을 두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를 전망이다. 5년 전만 해도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최고 데이터 책임자(CDO) 역할이 현재 많은 대기업에 존재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AI CDO의 역할이 증가할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CAIO들의 이야기
프랑스의 다국적 제약회사 사노피는 AI를 회사의 전략적 기둥 중 하나로 간주하고 AI 임원을 선임한 조직이다. AI와 함께 고급 분석, 데이터 과학을 책임지는 조르디 에스카욜라 글로벌 헤드는, 몇 년 안에 이 직책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인공지능 활용 방법을 중앙 집중화하고, 조직화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조직 전체가 AI를 최적으로 채택하고 사용 사례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스페인 디지털 경제 협회(Adigital)의 AI 담당 이사 후스토 이달고는 CAIO 직책을 신설하는 데 따른 부가적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이 기술적 도구로 인식되는 것을 멈출 수 있게 해준다. 인공지능은 기술적 도구가 아니며, 비즈니스 목표에 부합하는 전략적 기둥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이스라엘을 담당하는 IBM의 AI 및 데이터 관리자 하코보 가르나초는 CAIO의 실제적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사용 사례나 AI 전략을 정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효과적인 구현이 필요한 시기다. CAIO는 AI 기술의 개발, 전략, 구현을 감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즉 CAIO의 책임은 거버넌스와 규제 준수부터 기업 문화에 AI 통합하기, 외부 기회 모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가르나초와 이달고는 설명했다.
이달고는 “AI가 조직 내 관련성이 높은 영역에 침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사일로(silo)를 만들지 않고서다. 이를 위해 CAIO는 부서 간의 협업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덴츠의 최고 혁신 및 AI 책임자인 소니아 카사도도 CAIO라는 직책을 설명함에 있어 기술 영역과 AI 영역의 구분에 동의했다. 그에 따르면 이것이 CAIO의 역할을 CIO나 CTO, CDO 등과 구별하는 핵심이다. 그녀는 “데이터의 품질과 거버넌스를 보장하는 영역과 데이터에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영역은 서로 다르다. 즉, 지능형 알고리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인공지능 분야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페이지 그룹의 페르난데스는 그러나 CAIO 직책의 조직도상 위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CDO에게 보고하는 경우도 있으며, CIO에게 보고하는 경우도 흔하다. “많은 경우 이 직책이 ‘비즈니스 파트너’ 스타일로 만들어지고 있다. 제품을 이해하고, 어떤 요구가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다”라고 그는 말했다.
카사도는 이에 더해 “CIO와 비교해 CAIO는 비즈니스에 좀더 밀접하다. 지속적인 효율성 창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지속적인 도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기업 각처 사람들과 매우 가까운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CIO와 CAIO의 관계
변화하는 신기술의 세계에서는 조직 구조 또한 지속적으로 변화하기 마련이다. 회사에 따라 AI 임원이 필요할 수도,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노피의 에스카욜라는 “정답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기업이 속한 분야, 시장, 비즈니스의 복잡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고급 AI를 지향한다면 다양한 수준의 전문 프로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조직 구조에 AI 총괄을 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소규모 회사라면 일부 기능을 CIO가 맡을 수 있지만, 오늘날 AI의 범위는 전통적인 기술 관리를 넘어선다”라고 말했다.
가르나초는 이에 동의하면서, “덜 성숙한 AI 개발 환경에서는 CIO가 CAIO의 역할을 맡을 수 있겠지만 AI의 복잡성과 범위가 커질수록 CAIO의 전문성이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다. AI와 그 과제는 특정한 리더십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서도 기술적 기반은 CIO가 담당하지만 비전을 추진하는 인물은 CAIO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AI 책임자의 등장은 다른 직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르나초는 “책임 범위가 아직 완전히 정의되지 않았다. CIO, CDO, CTO, 심지어 CISO의 기능과 겹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덴츠의 AI 책임자 카사도는 자신의 직무를 빗대 설명했다. 그는 “내 직무의 핵심은 기술과 맞닿아 있지만 나는 CTO가 아니다. 기술을 사용해 어떤 환경이나 아키텍처에서 인공지능을 실행해야 효율적이고 확장 가능하도록 하는지 파악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건은 알고리즘의 다양한 유형에 대한 심층적인 지식이지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가 아니다. 그것이 인공지능 관리자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이달고는 “간단히 말하자면 CAIO는 AI의 전략적, 윤리적 비전을 주도한다. CIO는 인프라를 제공한다. CDO는 데이터를 제공한다. CTO는 제품에 대한 기술적 통합을 제공한다. 하지만 각 회사에 적용하기는 매우 복잡한 개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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