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아마존은 봉쇄 조치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채용을 급격히 확대한 바 있다. 이후 전면 원격근무 체제를 지원하려는 다른 기업들도 잇달아 채용에 나서면서 IT 업계의 채용 규모와 연봉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마존을 비롯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IT 기업들은 2022년 한 해 동안 10만 명 이상을 정리해고하며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환경에 다시 적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불과 3년 만에 AI가 IT 업계 채용을 뒤흔드는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이제 기업들은 AI 인재와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직원을 감축하고 있다.
PwC의 2025년 글로벌 AI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이제 모든 산업 분야에서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AI에 많이 노출된 산업군은 적게 노출된 산업군보다 임금 상승률이 2배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AI 역량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으며, 그 수요는 비AI 역량보다 66%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도 2.5배 높은 속도다.
업계가 급격한 전환기를 겪는 가운데 직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많은 IT 전문가들은 AI로 인해 자신의 역량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 중이며, 대다수는 고용주가 향후 성공에 필요한 AI 교육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봤다.
최근 연이어 발표된 AI 관련 정리해고 소식은 직원 불안감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이에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AI 중심의 장기 전략이 자리 잡아가면서 일시적인 인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오히려 구조조정을 후회하며 교훈을 얻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IT 업계는 전환 중
이달 초 아마존 CEO 앤디 재시는 AI가 더 많은 작업을 자동화함에 따라 전체 직원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아마존은 물류센터에서 로봇을 운영하고 있으며, 재고 및 수요 예측 등 일부 운영에 이미 AI를 도입하고 있다. 아마존은 정리해고 사유로 AI를 제시한 대기업 중 최근 사례에 해당한다.
아마존의 경우 AI 중심의 운영을 위해 전체 인력 구조를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기업들은 AI 역량을 갖춘 새로운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직원을 감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메타는 지난 2월 3,600명 이상을 정리해고하며 AI 전략에 필요한 인재 채용에 자금을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이런 조정을 통해 AI 개발에 예산을 집중하고, 더 ‘우수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세일즈포스가 AI 역할 강화를 위해 1,000명을, 델이 AI 기반 인프라로 전환하기 위해 2,500명을, 인텔이 AI 중심의 컴퓨팅 및 반도체 혁신을 위해 1만 5,000명을 감원했다.
거의 모든 분야의 기업들이 AI 전략을 강화할 수단을 모색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AI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일부 이사회는 IT 직위를 포함한 역할을 AI로 대체할 것을 CEO에게 요구하고 있다.
CIO닷컴의 ‘2025 CIO 현황 조사‘에 따르면, IT 리더의 53%는 가까운 시일 내 AI가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전히 많은 업계 전문가가 AI가 사람의 업무를 보완할 것이라고 믿지만, AI 도입을 정리해고 사유로 내세우는 기업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MS는 지난 5월 2,000명 규모의 정리해고를 단행했으며, 그중 40%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 CEO 사티아 나델라는 일부 프로젝트에서 전체 코드의 30%를 AI가 작성 중이라고 밝혔고 CTO 케빈 스콧은 이 수치가 2030년까지 95%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크리테리아(Criteria Corp)의 CTO 크리스 데이든은 “MS의 정리해고는 기술 대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관련 직종을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AI 우선순위에 맞춰 인력 구조를 재편성’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술 전문가들은 공황 상태에 빠지기보다는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반복적인 코딩과 중간 단계의 프로젝트 작업은 점점 줄어들겠지만, AI 시스템을 설계하고 통합하며 평가할 수 있는 엔지니어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러 전문가는 최근 정리해고 흐름을 AI 시대에 대비한 시장 재편 과정으로 보고 있다. 기업이 향후 어떤 역량을 갖춘 인재를 채용해야 할지 명확히 파악하게 되면 채용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네이트 수다는 최근의 정리해고를 “AI 중심의 수익 모델로 전환하기 위한 ‘인재 재편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지원 인력이 줄어드는 건 이상적이지 않지만, 현재 기업의 핵심은 AI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 전략 실행팀’을 확대하는 데 있다”라고 분석했다.
수다는 “올해의 AI 기반 구조조정은 인적 자본 포트폴리오를 재배치하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경제적 가치가 AI보다 아래로 떨어진 역할은 줄이고, 같은 기술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역할은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량 기반 채용 추세
현재 나타나고 있는 주요 변화는 기업이 지원자의 직무 적합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로버트하프(Robert Half)의 기술 인재 솔루션 부문 운영 사장인 조지 덴링거는 기업이 ‘전통적인 학위나 자격’보다 실제 기술 역량에 더 집중해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기존 학위 중심 교육은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요구되는 역량이 변화하면서 기존 직책의 무게감도 약해지고 있다. 기업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를 학습할 의지를 갖춘 유연한 IT 인재를 원한다”라고 설명했다.
덴링거는 또한 “AI가 일상 업무에 자리 잡을수록 비판적 사고, 소통, 협업 등 사람 고유의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AI가 일부 IT 업무를 대체하고 자동화하더라도 AI를 통합 관리할 새로운 역할은 계속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따라갈 수 없는 요소들이 항상 존재할 것이며, 그 과정에는 반드시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기업은 여전히 기술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팀 간에 원활하게 협업할 수 있는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수요가 높은 신기술 역량에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NLP) 등이 꼽힌다. IT 전문가가 새로운 채용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현재 역할에 맞는 AI 기술과 비판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연결하고 이를 개발 및 입증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기업, 해고 단행한 뒤 ‘후회’하기도
초기 조사에 따르면 AI 중심의 인력 감축을 후회하고 있는 기업도 나타났다. 오그뷰(Orgvue)가 중대규모 기업의 C레벨 및 고위 임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5%는 AI 도입 과정에서 잘못된 감원 결정을 내렸다고 응답했다.
너무 성급한 감원은 AI 기술을 학습하려는 의지가 있는,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인재를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경영진의 25%는 AI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으며, 30%는 자동화로 위협을 받을 역할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실수를 통해 빠르게 배우고 있는 기업 리더도 많았다. 응답자의 80%는 현재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직원을 재교육할 계획을 수립했으며, 41%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교육 및 개발 예산을 증액했다고 답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AI 도입의 성공을 위해서는 인적 자본 유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외부에서 AI 인재를 새로 영입하기 위해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기보다는, 기존 직원의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AI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크리테리아의 데이든은 “기술은 빠르게 진화할 수 있지만, 맥락, 판단력, 공감 능력, 그리고 방향성을 제공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인적 자원을 두는 일은 AI와 함께 성장하며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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