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과 오픈AI가 각기 독립적으로 추진 중인 새로운 AI 교육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AI 기술이 기업 현장에서 사용자들의 사고력을 떨어뜨리고 비판적 사고를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가운데, 이들 AI 기업은 오히려 학습을 유도하는 새로운 도구를 선보이며 흐름을 반전시키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들은 고등교육 환경의 변화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그 영향력은 대학을 넘어 기업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두 AI 기업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학습, 기억력 강화, 비판적 사고 중심의 AI 활용이다. 이러한 접근은 점점 더 AI를 업무에 통합하고 있는 기업 환경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최근 연구에서는 AI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 직원들의 사고 능력이 점차 약화되는 ‘인지 위축(cognitive atrophy)’ 현상이 발생한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학습 중심의 접근법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학습 중심 설계, 기업에도 이점 제공
앤트로픽은 최근 자사 AI 어시스턴트에 ‘러닝 모드(Learning Mode)’를 새롭게 도입한 ‘클로드 포 에듀케이션(Claude for Education)’을 발표했다. 이 기능은 단순히 정답을 제공하는 대신 문제 해결 과정을 안내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사고력 향상을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소크라테스식 문답 기법을 활용해 사용자가 스스로 사고하고 문제를 풀도록 유도한다.
앤트로픽은 “러닝 모드에서 클로드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문제 해결 방식을 스스로 생각하도록 이끈다. 예를 들어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겠는가?’라고 질문해 사고 과정을 유도한다”라고 설명했다.
오픈AI 역시 1년 넘게 교육에 특화된 AI 도구를 개발 중이다. 챗GPT 에듀(ChatGPT Edu) 이니셔티브를 통해 미국과 캐나다 대학생에게 챗GPT 플러스(ChatGPT Plus)를 5월까지 무료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넥스트젠AI 컨소시엄(NextGenAI Consortium)을 통해 15개 대학과 협력해 5,000만 달러(약 730억 원) 규모의 AI 연구에도 투자하고 있다.
처음에는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러한 설계 철학은 기업용 AI에도 적용 가능하다. 인간의 전문성과 지식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존하는 방향의 AI 구현 모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 과의존으로 인한 전문성 약화
기업 리더 사이에서 우려해온 것처럼, 실제 연구 결과도 AI 과의존이 비판적 사고력을 저하시킨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카네기멜론대학교가 공동 수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AI 도구에 지속적으로 의존하는 전문가일수록 독립적인 추론을 점차 줄이게 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 연구는 생성형AI에 대해 “기술을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보존해야 할 인지 능력이 약화된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 반복 업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국가경제연구소(NBER)는 AI가 직원의 역량 수준에 따라 영향을 다르게 미치며, 특히 고숙련 인력일수록 안일한 사고에 빠질 위험이 높다고 분석했다.
컨설팅 기업 에베레스트 그룹(Everest Group)의 실무 책임자 아비비약티 센가르는 “AI는 정답을 빠르게 찾는 지름길이 아니라, 더 나은 사고를 위한 발판이어야 한다”라며 “기업이 챗GPT나 클로드 같은 도구를 도입하면서 팀원들이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조직 내 암묵지가 점차 사라지는 ‘전문성 침식’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교육용 AI 설계가 기업에 주는 변화
AI 교육 이니셔티브의 핵심 설계 원칙을 살펴보면, 기업이 직면한 문제와의 연관성이 명확해진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모두 기업 내 효율성보다 인간 중심의 역량 개발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AI를 설계하고 있다. 이는 기존 업무 연구에서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다.
앤트로픽의 러닝 모드에서 사용되는 소크라테스식 문답 기법과 오픈AI가 추구하는 깊이 있는 상호작용은 단순히 정답을 제공하는 도구에서, 인간의 사고를 확장하는 방향으로의 근본적인 설계 전환을 의미한다.
센가르는 “인지 위축을 막기 위해서는 AI와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 설계가 필요하다. AI의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대신, 팀원들이 이를 검토하고 의문을 제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오토파일럿’이 아니라 ‘코파일럿’으로 활용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서, 교육형 AI 모델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기법을 기업이 도입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비판적 사고를 유도하는 소크라테스식 질문, 정답을 즉시 제공하는 대신 정보를 점진적으로 공개하는 방식, 그리고 결정에 대한 근거를 설명하도록 요구하는 절차 등이 포함된다. 이는 모두 교육 환경에서 실험되고 있는 방식이지만, 기업 내 지식 유지와 같은 실제 업무 환경에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일터의 미래를 위한 교육
학생들이 AI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향후 이들이 업무 현장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시점에서 마련되는 교육 모델은 AI를 사고력 증진 도구로 활용하는 새로운 세대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지식의 축적과 유지가 중요하다면, 이러한 교육형 AI 설계는 의미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비판적 사고를 억제하기보다 자극하는 방향으로 AI 시스템을 설계한다면, 디지털 기억 상실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센가르는 “이러한 설계 원칙이 없다면, 우리는 더 빠르지만 더 똑똑하지는 않은 인력, 그리고 이해보다는 산출물에만 집중하는 시스템을 만들 위험에 처하게 된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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