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규 기능은 오라클이 기존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내놓은 전략 중 하나로, 소프트웨어 벤더들이 에이전트 기반 기능을 강화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컨설팅 기업 무어인사이트앤스트래티지(Moor Insights and Strategy)의 수석 애널리스트 박현은 “오라클의 AI 에이전트 스튜디오의 출시는 생성형AI 중심의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플랫폼이 에이전트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라며 “이제 모든 주요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은 자체적인 에이전트를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박의 분석처럼, 생성형AI를 기반으로 한 에이전트는 차세대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8년까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의 약 33%에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4년 기준 1% 미만에서 급증하는 수치다.
또 다른 조사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전 세계 AI 에이전트 시장 규모가 2024년 54억 달러(약 7조 9,000억 원)로 추정되며,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45.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성장세는 자동화 수요 증가, 자연어처리(NLP) 기술의 발전, 그리고 소비자 맞춤형 경험에 대한 수요 확대 등이 주요 요인이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서비스나우, 세일즈포스, 워크데이, AWS,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소프트웨어 벤더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은 에이전트 중심 기능 강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기술 컨설팅 기업 웨스트 먼로(West Monroe)의 기술 및 경험 부문 파트너인 캠 크로스는 오라클이 다른 SaaS 리더 및 소프트웨어 벤더처럼 사용자 경험 방식을 재정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로스는 “오라클은 AI를 워크플로우에 통합해 업무를 자동화하고 기능을 확장함으로써, 사용자가 제품을 더 쉽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라며 “이러한 전략은 오라클의 기술 스택 경쟁력을 높이고, AI 역량을 벤더 선정 기준으로 삼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퓨처럼그룹(Futurum Group)에서 CIO 분야를 총괄하는 디온 힌치클리프는 오라클이 퓨전 애플리케이션의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AI 에이전트 스튜디오를 도입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AI 기반 자동화를 직접 통합하고 이를 추가 비용 없이 제공함으로써 퓨전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높은 가치를 지닌 생태계로 남게 된다”라며 “고객이 AI 에이전트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더 많은 기능을 구축할수록 퓨전 애플리케이션과, 나아가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템플릿과 50개 이상의 에이전트 내장한 AI 에이전트 스튜디오
오라클의 AI 에이전트 스튜디오는 자연어를 사용해 에이전트를 만들고 배포하며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코드 도구 세트다. 퓨전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부문 제품 전략을 총괄하는 나탈리아 레이첼슨은 이 도구가 엔터프라이즈 IT팀을 위한 기능이라고 밝혔다.
이 스튜디오에는 에이전트 템플릿 라이브러리, 에이전트 팀 오케스트레이션, 확장 기능, 퓨전과의 기본 통합, 외부 시스템 연동, 보안 프레임워크 등 다양한 기능이 포함된다.
오라클에 따르면 에이전트 템플릿 라이브러리를 통해 사용자는 미리 만들어진 템플릿과 자연어 프롬프트를 활용해 AI 에이전트를 쉽게 생성할 수 있다. 오라클은 “미리 제공되는 템플릿을 활용해 견적 요청부터 반품 처리, 근무 교대 일정 조정 등 다양한 비즈니스 시나리오를 지원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레이첼슨에 따르면, 오라클의 AI 에이전트 스튜디오에서는 문서, 도구, 프롬프트, API 등을 추가해 각 산업이나 기업의 요구에 맞게 에이전트를 조정할 수 있다.
기업 맞춤형 LLM 선택 가능
현재 오라클 AI 에이전트 스튜디오는 라마, 코히어(Cohere), 오픈AI의 GPT 등 대규모 언어 모델 또는 LLM을 지원한다. 레이첼슨은 엔터프라이즈 고객이 필요에 따라 외부의 산업 특화 LLM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도록, 오라클은 스튜디오에서 퓨전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의 지식 저장소와 API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새로 구축하거나 수정한 에이전트를 외부 에이전트와 API를 통해 연동해 실시간 작업은 물론 장기적인 프로세스에도 활용할 수 있다.
테스트 기능도 강화됐다. 스튜디오는 AI 기반 워크플로우 내에서 결과를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레이첼슨은 IT팀이 배포 전 테스트를 위한 샌드박스 환경도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진정한 ‘에이전틱 AI’인가?···오라클 AI 에이전트, 분석가들의 평가 갈려
업계 분석가들에 따르면 오라클의 AI 에이전트는 완전한 의미의 ‘에이전틱 AI’로 보기는 어렵다. 일반적인 에이전트와 달리, 에이전틱 AI는 데이터를 해석하고, 결과를 예측하며,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율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학습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능력도 중요 요소다.
무어인사이트앤스트래티지(Moor Insights and Strategy)의 수석 애널리스트 현 박은 “오라클 AI 에이전트 스튜디오는 기본적인 업무 자동화에 초점을 맞춘 실용적인 접근 방식이지만, 복잡한 사고 과정을 자동화하려는 세일즈포스나 서비스나우의 최근 발표에 비하면 과감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퓨처럼그룹(Futurum Group)의 디온 힌치클리프는 오히려 오라클이 제공하는 사전 구축된 템플릿, 퓨전 클라우드와의 통합, 오케스트레이션 계층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진정한’ 에이전틱 AI의 특성과는 다르며, 단순히 정해진 절차를 자동화하는 워크플로우 기능에 더 가깝다고 해석했다.
힌치클리프는 이어 “AI 에이전트 스튜디오가 여러 에이전트를 구성하거나 조율할 수 있는 기능은 있지만, AWS나 IBM의 에이전틱 프레임워크처럼 얼마나 유연하게 맞춤화할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가트너의 부사장이자 애널리스트인 발라지 아바바툴라는 “AI 에이전트 스튜디오가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과의 연동을 지원하긴 하지만, 다양한 벤더 환경에서 에이전트를 조율해야 하는 복합적인 시나리오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석가들은 퓨전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을 이미 사용 중인 CIO에게는 이 스튜디오가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도구라고 보고 있다. 스튜디오를 통해 만들어진 에이전트는 처음부터 오라클 퓨전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에 내장되어 작동하기 때문이다.
IDC의 리서치 부사장 아널 다야라트나는 “기업 입장에서는 오라클 AI 에이전트가 보안, 프라이버시, 성능 측면에서 충분히 검증됐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 에이전틱 기술을 도입할 때 더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전략도 주목··· 향후 마켓플레이스도 기대
AI 에이전트 스튜디오의 또 다른 강점은 ‘추가 비용 없음’이라는 점이다. 힌치클리프는 “세일즈포스의 에이전트포스(Agentforce)처럼 트랜잭션당 2달러(약 2,900원)를 부과하는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오라클은 상당히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이 신제품의 실제 가치는 얼마나 유연하게 에이전트를 오케스트레이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힌치클리프는 “만약 오라클이 퓨전 애플리케이션 범위에만 기능을 제한한다면, 더 폭넓은 AI 자율성과 조율 능력을 원하는 기업은 AWS, 구글, MS 같은 다른 대안을 찾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오라클도 AI 에이전트 스튜디오에 마켓플레이스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퓨전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제품 전략을 총괄하는 나탈리아 레이첼슨은 “다른 벤더와 마찬가지로, 오라클도 궁극적으로는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세일즈포스와 MS는 사용자, 파트너, 개별 개발자가 에이전트 템플릿과 프롬프트를 만들고 이를 무료 혹은 유료로 공유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운영 중이다. 이 같은 구조는 커뮤니티 기반으로 에이전트나 관련 역량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라클은 현재 액센츄어, PwC, 딜로이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AI 에이전트 스튜디오 관련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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