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IBM은 생성형 AI 비서인 왓슨 x(Watsonx)로 코볼(COBOL) 코드를 자바(Java)로 자동 변환해 기업의 메인프레임 애플리케이션 현대화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개발자를 위해 생성형 AI를 활용하려는 노력이 계속돼 왔다.
IBM은 22일 파운데이션 모델 그래니트 3.0(Granite 3.0) 발표하면서 해당 모델로 범용 코딩을 지원하는 차세대 왓슨x 코드 어시스턴트를 공개했다. 지난해 9월 그래니트 모델을 처음 공개했을 때 IBM은 언어와 코딩 모두에 생성형 AI를 적용하는 비즈니스용 AI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날 IBM 테크익스체인지(TechXchange)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사용자는 다양한 신규 모델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는 범용 언어 모델인 그래니트 3.0 8B 인스트럭트(Instruct)와 그래니트 3.0 2B 인스트럭트, 편견, 폭력, 비속어, 성적 콘텐츠, 비윤리적 행동을 감지하도록 학습된 그래니트 가디언(Guardian) 3.0 8B와 그래니트 가디언 3.0 2B, 추론 속도를 높이고 지연 시간을 개선하는 그래니트 3.0 8B 인스트럭트 가속기, 그리고 혼합 전문가(MoE) 모델인 그래니트 3.0 3B-A800M 인스트럭트와 그래니트 3.0 1B-A400M 인스트럭트 등이 있다. IBM의 연구 담당 수석 부사장 겸 이사인 다리오 길은 이날 발표된 모든 모델이 아파치2 라이선스로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분석가들은 IBM 발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퓨처럼 그룹의 부사장 겸 실무 책임자인 디온 힌치클리프는 “AI 오픈소스에 대한 IBM의 노력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정 법적 책임에 대한 면책과 투명성 제공은 IBM을 더 불투명한 모델이나 제한적인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경쟁사들과 차별화한다”라고 평가했다.
IBM에 따르면 10월 중 여러 벤더의 제품이 그래니트 3.0 모델의 일부를 지원할 예정이다. 왓슨x는 그래니트 3.0 언어 모델 및 가디언 모델을, 엔비디아 NIM은 언어, 가디언, MoE 모델을, 허깅페이스는 언어, 가디언, 가속기, MoE 모델을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올라마(Ollama)에는 그래니트 3.0 언어 모델과 MoE 모델이 포함된다.
IBM은 그래니트 언어 모델이 오는 12월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 AI와 오픈시프트 AI에도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어 인사이츠 앤 스트래티지의 CEO 겸 수석 분석가인 패트릭 무어헤드는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연구가 거듭될수록 기업들에게 그래니트 모델이 경쟁력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 모델이 효율성은 높았으나 정확도는 떨어진 반면, 이제는 모델의 정확도와 효율성이 모두 향상됐다”라면서 기업들이 그래니트 모델을 성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들이 IBM과 모델 개발 과정을 지켜보고 계속해서 혁신을 목격하면 결국 IBM을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16개 언어
IBM의 AI코드 부문 제품 관리 부사장인 케리 올슨은 새로운 왓슨x 코드 어시스턴트에 사용된 그래니트 버전이 116개 프로그래밍 언어로 학습됐다고 밝혔다. 고객 수요가 높은 자바, 파이썬, C, C++, 고, 자바스크립트, 타입스크립트 등 7개 언어가 주로 관심을 받았지만, 올슨은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러스트, C#, RPG와 같은 다른 언어들도 최상위 지원 범주에 포함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올슨은 “최상위 지원 범주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계속 추가해 나갈 예정이다. 개발자 도구 전반에 걸친 통합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출시 시점에 IBM은 VS코드와 이클립스 IDE에서 왓슨x 코드 어시스턴트를 지원할 예정이다. 다른 IDE도 고려 중이며, 에이전트 기능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올슨은 “현재로서는 아니지만, 에이전트 흐름과 향후 더 자율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자바가 새로운 제품의 주요 언어 중 하나이기 때문에 IBM이 5월에 발표했던 독립형 엔터프라이즈 자바용 왓슨x 코드 어시스턴트를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힌치클리프는 “IBM은 여러 언어를 지원하는 코드 어시스턴트, 기업 데이터와 더 긴밀한 통합 등의 고급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지원되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증가와 정확도 및 성능 향상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며, 다른 코딩 어시스턴트보다 더 빠르게 한계를 뛰어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개발자들, 특히 이런 고급 기술이 점점 더 필요해지는 IT 부서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코볼과 자바 같은 레거시 언어에 대한 지원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외부 의존성 없이 내부 데이터를 사용해 AI 모델을 미세 조정하고 데이터를 회사 내부에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은 엄격한 규정 준수가 필요한 산업에서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부 사용 사례
올슨은 IBM이 올해 초부터 내부적으로 새로운 어시스턴트를 사용해 왔으며 몇 가지 흥미로운 사용 사례를 발견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개발자들이 이 어시스턴트에 흥미를 가질 이유가 있다. 관심도가 낮은 작업을 어시스턴트가 처리해 개발자가 더 깊은 사고와 전략, 혁신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올슨은 베테랑과 신입 제품 개발자로 구성된 소규모 팀이 문서화되지 않은 약 750개의 자바스크립트 파일이 포함된 코드 저장소를 이어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팀은 ‘이 코드가 무엇이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 왓슨x 코드 어시스턴트로 9개의 서로 다른 파일에 걸쳐 약 1,000줄의 코드를 문서화하는 개념 증명(PoC)을 진행했다. 수작업으로 코드를 문서화하는 데는 파일당 약 3분이 걸렸다. 꽤 빠른 편이었지만, 왓슨x 코드 어시스턴트를 사용했을 때는 각 파일의 내용을 이해하고 문서화하는 데 약 1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파일당 3분이 걸리던 작업이 12초로 줄어든 것을 생각해 보면, 해당 작업에서 90% 이상의 시간을 절약한 셈”이라고 말했다.
올슨에 따르면 당시 왓슨x의 작업 정확도는 약 90%였다. 그는 코드 문서화가 종종 간과되지만 가치 있는 코딩 어시스턴트 사용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용도는 테스트 사례 생성이었다. 올슨은 “개발자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영역인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새로운 왓슨x 코드 어시스턴트에 통합 채팅 기능이 추가됐다면서, “이 기능을 사용하면 자연어로 코드 어시스턴트에게 질문하거나 ‘이 코드를 작성해 달라’는 등의 작업을 요청할 수 있다. 실제로 내부 고객이 자연어로 코드를 생성하는 데 이를 사용한 사례가 많이 있다”라고 말했다.
개발자 대체가 아닌 ‘보강’
올슨은 IBM 왓슨x 코드 어시스턴트가 개발자를 대체하기 위한 제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발자가 여전히 개발의 중심에 있고 소프트웨어 개발 수명 주기의 핵심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AI가 개발자의 업무를 완전히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단계가 아니다. AI는 조력자이며, 그렇게 사용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어헤드도 이에 동의했다. 무어헤드는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이런 순일자리 감소에 대한 두려움이 과장돼 왔다는 것을 안다.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해당 직무에서 더 높은 수준의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등장했을 때, 모든 기계 코더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대신 코볼을 배웠다.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힌치클리프는 일부 개발자가 이런 도구를 여전히 걱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개발자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이제 매우 현실적이다. IBM이 해당 도구의 ‘보조적’ 성격을 강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운영 및 기본적인 개발 유지보수 작업에서 특정 IT 직원을 거의 완전히 대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 IBM의 접근 방식이 개발자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더라도, AI에 대한 채용 시장의 광범위한 논의가 이를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힌치클리프는 IBM의 타임라인에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IBM이 상당한 진전을 이루긴 했지만, 에이전트 출시와 실제 사용 여부에 있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다. 이 분야가 아직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은 신선하나 현재 AI의 과대광고에 비춰볼 때 다소 미흡해 보일 수 있다. 개발자들은 조만간 더 획기적인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IBM의 접근 방식은 잘 짜여 있고 오늘날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일자리 대체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강’에 대한 메시지를 더 명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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