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태계가 빠르게 진화하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최고정보책임자(CIO)와 IT 구매 책임자들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선택지 앞에 전략적 고민을 안게 됐다. 특히 AI 시장이 궁극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수렴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 같은 혼선을 더욱 키우고 있다.
CIO와 IT 구매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주요 논쟁 중 하나는 AI 시장이 정리된 후 AI가 ‘제품’이 될지, 아니면 ‘기능’에 머물지에 대한 문제다.
벤더 관점에서 여기에는 3가지 전략이 존재한다. 먼저 AI 전문 벤더들은 특정 과제나 산업에 특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틈새형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와 별개로 오픈AI, 메타, 구글과 같은 AI 종합 벤더들은 자체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을 다양한 IT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는 독립형 제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반면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주요 보안 기업들과 같은 전통적인 IT 벤더들은 자사 핵심 제품에 AI 기능을 빠르게 통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기업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AI 도구를 개발하는 전략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AI 개념검증(PoC)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면서 이 방식은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AI의 진짜 가치
CIO와 IT 리더들은 이처럼 다양한 AI 옵션과 경로 중 자사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소수의 LLM 벤더 또는 소수의 IT 플랫폼 제공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IT 컨설팅 기업 인텔리전스브리핑(Intelligence Briefing)의 수석 AI 전략가 안드레아스 웰시는 “CIO와 최고 AI 책임자(CAIO)는 AI 제품이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실제 어떤 방식으로 활용 가능한지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웰시는 “벤더들이 생성형 AI와 에이전트형 AI에 들어간 높은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더 큰 가치라는 논리로 정당화하고 있다”라며 “AI 의사결정자는 실제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투자수익률(ROI)을 철저히 계산해야 하며, 그 가치가 거래 수준인지, 업무 단위인지, 프로세스 전체인지, 혹은 역할이나 비즈니스 결과에 미치는지까지 따져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웰시는 AI 시장이 궁극적으로는 SaaS 영역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많은 소프트웨어 벤더들이 에이전트형 AI를 부가 기능으로 포함시켜 기존 플랫폼에 탑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소프트웨어 벤더들은 자사 플랫폼에 AI 기능을 넣어 고객 락인 효과를 높이고, 보다 민첩한 신생 업체나 오픈소스 대안의 위협을 차단하고 있다”라며 “자체 에이전트형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업셀, 즉 더 고급 또는 고가의 제품으로 유도하는 전략과, 크로스셀처럼 관련 상품을 추가로 제안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20년 이상 축적된 기존 시스템 기반 가치를 다시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있다”라고 전했다.
손쉬운 관리
현장 서비스 소프트웨어 기업 심프로(Simpro)의 CIO 스티브 로건은 최근 소프트웨어 벤더와 플랫폼 업체들이 AI를 기능으로 통합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이는 관리성과 보안 측면의 이점을 통해 CIO의 업무를 보다 수월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건은 일부 독립형 AI 제품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처럼 주요 업체들이 AI 기능을 프리미엄 제품군에 통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1년간 AI는 독립형 도구나 기능이라는 화제에서 벗어나, 핵심 SaaS 플랫폼 내에 통합된 기능으로 빠르게 진화했다”라고 밝혔다.
CIO로서 로건의 관심사는 총 패키지 가치 평가, 혁신과 통합 및 보안의 균형, ROI 요구, 락인 위험 완화에 있다.
가트너의 부사장이자 애널리스트인 존-데이비드 러브록도 “장기적으로 대부분의 AI 기능은 소프트웨어 패키지나 IT 플랫폼에 추가 기능으로 제공될 것”이라며, 많은 경우 IT 리더들이 AI 기능 탑재 여부를 선택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IT 벤더들은 새로운 AI 기능에 대해 별도 요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예산에 민감한 CIO에게는 긍정적인 소식도 있다. 러브록은 “AI가 플랫폼에 내장되는 경우, 대부분은 기본 소프트웨어 가격에 즉시 반영되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며 비용에 포함될 것”이라며 “초기 선도 기업이 아닌 경우에는 AI 비용을 제품 가격에 흡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브록은 또한 “추가 패키지로 별도 요금을 부과하거나, 사용량 기반 과금 모델을 도입하려는 기업도 일부 존재하겠지만, 대다수는 AI 기능을 기본에 통합하고 추가 비용 없이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AI 가격 모델이 아직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CIO는 당장 비용 구조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새로운 과금 모델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두 가지 유형의 AI를 위한 시장
AI 전문 기업 엑셀러트렉스(AcceleTrex)의 공동설립자이자 CTO인 마크 타운센드는 향후 시장에는 기능형 AI와 독립형 제품 모두가 자리잡을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서비스 대시보드를 사용하는 기성 애플리케이션 제공업체는 AI 기능을 통합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모든 AI 활용이 통합형으로 가능하지는 않다. 타운센드는 “특정 AI 활용 사례나 데이터 세트는 별도의 제품이 필요하다”라며 “일부 조직은 내부에서 개발한 AI 도구를 AI 벤더와 연계해 데이터 레이크나 외부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일즈포스와 주요 보안 벤더처럼 통합형 AI 기능을 제공하는 쪽과, 기업이 직접 자체 AI 도구를 구축할 수 있도록 부품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쪽으로 시장이 양분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타운센드는 내부 AI 프로젝트는 종종 여러 구성 요소가 필요하며, 이는 마치 레고 블록처럼 조립과 통합이 요구된다고도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팀이 이런 구성 요소를 바탕으로 자체 AI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항공권 예약 서비스 우조(Oojo)의 CEO 굴체 카슬리-로젠벨트도 AI는 제품이자 기능이라는 이중성을 모두 지닌다고 강조했다. 카슬리-로젠벨트는 “AI는 한 가지 형태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독립된 기술이자 기존 시스템을 보완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전기처럼 그것은 자체로도 인프라이지만 다른 기술을 움직이는 동력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AI는 독립된 환경이자, 기존 시스템에 내장돼 가치를 더하는 구성 요소로서 그 이중성이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라고 말했다.
카슬리-로젠벨트는 여행 산업에서는 챗봇과 AI 에이전트가 모두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며, 다음 세대 챗봇이 대부분의 예약을 처리하고 AI 에이전트는 예외적인 여행 경험이나 고객 지원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챗GPT와 같은 도구는 여행 기업들이 연결되는 ‘마켓플레이스’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결국 CIO를 비롯한 IT 리더에게 주는 교훈은 유연성을 유지하라는 점이다. 카슬리-로젠벨트는 “시장이 아직 진화 중인 만큼, CIO, CTO, CAIO, 심지어 CEO까지도 철저한 사전 검토를 해야 한다”면서도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늘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많은 AI 스타트업이 반짝했다가 사라질 것”이라며 “어떤 기술도 100% 확신할 수 없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손실을 줄이고 대안을 찾을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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