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술 대기업 바이두가 25일 개최한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 ‘어니(ERNIE) 4.5’와 추론 모델 어니 X1’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공개했다. 업계 애널리스트는 이번 발표에 큰 인상을 받지 못한 모습이었다.
바이두 CEO 로빈 리는 중국 우한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어니 4.5 터보’와 ‘어니 X1 터보’를 선보였다. 바이두에 따르면, 두 모델은 개선된 멀티모달 기능과 강력한 추론 역량, 낮은 비용을 갖췄으며, 현재 ‘어니 봇(Ernie Bot)’을 통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리 CEO는 “이번 출시의 목표는 개발자가 모델 성능이나 개발 도구 비용에 대한 걱정 없이 최고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라며 “실질적인 활용이 없다면 아무리 첨단 칩이나 정교한 모델도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바이두는 지난달 기존 모델 출시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두 모델이 “멀티모달 및 추론 모델의 경계를 확장했다”라며 “’어니 X1’이 딥시크 R1과 유사한 성능을 절반 가격에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바이두는 이번에 공개한 신형 모델들을 자사 제품 생태계에 통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통합에는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 검색’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이 포함될 예정이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리는 기조 연설에서 “바이두가 딥시크와 유사한 모델의 훈련을 지원할 수 있는 3만 개의 자체 개발 3세대 P800 칩으로 구성된 클러스터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라고 발표했다.
애널리스트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발표”
무어인사이트앤스트래티지(Moor Insights & Strategy)에서 양자 컴퓨팅, AI, 로보틱스 부문 부사장이자 수석 애널리스트를 맡고 있는 폴 스미스-굿슨은 바이두의 발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미스-굿슨은 “바이두가 P800 쿤룬(Kunlun) 칩 클러스터를 ‘가동 준비를 마쳤다’고 한 것은, 단지 수백억 개 파라미터를 가진 모델 학습을 위해 칩을 켰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이는 중국 입장에선 기술적 진전이지만, 오픈AI, 구글, IBM, 앤트로픽,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같은 기업에선 이미 일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두가 쿤룬 칩 3만 개를 사용했다고 강조했지만, 미국이 대규모 모델 학습에 사용하는 GPU 수와 비교하면 특별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스미스-굿슨은 “쿤룬 칩은 미국 GPU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라며 “차세대 AI에서는 약 10만 개에 달하는 GPU를 사용할 것으로 보이며, 현재 바이두 모델은 글로벌 리더와 비교할 명확한 벤치마크가 없어 성능을 신뢰하기 어렵다”라고 언급했다.
스미스-굿슨은 “결국 중국과 미국 간에 최초의 범용 인공지능(AGI) 모델 개발을 둘러싼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도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략적 중요성은 있으나 상업적 한계
컨설팅 기업 인포테크리서치그룹(Info-Tech Research Group)에서 AI 시장조사 책임을 맡고 있는 토머스 랜들 역시 바이두 발표에 신중한 평가를 내놓았다. 다만 그는 “바이두는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과 함께 중국 AI 경쟁 구도의 핵심 축을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랜들은 “바이두의 어니 모델 시리즈는 오픈AI의 GPT 계열 모델과 견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산 대규모 언어 모델(LLM) 중 하나”라며 “쿤룬 칩과 새로운 클러스터 발표는 바이두가 단순히 모델 개발에 그치지 않고, 하드웨어와 애플리케이션 전반에서 종합 공급업체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랜들은 “바이두는 딥시크, 문샷 AI 같은 신생 기업과 알리바바 같은 클라우드 대기업의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다”라며 “중국 내에서는 여전히 주요 플레이어지만, 독보적인 위치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또한 랜들은 “서방 국가들에서는 지정학적 불신과 미중 기술 분리로 인해 바이두의 존재감이 거의 없다”라며 “이러한 상황은 서방 시장 확장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랜들은 “글로벌 AI 모델 벤치마크에서도 바이두는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미스트랄 같은 주요 기업과 비교해 부차적으로 언급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랜들은 “바이두는 글로벌 차원에서는 전략적 의미를 지니지만, 서방 시장에서는 상업적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며 “서방 AI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혁신이 미국 중심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며, 이러한 글로벌 움직임이 AI 경쟁을 더욱 가속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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