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2월에 공개되는 일은 흔치 않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애플은 19일 신형 아이폰 16e를 공개하며 최신 사양을 갖춘 모델을 기존 디자인에 담아 선보였다.
아이폰 16e를 단순히 아이폰 SE의 또다른 후속 모델로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번 모델은 저가형 라인업에서 처음으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기존 SE 시리즈와는 차별화된다. 또한, 가격 역시 기존보다 높아져 단순히 ‘저가형’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모델이다.
다시 말해 아이폰 16e는 이전 세대의 아이폰 SE와는 다르다. 10년 가까이 이어온 SE 라인업과는 다른 전략을 보여주며, 애플이 보급형 아이폰에 대한 접근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
‘e’라는 그 한 글자의 의미
아이폰 SE의 명칭은 2016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될 때부터 사용됐다. SE라는 단어는 1980년대 후반 출시된 클래식 매킨토시 SE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애플 워치 SE와 같은 후속 제품의 명명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폰 16e를 통해 애플은 2018년 아이폰 XS/XR 이후 사용하지 않았던 작명 방식을 다시 채택했다. 2015년 아이폰 6s 시절까지는 아니지만, 의미 있는 변화다. 애플의 제품명 해석을 두고 업계에서 다양한 견해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e’라는 글자는 특별한 의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공식적으로 특정 의미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efficiency(효율성)’의 약자로 해석되기를 기대하는 듯하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점은 ’16’이라는 숫자다.
아이폰 16e는 아이폰 16 라인업과 동일한 디자인을 사용하지 않는다. 노치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으며, 다이내믹 아일랜드 기능이나 카메라 컨트롤 버튼도 없다. 또한, 크기도 아이폰 14와 동일하다. 애플이 아이폰 14를 16e 공개 직전까지 판매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폰 16e는 기존 아이폰 14의 생산 라인을 그대로 활용해 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애플이 아이폰 16e를 ‘16’ 시리즈에 포함한 것은 이 라인업이 앞으로 더 자주 업데이트될 것을 말해주는 걸까? 기존 아이폰 SE는 2~3년의 간격을 두고 새 모델이 공개됐다. 어쩌면 아이폰 16e라는 명칭은 내년 아이폰 17e 또는 2년 후 아이폰 18e 출시를 시사하는 것은 아닐까? 이 부분은 향후 애플의 AI 기능이 A18 칩의 성능을 얼마나 빠르게 초월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저렴함이 아닌 ‘가치’에 초점을 맞춘 전략
기존의 아이폰 SE는 애플의 ‘보급형’ 모델이었다. 그러나 ‘저렴한’ 혹은 ‘가격이 낮은’ 제품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1세대 및 2세대 아이폰 SE는 399달러(한국에선 약 56만 원)로 출시됐지만, 3세대 모델은 429달러(한국에선 59만 원)로 소폭 인상됐다. 반면, 아이폰 16e는 599달러(한국에선 99만 원)부터 시작해 가격이 상당히 올랐다. 이는 애플이 SE 브랜드를 유지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일 수 있다. 소비자들이 SE라는 이름을 들으면 낮은 가격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폰 16e의 가격 상승에는 타당한 근거가 충분하다. 대형 OLED 디스플레이와 3세대 SE 대비 2배 증가한 저장 용량 등 여러 고급 부품이 제조원가를 높이는 요인이다(애플이 저장 용량 등급에 따른 프리미엄 가격을 선호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아이폰 16e의 제조원가는 초기 SE 모델과 기반이 된 아이폰 14의 중간 수준에 위치한다. 또한 전년도 출시 모델인 아이폰 15(한국에선 2025년 기준 109만 원)보다 100달러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해, 애플의 전통적인 100달러 단위 가격 책정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아이폰 16e의 가격이 높아지면서 그 아래에 더 저렴한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전 아이폰 모델을 더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거나 아이폰 16e의 가격이 점진적으로 낮아질 수도 있다. 다만, 애플은 가격을 쉽게 조정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애플은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애플이 이 제품의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은 소비자가 이 가격대를 수용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낮은 가격만을 고려하는 소비자는 더 저렴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기꺼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맞춰 아이폰 16e의 가격을 설정했다.
C1 칩의 첫 실험
기존 SE 모델과 차별화된 요소로 내세운 ‘아이폰 16e’의 핵심 특징은 자체 개발한 무선 셀룰러 칩 ‘C1’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애플이 자체 모뎀을 개발한다는 소문은 수년간 지속됐다. 애플은 5년 전 인텔의 모뎀 사업을 10억 달러(약 1조 원)에 인수했는데, 이는 자체 무선 통신 기술 개발 계획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애플은 핵심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 과정에서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모뎀 기술은 매우 까다롭다. 전 세계 다양한 네트워크와 주파수 대역을 지원해야 하며, 예외적인 상황도 많고, 작은 오류 하나도 치명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 16e에 C1을 탑재함으로써 애플은 여러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첫째, 아이폰 16e는 상대적으로 가격에 민감한 소비층을 겨냥한 모델이므로 성능이 경쟁 제품에 못 미쳐도 사용자들의 불만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둘째, 올가을 출시될 아이폰 17 모델보다 판매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애플이 생산량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올 가을과 내년에 출시될 새 아이폰 모델의 대규모 출시에 앞서 발생할 수 있는 버그나 결함을 미리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다.
애플은 C1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자체 칩을 사용함으로써 16e의 배터리 수명을 늘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저가형 모델을 찾는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애플이 16e의 내구성을 강조하는 것도 눈에 띈다. 알루미늄 본체와 세라믹 쉴드(Ceramic Shield) 글라스를 적용해 제품이 더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내구성 관련 특징은 최소한 아이폰 17e가 나올 때까지는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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