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레루드는 1883년 설립된, 150년 전통의 스웨덴 펄프 및 제지 전문 제조 기업이다. 현재는 전 세계 19개국에 지사를 두고 5,8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스웨덴, 핀란드, 미국에 걸쳐 9개의 생산 시설을 운영하며 제조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 빌레루는 과거에는 미국 내 사업장에서만 통합 비즈니스 시스템을 사용했지만, 향후 몇 년 안에 모든 생산 거점에 SAP S/4HANA를 도입해 글로벌 전 사업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시스템은 9개 모든 생산 단위에 순차적으로 도입될 계획이다.
빌레루드의 CIO 옌스 닐센(Jens Nielsen)은 “이번 프로젝트의 특징은 완전한 ‘그린필드’ 구축 방식, 즉 기존 시스템이나 인프라 없이 처음부터 새롭게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라며, “대부분의 기업은 기존 레거시 ERP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을 택하지만, 빌레루드는 처음부터 시스템을 새로 설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생산 데이터의 중요성
빌레루드의 SAP S/4HANA 도입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시스템이 제조 공정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ERP 시스템은 생산 계획을 비롯한 프로세스 산업의 복잡한 흐름을 완전히 지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닐센은 “일반 제조업은 여러 부품을 조립해 하나의 완성품을 만드는 방식이지만, 제지 산업은 그 반대”라며 “우리는 거대한 종이 롤을 생산한 뒤, 이를 고객에 맞춰 잘라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이처럼 분할 생산 방식을 완벽히 지원하는 ERP가 없었지만, 이제 SAP는 종이 생산 설비까지 포함한 전사적 업무 흐름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 덕분에 빌레루드는 비즈니스 영역부터 공장 현장까지 시스템을 연결하며, 정교한 데이터 분석과 활용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AI에 대한 신중한 접근
닐센은 AI 중심의 운영 체계가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는 “3년 후쯤에는 AI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겠지만, 지금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라며 “IT 업계에는 과도한 마케팅 예산으로 기업 경영진의 불안감을 자극하려는 컨설팅 회사와 소프트웨어 벤더가 너무 많다”라고 지적했다.
닐센은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동화와 신규 시장 확보를 위한 인사이트 확보”라며 “이 분야에서는 이미 통계적 추론 분석과 머신러닝 같은 기술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자동화, 효율성, 인사이트에 집중하고 있다. AI가 이 분야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지만, 아직 시스템이 완전히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자연스러운 발전
AI는 애플리케이션에 내장되고 통합되는 방식으로 점차 비즈니스 현장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닐센은 “대부분의 기술이 그런 식으로 도입된다”라며 “그다음에는 특정 용도에 맞춘 애플리케이션도 구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빌레루드에서는 생성형 AI와 관련해 현재 코파일럿을 시범 운영하고 있으나, 장기적인 전략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 닐센은 “전사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 중이며, 내년에 전 직원의 역량 향상 방안을 토대로 방향을 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닐센은 “AI가 미래 전략에 꼭 필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로서는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 인사이트 확보에 더 집중하고 있다”라며 “우리의 핵심 관심사는 자동화이며, 이를 위해 데이터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빌레루드 내부에는 오랜 시간 동안 고급 데이터 분석을 수행해온 팀이 존재한다. 이미 이 팀은 에너지 사용과 기계 운용 최적화를 통해 수억 크로나 규모의 비용 절감을 이끌어냈다. 닐센은 해당 팀을 ‘빌레루드의 숨은 자산’이라고 표현하며 “눈에 잘 띄지 않고 규모도 작지만, 앞으로 이 팀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분석과 인사이트 도출을 위한 데이터는 풍부하게 확보돼 있으며, 특히 공장 내 대형 종이 기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핵심이다.
닐센은 “생산 현장이야말로 우리가 데이터를 가장 잘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기계를 최적화하기 위해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백오피스 업무 영역은 아직 데이터 관리 체계가 미흡해 이를 정비하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SAP S/4HANA 도입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벽을 허무는 통합
데이터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은 단순히 시스템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닐센은 “기존에는 생산 관련 IT와 일반 IT 운영 간에 장벽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주고받는 데이터가 많다 보니, 기존의 장벽은 이미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마치 구멍 난 스위스 치즈 같았다”며 “이제는 데이터 교환과 공급망 협업을 위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비단 빌레루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IT와 OT(운영 기술) 간의 융합이 가속화되는 흐름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빌레루드는 내부 IT 조직 재정비에도 착수했다. 기존에는 북유럽과 미국에 각각 IT 조직이 있었지만, 이를 글로벌 단일 조직으로 통합 중이다. 현재 170명 수준인 인력은 올해 연말까지 2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지보수 및 보안
닐센에 따르면 현재 빌레루드 IT 조직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사전 예방적 유지보수 역량 강화다. 아직까지도 문제 발생 후 대응하는 방식(break-fix)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사이버보안 역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 두 영역은 공통점이 있다. 설비와 시스템에 대한 명확한 통제권 확보가 성공의 열쇠라는 점이다.
닐센은 “IT 인프라를 제대로 통제하고 있으면, 환경을 단순화하고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다”라며 “그렇게 되면 사이버보안이 단순히 위험 방지 수단을 넘어 IT의 효율성 제고 경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두 요소는 AI 활용 성공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AI가 작동하려면 정확한 데이터를 정확한 시점에 정확한 위치나 사람에게 제공해야 하며, 여기에 지름길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예방 중심의 유지보수는 데이터 기반 업무 전환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게 닐센의 판단이다. 그는 “자산과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자동화 기반의 안정성과 IT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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