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닷컴의 프라산스 애비 토마스 기자가 ‘한국의 정치적 불안이 글로벌 기술 공급망 안정성을 위협한다’(South Korea’s political unrest threatens the stability of global tech supply chains)라는 기사를 통해 이번 계엄령 포고 이후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기술 분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의 갑작스러운 정치적 격변으로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새로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핵심 기술품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진단이다. 메모리 칩, 디스플레이 및 기타 핵심 기술 부품을 생산, 공급하는 대한민국은 스마트폰에서 데이터 센터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주 초,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과 국내 ‘반국가 세력’에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로 계엄령을 선포했다. 해당 계엄령은 그가 처한 정치적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시도로 관측됐으며,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전례 없는 움직임으로 국회에 모인 이후 이내 해제됐다. 국회의원들은 계엄령을 해제하는 요구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반전으로 위기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잠시 진정됐다. 그러나 이어지는 정치적 불안정은 금융 시장에 파문을 일으켰고 글로벌 기술 허브로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였다.
기술 공급망 리스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업계 리더가 주도하는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는 글로벌 기술 공급망의 초석이다. 메모리 칩과 같은 핵심 분야에서의 이들 기업의 역할은 전 세계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다.
“한국은 특히 메모리 칩과 카메라 센서 칩 분야에서 반도체 강국으로, 최근 전 세계 반도체 생산 능력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0.5%를 차지하고 있으며, 디램 시장 점유율은 70.5%, 낸드 시장 점유율은 52.6%에 달한다.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혼란은 이 네트워크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강조한다”라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전문가 수자이 시바쿠마르는 말했다.
이번 상황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정부의 조치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혼란으로 인해 악화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거듭 상기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이버미디어 리서치의 산업 연구 그룹 부사장인 프라부 람은 “이러한 최근의 블랙스완 사건을 교훈 삼아 CIO는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대비책으로는 IT 인프라의 유연성을 높이고, 팀이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며, 실시간 공급망 인사이트를 위한 고급 분석 도구를 활용하여 잠재적인 중단을 예측하고 완화하는 등의 조치 등이 있다”라고 말했다.
기업의 공급망 다각화 추진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공급망 전략을 재평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정학적, 경제적 불확실성에 맞서 취약성을 줄이고 회복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특히 단일 지역 또는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각화와 신뢰 기반 파트너십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러한 변화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바쿠마르는 “다국적 기업들은 이중화, 신뢰 기반 관계 강화, 자산 분산 등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복원력을 달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큰 비용이 요구될 수 있는 공급망 관련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발생한 사건은 이러한 추세를 재차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한국의 인프라와 정부 정책에 의존성이 큰 글로벌 기업들에게 최근의 혼란은 기존 전략을 재평가할 이유로 이어질 수 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리서치, KLA, ASML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모두 한국에 투자하거나 한국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었다.
일례로 AML은 2023년 삼성전자와 협력하여 1조 원(7억 6,000만 달러)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을 한국에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잠재적 위기 고조 우려
램은 이번 정치적 문제가 확대되면 운영과 공급망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만연하며, 교착 상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그는 “동시에 다른 국가들은 반도체 역량을 발전시켜 기술 분야의 글로벌 경쟁을 심화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동맹국과 전략적 파트너 간에 더욱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공급망의 내재적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 전략은 해당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안정에 크게 의존적이다. 한국에서 나타난 정치적 불안정성은 단일 실패 지점과 관련된 위험을 완화할 필요성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시바쿠마르는 “미국 정부는 그간 칩스 및 과학법을 통해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제조 능력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대만과 한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고 노력해 왔다.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미국에 더 많은 생산 능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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