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보안 분야의 주요 전문가들이 2025년 사이버 보안 환경에 대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하나의 공통된 결론이 도출되고 있다. 공격과 방어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AI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점이다.
AI가 사이버 범죄자들에게 더 강력한 공격력을 제공하는 한편, 보안 전문가들도 AI를 활용해 위협에 대응하고 있지만, 사이버 공격을 막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오히려 보안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여겨졌던 인간의 행동이다.
휴먼 방화벽은 조직 내 구성원들이 협력해 사이버 보안 위협(예: 피싱, 랜섬웨어)과 특히 소셜 엔지니어링 기반의 공격을 막아내는 공동 방어 체계를 의미한다.
기존의 ‘방화벽’은 악성 트래픽을 감지하고 차단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뜻하지만, 휴먼 방화벽은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위협을 인지해 훈련된 방식으로 대응하는 보다 유연하고 지능적인 개념이다. 특히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방화벽과 비교했을 때, ‘상식’이라는 강력한 이점을 지닌다.
사이버 보안 기업 혹스헌트(Hoxhunt)에 따르면, 휴먼 방화벽은 조직에 속한 모든 개인이 자발적으로 보안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왜 휴먼 방화벽이 필요한가?
인간은 전통적으로 기술 환경이나 네트워크에서 가장 취약한 요소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기기, 애플리케이션, 채널을 통해 더욱 정교한 공격에 노출되었고, 그 결과 보안 위협에 쉽게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버라이즌(Verizon)의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데이터 유출 사고의 85%는 기본적인 인적 오류로 인해 발생한 소셜 엔지니어링 및 시스템 침입 때문이다.
최근 몇 달간 ‘인포스틸러(Infostealer)’ 악성코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 악성코드는 다양한 네트워크(소셜 미디어 포함)에서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해 계정 정보와 세션 데이터를 탈취하고, 이를 이용해 개인 식별 정보(PII)나 금융 데이터를 빼돌린다. 탈취된 정보는 ‘서비스형 악성코드(MaaS, Malware-as-a-Service)’ 형태로 다크웹에서 거래된다.
한편,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도 악성코드 못지않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가짜 텍스트, 이미지, 음성·영상 콘텐츠(딥페이크 포함)는 특정 계층이나 개인을 타깃으로 조작된 행동을 유도하는 데 활용된다. 실제로 체크포인트(Check Point)의 연구에 따르면, 2023~2024년 전 세계 선거의 최소 3분의 1에서 AI가 후보자, 경쟁사, 외국 세력에 의해 조작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특정 이념을 퍼뜨리고 사회적 불신을 조장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는 ‘핵티비스트(hacktivist)’ 그룹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러한 위협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보안의 ‘약한 고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공격받고, 조작당하며, 온라인에서 조종될 수 있는지를 인식해야 한다. 이제는 인간이 사이버 공격, 사기, 정보 탈취에 무력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할 때다.
휴먼 방화벽이 조직에 주는 이점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인적 오류를 줄이면 침입과 데이터 유출 가능성을 최대 85% 낮출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0년 러시아 사이버 범죄 조직이 테슬라(Tesla)의 한 직원에게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제안하며 회사 시스템에 랜섬웨어를 설치하도록 유도한 사건이 있다. 그러나 해당 직원은 이를 위협으로 인지하고 즉시 신고했으며, FBI가 범죄 조직을 적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테슬라는 최대 400만 달러(약 57억 원)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처럼 강력한 휴먼 방화벽은 조직에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주요 이점을 제공한다.
- 위협 탐지 능력 강화
- 보안 정책 준수율 향상
- 외부 공격 가능성 감소
- 위협 발생 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
- 보안 비용 절감 및 피해 최소화
휴먼 방화벽 구축 방법
효과적인 휴먼 방화벽을 구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교육이다. 조직이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교육이 많을수록 보안 수준이 향상되며, 보안 위협을 인식하고 대응할 준비가 더욱 철저해진다.
그러나 기존의 교육 방식처럼 방대한 문서로 ‘모범 사례’와 ‘정책’만 전달해서는 실질적인 휴먼 방화벽을 만들 수 없다. 교육은 행동 변화를 가져오고 습관화되어야 한다.
기업은 내부 직원이 항상 보안 위협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사고방식을 가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게임화(gamification) 및 시뮬레이션을 통한 실용적인 교육과 올바른 행동과 시기적절한 행동에 대한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강화는 인적 방화벽을 완벽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휴먼 방화벽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직원들이 보안 실천을 자연스럽게 습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은 다음과 같은 다층적인 전략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 조직 보안을 위한 ‘제로 트러스트’ 사고방식을 구축해야 한다. 위치, 기기, 사용자 역할에 따라 세분화된 보안 정책을 적용하고, 역할 기반 접근 제어(RBAC)를 직원들이 철저히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 업무용 이메일 위변조(BEC), 딥페이크 사칭 등 최신 보안 위협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 피싱 공격 및 악성 링크를 시뮬레이션한 보안 테스트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직원들이 실제 위협을 인지하고 피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 다중 인증(MFA)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개인 기기 사용(BYOD)이 보편화된 만큼, MFA를 필수로 적용해야 한다.
- 보안 사고나 의심스러운 활동을 신속하고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신고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 인적 행동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휴먼 방화벽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개선해야 한다.
보안 중심의 조직 문화 구축
보안은 더 이상 IT 부서만의 책임이 아니다. 기업의 모든 직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공동의 과제다. 조직이 보안의 ‘약한 고리’를 강력한 방어 체계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기술과 프로세스가 부족한 영역까지 보호할 수 있는 추가적인 방어층을 확보하게 된다.
상황을 인식하고 보안에 경각심을 가진 인적 자원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간의 직관과 판단력은 점점 더 정교해지는 사이버 공격과 소셜 엔지니어링 기법에 맞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 수단이다.
휴먼 방화벽은 사이버 보안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방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직원들을 보안 위험 요소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보안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 신속하고 명확한 의사소통 체계, 사용자 친화적인 보안 도구가 결합될 때, 조직은 견고한 휴먼 방화벽을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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