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수 합병이 진행될 때 통합관리 조직이 구성된다고 해서 누구도 의아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통합관리 조직은 마치 항공 관제탑처럼 인재, 프로세스, 기술을 조율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가치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유사한 수준의 부서 간 협업이 요구되는 비즈니스 혁신은 왜 그만큼 시급한 과제로 여겨지지 않을까?
사실 대규모 혁신도 합병과 다름없다. 단지 언론 발표나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 조정이 없을 뿐이다.
통합으로서의 혁신이 필요한 이유
스타우드 프리퍼드 게스트(SPG)와 메리어트(Marriott)의 합병 사례나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다른 대규모 합병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백엔드 시스템만 조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두 기업의 기술 인프라, 조직 문화, 제품군 전반에 걸쳐 고객 경험을 하나로 통합해야 했다. 고객 여정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목표 아키텍처를 정의하며, 대규모 변화 관리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실제 예산을 지원받는 전담팀이 투입돼야만 했다.
이제 글로벌 기업에서 각각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내는 2개의 사업부가 독립적인 운영을 중단하고, 고객 가치 사슬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라는 혁신 과제를 받는다고 상상해 보라. 이는 복잡성이나 중요성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전략, 아키텍처, 실행을 통합적으로 이끌어주는 중앙 조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무엇일까?
혁신에서는 책임이 분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두가 책임진다고 하지만,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사일로화된 실행의 악순환 끊기
기존 조직 구조는 공통의 목표가 있더라도 각 사업부의 자율성을 더욱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사업부는 각자의 로드맵, 핵심성과지표(KPI), 예산을 우선시한다. 혁신을 위해 제품 전략, 고객 경험, 기술 시스템 등의 융합이 필요한 경우에도 각 부서는 익숙한 방식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혁신 노력은 지체될 수 있다. 전략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이사회에서 논의된 비전과 현장 실행 사이의 ‘중간 영역’을 조율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내부 통합관리 기능을 수행할 혁신 전담 조직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혁신 전담 조직은 통합관리 조직처럼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전환 속도와 각종 이니셔티브를 조정하고, 포트폴리오 차원의 갈등을 사전에 해결해 성과 저하로 이어지지 않게 한다. 또한 경험, 비즈니스 아키텍처, 기술 설계, 그리고 무엇보다 변화 관리에 대한 통합된 비전을 수립한다. 이런 방식으로 모든 구성원이 연주해야 할 ‘악보’를 정의하게 된다.
이 조직은 기업 내 연결 고리 역할도 맡는다. 단순히 청사진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이니셔티브나 프로젝트의 리더와 긴밀히 협력해 계획이 잘 이행되는지 확인한다. 필요하다면 유연하게 조정하고,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는 상호 의존 관계를 찾아낸다.
이는 단순한 거버넌스가 아니다. 전략적 일관성을 위한 역동적인 조율 과정이다.
혁신 전담 조직의 위치는?
많은 혁신 노력이 운영 방식 대신 해당 조직이 속하는 위치에 집착하고 있다. 실제로 혁신 전담 조직은 CIO, CDO, CTO, 전략실, 심지어 CEO 바로 밑에 소속되기도 한다. 보고 라인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 전체에서 힘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성공적인 혁신 전담 조직은 설계 단계부터 부서 간 교차 기능(cross-functional)을 전제로 한다. 보통 각 영역의 책임자인 부사장(VP)이나 수석 부사장(SVP) 급의 고위 임원이 이끌고, 영역별 리더로 구성된 위원회가 이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전문 조직(Center of Excellence, CoE)을 구성해 다음과 같은 혁신의 기준을 세우고 관리한다.
- 경험: 주로 마케팅이나 고객 인사이트 팀이 담당한다. 이들은 고객 기대치 변화에 가장 가까이 있다.
- 비즈니스 아키텍처: 사업부, 내부 컨설팅, 기술 조직 등에서 운영 프로세스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전문가들이 맡는다.
- 기술 아키텍처 및 엔지니어링: 유지 보수가 아닌 변화 중심의 제품 팀을 운영하고 있는 디지털 또는 IT 부서에서 선발한다.
- 변화 관리: 종종 간과되지만 매우 중요한 요소다. 로드맵에 따라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과 행동이 함께 움직이도록 한다.
업무 전문성 이상의 전략적 오너십이 필요
단순히 각 분야의 전문가만 모인다고 해서 혁신 전담 조직이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주요 사업부와 여러 부서의 부사장(VP)들이 교차 기능적으로 책임을 갖고 전략적 방향성을 논의하는 운영위원회의 존재다. 이 위원회가 혁신의 방향을 정하고, 서로 의견이 다를 때 조율하며, 혁신이 각 부서의 이기적인 목표가 아니라 회사 전체의 공통된 목표를 반영하도록 할 수 있다. 이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몇 년 동안 회사가 어떤 역량을 언제, 어떤 순서로 갖춰야 할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든다. 이들은 특히 기존 조직의 경계나 책임이 애매한 부분까지도 직접 결정할 권한이 있다. 대부분의 혁신이 회색지대에서 실패하는데, 운영위원회는 이를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다. 혁신 전담 조직은 단순히 각 부서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넘어, 회사 전체의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핵심 엔진이 될 수 있다.
혁신도 합병처럼 접근해야 할 때
혁신과 합병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구조적 변화, 아키텍처 설계, 그리고 변화 관리에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쪽에만 전담 인재와 자원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 비즈니스 혁신을 부업처럼 다루는 관행을 멈춰야 할 때다. 두 사업부를 통합하거나 새로운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시장 진출 모델을 재구성해야 할 때, ‘만약 합병이라면 어떻게 자원을 배분할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이 달라 보인다면, 이유를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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