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지난달 ‘더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The Joe Rogan Experience)’ 팟캐스트에서 CHIPS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산업 구축을 위한 방안으로 CHIPS 법은 효과적이디 않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트럼프는 “반도체 생산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며 “단 10센트도 지불할 필요 없이 관세 부과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관세율을 충분히 높게 설정하면 반도체 기업이 자발적으로 미국에 진출해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가 단독으로 이 법안을 폐지할 수는 없다. 법안 철회를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다만 현재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라는 점은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선거 직전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역시 “공화당이 ‘아마도’ 법안 폐지를 시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존슨 의장의 이러한 발언에는 정치적 맥락이 있었다. 뉴욕주 북부 지역에 마이크론(Micron)이 CHIPS 법 지원금을 받아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존슨 의장은 해당 지역구를 내 공화당 하원의원의 재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를 돕기 위한 선거 유세를 하던 중 이러한 발언을 했다. 존슨은 이후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며 법안을 ‘간소화’하고 싶다고 전했다.
여기에서 현실적인 첫 번째 장애물이 드러난다. CHIPS 법안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주인 애리조나와 오하이오는 모두 트럼프를 지지했고, 그의 부통령인 JD 밴스는 오하이오 출신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의 지지에 불이익으로 보답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컨설팅 기업 제이 골드 어소시에이츠(J.Gold Associates)의 대표 애널리스트는 잭 골드 “그 지역에 들어갈 막대한 자금과 창출될 일자리 수를 고려할 때, 공화당 의원이 CHIPS 법안 폐지를 찬성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법안을 철회하려고 하면 공화당 의원이 나서 ‘이 예산은 이미 지출된 것입니다. 우리 유권자에게서 이 돈을 가져갈 수 없습니다’라며 저항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문제는 트럼프가 제안한 해결책인 관세다. 골드는 관세가 페널티인 반면, CHIPS 법안은 인센티브라는 점에 주목했다. 골드는 인센티브가 페널티보다 항상 효과적이라며, 인센티브가 목표를 달성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하는 데 있어 더 지속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지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골드는 “트럼프는 20% 관세를 부과하면 모두가 미국으로 달려와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인텔은 CHIPS 법안에 따른 지원금 지급을 기다리고 있다. CHIPS 법안 통과 후 인텔은 뉴멕시코에서 반도체 패키징 작업을 시작했고, 애리조나와 오하이오에서는 200억 달러(약 27조 3,600억 원) 규모의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연방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CHIPS 법안은 우리가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은 중요한 사안”이라며 “우리 실적 발표에서 언급했듯이, 이 법안 집행이 너무 지연되고 있어 실망스럽다. CHIPS 법안이 통과된 지 이미 2년이 넘었고, 그동안 미국 제조업에 300억 달러(약 40조 9,200억 원)를 투자했으나 CHIPS 보조금으로 받은 것은 0달러이다. 너무 오래 걸리고 있다. 이제 결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산하 언론사 네트워크가 겔싱어의 발언에 대해 입장을 요청하자 인텔은 “CHIPS 및 과학 법안의 구상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시작되었고 강력한 초당적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제조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은 국가의 경제 경쟁력과 안보에 필수적이다. 첨단 반도체를 설계하고 제조하는 유일한 미국 기업으로서 인텔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와 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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