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럽(Gallup)이 발표한 2024년 ‘글로벌 직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직장인의 85%가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북미 지역의 경우 적극적으로 몰입하지 못하는 직원의 비율이 30% 수준으로 내려왔다. 지난해(33%)보다 낮고, 2013년 이후 최저치다. 업무 몰입도 저하로 인한 생산성 손실을 가치로 환산하면 7.8조 달러에 이른다. 팬데믹 이후 리더십에 대한 신뢰 약화, 낡은 기업 문화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직장인들이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 세계에 빠져 산만해졌다는 점이다. 도파민 중독이 만연한 시대에서, 직장인들은 영양가 없는 정보만을 섭취하며 그 어느 때보다 산만해지고 있다.
물론 AI에는 어두운 면이 있다. ‘AI의 대부’로 불렸던 제프리 힌튼이 구글을 떠날 때 했던 말처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은 아니지만, AI 시대에 몰입하지 못하는 직장인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제 사람이 아니라 AI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나 차세대 기계 시대를 자주 이야기한다. 현실은 공장에서 대부분 업무를 처리하는 시대가 아니며, AI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지능이라는 점이다. 힌튼이 지적했듯 AI는 사람처럼 질문을 통해 학습한다. AI는 사람의 뇌 학습 과정을 모방하며 방대한 데이터와 상호 작용하는 복잡한 신경망으로 이뤄져 있다. 또한 자체 경험과 편향을 갖고 있으며 놀라운 속도로 학습한다. AI는 현재 거의 모든 분야에서 IQ 120 수준을 보이며, 곧 이를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지금 이 시기를 인류 진화의 전환점으로 봐야 한다. 우리는 사람이 주도권을 쥐고 AI와 공동 창작하는 기술을 배우는 제2의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미래의 AI는 사람의 창의성을 증폭시키고 몰입하게 해 잠재력을 끌어내는 학습 파트너다. 중요한 것은 AI가 사람을 대체할지 여부가 아니라, 사람이 AI와 함께 적응하며 발전할 수 있는지다.
AI와 함께 몰입해 경쟁우위 얻기
갤럽 보고서가 언급한 진짜 문제는 조직이 직원을 몰입시키지 못함으로써 잠재력을 낭비한다는 점이다. ‘몰입’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다. 더욱이 AI는 몰입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이 개념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완전히 업무에 몰두하는 상태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성과가 최고에 달하는 상태 말이다. 몰입의 개념은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1970년대에 처음 소개했다. 그는 몰입을 개인의 만족감, 창의성, 생산성 증진의 핵심 요소로 봤다. 그에 따르면 몰입은 당면 과제와 보유 역량이 균형 상태일 때 나타난다.
2000년 8월 역사적인 서핑에 성공한 레어드 해밀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잉글랜드의 결승 진출 골을 넣은 데이비드 베컴, 2017년 6월 요세미티의 엘 캐피탄을 맨몸으로 등반한 알렉스 호놀드를 떠올려보자. 이들은 평생 훈련하며 상상할 수 없는 과제를 극복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다시 말해, 몰입을 배워 비범한 일을 해낸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핵심은 필요할 때 의식적으로 몰입해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기하급수 성장 학습’에 있었다. 기하급수 성장 학습이란 지속적인 훈련과 도전을 통해 실력이 점점 더 빠르게 향상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이를 직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직원들이 의식적으로 몰입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또한 이를 AI와 융합하면 생산 방식을 혁신할 수 있다. 몰입은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에게도 특별한 능력이 될 수 있다.
AI와 몰입의 관계는?
앞서 르네상스 시대를 언급한 까닭은, 이 시대에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같은 인물들은 여러 분야를 마스터하고 수학과 과학을 예술, 철학과 통합해 놀라운 혁신을 이루고 유럽 문명을 부활시켰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AI가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AI는 르네상스 시대처럼 인류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창조하고 혁신하기 위해 마스터해야 할 다학제적 학습 시스템에 가깝다.
기하급수 성장 조직 만들기
몰입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지만, 기하급수 성장 조직을 만드는 핵심 요소다. 필자는 경력 초기에 몰입의 가치를 핵심으로 삼았던 회사 EDS에서 일했다. EDS는 혁신뿐만 아니라 최고의 인재를 유치하는 데 있어서도 몰입이 주는 경쟁우위를 이해했다. 이를 통해 신뢰와 고성과 문화를 구축할 수 있었다. 지속적인 학습은 주요 성과 지표 중 하나였으며, 직원 대부분에게 EDS는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EDS는 세일즈포스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에 EDS 세일즈포스를 개발했으며, 66개국에서 실행된 전략을 모은 EDS 플레이북을 만들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혁신 센터 중 하나를 운영했으며, 벤구리온 공항을 위해 최초의 생체인식 신원확인 시스템인 망막 스캐너를 개발했다. 또한 현재 ‘아웃소싱’으로 알려진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 제안하기도 했다.
EDS는 2005년 신경과학 기반 교육을 도입해 기업 변혁을 단행했다. 특히 리절츠코칭(현 뉴로리더십 인스티튜트)이라는 회사를 인수해 고성과 리더를 대상으로 뇌기반 학습 교육을 실시했다. 이 이니셔티브는 리더가 팀을 이끄는 방식을 바꿨고, 팀원들이 잠재력을 이끌어내도록 지원했다. 필자는 이 시기 신경망, 신경생물학뿐만 아니라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의 힘, 편향을 없애는 정확한 언어의 중요성 등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팀이 몰입에 이르도록 준비하는 방법과 방해 요소를 차단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 이니셔티브의 핵심은 끝없는 호기심을 이끌어내고 탐구 중심의 학습 환경을 조성했다는 데 있다. 직원이 지식과 인사이트를 원할수록 사고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필자는 뉴로리더십 코칭 자격증을 취득해 팀과 고객에게 이 접근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몰입과 AI의 영향
기하급수 성장 학습은 변화를 이끌었다. 필자는 명령 중심의 리더십 스타일을 내려놓고 팀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통찰을 얻도록 했다. 강력한 질문을 던지고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 직원들이 몰입 상태에서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지원했다. 고객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작업을 진행할 때는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대신 협력하는 방식으로 변화시켰다. 변화를 대신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일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집중력을 높이며, 적절한 도전 과제를 제시했다.
이후 2014년 IBM 천연자원 솔루션 센터에 부파트너로 합류해 인지 분야를 담당했을 때 AI를 처음 접했다. 당시 개발 중이었던 AI의 힘을 즉시 이해할 수 있었다. AI는 사람의 뇌가 학습하는 방식, 즉 데이터와 상호 작용하고 질문을 통해 이해를 조정하는 방식을 토대로 개발되고 있었다. 당시에는 학습 속도가 빠르지 않았으며, 모델이 어느 정도의 지능을 갖추기까지는 18개월이 걸렸다.
IBM은 AI의 힘이 인류에게 미칠 잠재적 영향을 파악하고, 전체 직원에게 디자인 씽킹 기반 교육을 실시했다. 이는 AI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사람 중심 접근법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직원들은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데이터, 기술, 인간의 이해력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학습 효과가 크게 향상됐다.
AI를 단순한 도구로 취급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이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AI를 모든 업무에 통합하고 하나의 지능으로 활용해야 한다. 아웃룩(Outlook)을 예로 들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아웃룩을 완전히 활용하지 못해 생산성을 크게 높일 기회를 놓치고 있다. 현재 아웃룩은 단순한 도구가 아닌 지능형 생산성 도우미로 진화했지만, 절반 이상의 직원들은 이 기능이 제공하는 기본적인 인사이트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리스크를 잘 관리하고 싶다면, AI를 업무 전반에 통합하는 방법을 비즈니스 사용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챗GPT를 예로 들어보자. 단순히 문서 교정이나 질문 답변, 보고서 작성에만 사용한다면 그저 기초적인 사용자에 불과하다. 반면 숙련된 사용자들은 챗GPT를 협업 파트너로 활용하며, 간단명료한 프롬프트를 통해 AI가 자신을 이해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만든다. AI는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도구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그렇게 활용되어야 한다
사람 중심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을 ‘행복의 비밀’이라고 불렀다. 몰입하려면 집중과 방해 요소 없는 환경이 필요하다. 여기서 AI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AI가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해주면, 사람은 창의성과 공감 능력, 전략적 사고를 위한 인지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 AI를 활용해 몰입 상태를 유지하면, 생산성뿐 아니라 만족도도 높은 업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스티븐 코틀러는 저서 “슈퍼맨의 부상”에서 업무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몰입 촉발 요소를 언급한 바 있다. AI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AI를 적절히 활용하면 도전 정신과 호기심, 능력을 증폭시키는 역량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AI와 함께 성장
몰입과 AI의 결합은 단순한 이점을 넘어 지능의 시대에 성공하는 핵심 요소다. 기하급수 성장을 위한 학습 환경을 조성하고, 호기심을 육성하며, AI를 협력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조직은 전례 없는 성과와 혁신을 이룰 수 있다.
미래의 일터는 사람 대 AI의 대결이 아니라, 함께 협력해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곳이다. AI와의 파트너십을 잘 활용하는 이들은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21세기의 창조, 협력, 성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 바로 제2의 르네상스 시대로 들어서서 AI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때다.
Tina Mathas는 리더십과 기술 분야에서 29년의 경험을 가진 리더이자 뉴로리더십 코치, 작가이며 더플로우팩토리AI(TheFlowFactory.ai)의 공동 설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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