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에 대해 필자가 새롭게 쓸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다. 적어도 이 주제를 다룬 최근 논평 중에는 명백히 새롭고 중요한 내용은 없다. 오히려 그런 논평을 비평하는 것이 훨씬 더 유익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면, AI 도입과 관련해 자주 회자되는 표현이 하나 있다. 바로 AI가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사람이 더 흥미로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어쩌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예벗 박사(Dr. Yeahbut)’는 이런 기대효과를 과연 조직 전반에 걸쳐 실현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다시 말해 AI가 직원들을 단순 업무에서 해방시켰을 때,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권자들이 과연 그들이 맡게 될 ‘더 흥미로운 일’에 비용을 지불할 의지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AI가 전형적인 IT 조직 전반에 걸쳐 크게 확산되면서, 직원들이 기존보다 더 흥미로운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가정해 보자. 가장 먼저 코딩을 살펴볼 만하다.
한때 프로그래밍, 즉 코드 작성은 IT의 핵심 업무 중 하나였다. 지금도 세상을 그렇게 인식하는 CIO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오늘날의 전형적인 IT 부서는 더 이상 코딩에 많은 자원을 들이지 않는다. 가능한 한 외부 솔루션을 구매하고, 꼭 필요할 때만 직접 구축한다. 이때 구매한다는 것은 라이선스를 구매한다는 의미다. 사전에 작성되고 충분히 테스트된 기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이미 구현된 시스템 간 통합 기능도 함께 제공되기 때문이다.
AI는 차치하고서라도, 맞춤형 개발에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라이선스 구매로 전환했을 때 개발자들이 더 흥미로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가정할 수 있다. 현재 개발자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바로 ‘더 흥미로운 일’이라면, AI가 도입된다고 해서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반대로 그렇지 않다면, 직원들을 현재 업무에서 해방시킨다고 해도 결국 더 흥미로운 일을 하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직원들이 맡고 있는 업무의 종류나, 어떤 기술이 기존 기술을 대체했는지와는 무관할 수 있다.
조직 현실
이런 이야기는 잠시 제쳐두고, 논의를 위해 AI가 실제로 일부 개발자를 단순 업무에서 해방시킨다고 가정해 보자. 더 나아가, 개발자들 중 일부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며 이를 코드로 구현할 역량도 있다고 해보자.
(그리고 ‘논의를 위해’라는 표현이 실제로 무슨 의미인지에 대한 의문은 조용히 넘어간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이제 변화 자문 위원회(Change Advisory Board, CAB)가 나서서 새롭게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이 소프트웨어 품질 보증(SQA) 절차를 거쳤고 실제 운영 환경에 배포해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인증해야 한다. 이는 곧 SQA 부서가 테스트를 위해 시간과 자원을 투입할 의지가 있었음을 전제로 한다.
CAB의 승인으로 모든 절차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현업 사용자 부서의 대표자도 승인 절차에 참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의 모바일 앱에 적용될 수 있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 개발자는 마케팅 부서와 조율해야 한다. 하지만 마케팅 리더는 그 아이디어가 부서 내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크게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은 직원들이 조직도와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 그리고 할당된 업무를 무시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돼 있지 않다.
IT 혁신은 팀 스포츠다
직원이 ‘더 흥미로운 일’에 집중하는 조직 구조는 개별 실무자의 관점에서 보면 유토피아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이상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중요한 성과는 대개 프로젝트 팀 단위로 조직된 구성원들로부터 나온다. 이들은 프로젝트 계획, 스프린트 계획, 혹은 다양한 실행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책임을 분담받고, 각자 시작일과 종료일이 명시된 업무를 수행한다.
이렇게 각자의 결과물이 한데 모여 팀 성과가 되고, 그것이 다시 실제 구현돼 조직에서 실제 효과를 발휘하는 형태가 된다.
아직도 핵심이 명확하지 않다면, ‘더 흥미로운 일’이라는 이상적인 미래는 그 업무를 실제로 수행할 직원이 아닌 다른 누군가로부터 기획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즉, 개별 실무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수행할 아이디어가 ‘자신에게 흥미로운 것’이기보다는, 다른 누군가에게 흥미로운 것일 가능성이 크다.
더 현실적인 결론은 이렇다. AI가 직원에게 잠재력 높은 아이디어를 추구할 여유를 제공한다 해도, 결국 조직은 실행이 까다로운 아이디어와 그런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을 모두 밀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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