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가 단순히 ‘무료 소프트웨어’의 비즈니스 친화적 버전이었던 시절은 지나갔다. CD나 기타 물리적 매체에 담긴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시대에 만들어진 오픈소스 정의(OSD)가 AI나 클라우드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믿었던 때는 지났다. ‘우리’와 ‘그들’의 범주가 명확하고 ‘그들’은 항상 나쁜 놈들을 의미하던 시절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오픈소스는 예전에도 생각보다 복잡했다. 하지만 이번 주에는 그 복잡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정학적 요인, 칩 전쟁, 그리고 물론 AI 혼란으로 인해서였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은 오픈소스가 수십 년 동안 얼마나 복잡하면서도 탄력적으로 발전해왔는지를 상기시킨다.
OSD에의 압력 실험
필자는 한동안 AI가 오픈소스에 대한 전통적인 정의를 깨뜨리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 AI의 진정한 정의를 둘러싼 논쟁이 개발자들에게는 대부분 무시되어 왔다고 지적해왔다. 결국 개발자들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최근 새로운 일이 있었다. ‘오픈소스 AI’ 지지자 중 일부의 태도 변화다. 그들은 최근 “AI와 소스 코드는 동일한 방식으로 깔끔하게 관리되기에는 서로 너무 다르다. AI의 복잡성은 복잡한 라이선싱을 요구한다”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레드몽크의 스티브 오그래디가한 말인데, 그의 말은 이번에도 옳았다. 단 그의 논리는 AI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AI가 소프트웨어와 비교해 근본적으로 다른 자산임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라는 그의 주장은 옳지만 클라우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소스 코드를 다루기 위해 고안된 OSD를,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적용하려는 초창기의 시도를 목격한 사람이라면 그 과정이 얼마나 논쟁적이었지 기억할 터다. 결국 AGPL(Affero General Public License)이라는 괴상한 라이선스가 등장했고, 이 후 10년 정도는 이 문제를 애써 무시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오픈소스를 상업화하려는 벤더와 투자자 그룹이 오픈소스의 정의를 무의미하고 무의미할 정도로 흐리게 만들려고 시도했다”라는 오그래디의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또는 AI나 클라우드용 OSD가 원래의 이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바라보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강력한 GPL 형태의 자유 소프트웨어는 클라우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소스 코드에 존재하던 ‘이빨’이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소스 코드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쁜 행위자가 있다고 믿으면서도(오그래디의 시각처럼), OSD가 AI나 클라우드에 대해서는 이상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지 하나의 지저분한 영역일 뿐이다(리눅스 재단이 AI와 과학에 대한 새로운 오픈소스 정의를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 러시아는 미국이나 서유럽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에 러시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주요 프로젝트의 오픈소스 기여자 자리에서 밀려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주 약 12명의 리눅스 유지관리자가 직위 해제됐다. 프로젝트별로 다양한 이유로 오픈소스 기여자가 지위를 잃는 경우는 있었지만, 국적 때문에 프로젝트에서 퇴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기억한다.
리눅스 커널의 핵심 리더인 그렉 크로-하트만은 리눅스 커널 메일링 리스트에 보낸 메시지에서”다양한 규정 준수 요구 사항으로 인해 일부 엔트리가 제거됐다. 추후 충분한 문서가 제공된다면 그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문서란 미국, 대만, 노르웨이, 뉴질랜드 등 다양한 국가에서 제재를 받은 기관에서 활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다. 적어도 한 명의 관리자가 곧 복직할 예정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고통스럽고 지저분한 일이지만, 긍정적인 혼란인 측면도 있다. 결국, 이는 오픈소스, 특히 리눅스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계를 10년만 거슬러 올라가면 전 세계는 하트블리드와 같은 보안 취약점 덕분에 오픈소스의 중요성에 대해 막 인식하기 시작했었다. 미시적으로는 문제이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트렌드를 나타내는 셈이다.
영웅화도, 악마화도 아니다
오픈소스 원장(open source ledger)의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측면은 워드프레스 논란 전체다. 몇몇 X의 게시글 논평에 따르면 오토매틱의 CEO 매트 뮬렌웨그가 하룻밤 사이에 악의 화신이 되어 WP 엔진에 대한 근거 없는 법적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이반 메타의 글을 자세히 읽어보면 이러한 논평에 반박할 소지가 적지 않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악마화는 아마도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 Arm 대 퀄컴의 오픈 표준 싸움도 마찬가지다. 오픈소스에 대한 시각이 옳고 그름의 이분법이라면, 아마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픈소스가 버텨올 수 있었던 배경은 지저분한 현실에 맞서는 지저분한 타협이었다. 애초에 ‘오픈소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분법적 시각을 가진 자유 소프트웨어 순수주의자들을 격분하게 만든 비즈니스 이해관계를 달래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참 달콤씁한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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