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업계에서는 CISO가 사이버보안 벤더에서 일한다고 하면 여러 가지 선입견을 갖곤 한다. ‘진정한’ CISO가 아니라는 고정관념이 있으며, 주로 영업을 지원하거나 브랜드를 알리는데 중점을 둔 현장 CISO와 비슷한 역할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선입견은 “보안 회사를 보호한다는 게 과연 어려울까? ‘진짜’ 업무는 이런 환경 밖에 있는 기업에서 이뤄지는 것 아닌가?” 하는 식으로 나타난다.
직접 그 길을 걸어본 경험에 비춰 볼 때, 실제는 훨씬 더 복잡하다고 말할 수 있다. 보안 벤더의 CISO는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모든 내부적 책임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그 이상의 책임과 가시성이 요구된다.
이 역할은 단순히 회사를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제품 자체와 보안 태세가 회사의 신뢰도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되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때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정확성이 요구되며, 복잡한 보안 결정사항을 조직 내부와 외부 고객 모두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보안 벤더도 보호해야 할 시스템이 있고, 교육해야 할 직원이 있으며, 평가해야 할 위험 요소와 예방해야 할 사고가 있다. 보안 제품을 판매한다고 해서 특별한 면제권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벤더가 하는 모든 일을 고객(심지어 경쟁사)이 면밀히 조사하기 때문에 기대치가 더 높다. 보안 벤더의 CISO는 업무가 운영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징성도 있다는 점을 빠르게 깨닫는다. 즉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사이버보안에서 제품은 하나의 약속
필자에게 보안 리더 업무의 상징성은 특히 보람을 느끼고 가치 있다고 여긴 2가지 중요한 책임에서 나타났다. 첫째, 보안 벤더의 CISO는 자사가 제품 보안을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알려야 할 책임이 있다. 사이버보안에서 제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약속이다. 즉, 고객을 보호하고, 위험을 줄이며,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작동한다는 약속이다. CISO로서 필자는 회사가 단순히 약속을 할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이를 실천하고 있음을 보장해야 했다.
개발팀이 안전한 코딩 관행을 따르고 있는가? 취약점 관리와 제품 테스트에서 최고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가? 고객이 물어볼 때 자체 보안 성숙도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하고 있는가? 이는 추상적인 고민이 아니었다. 회사를 신뢰하고 사업을 맡긴 고객들에게 실제로 입증 가능한 증거로 답해야 하는 질문들이었다.
2번째 책임도 똑같이 중요하다. 회사가 제품을 사용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보여줘야 할 책임이다. 이는 단순히 ‘자사 제품 사용’의 문제가 아니라 직접 만든 솔루션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객 앞에 서서 ‘이 제품을 직접 사용할 만큼 신뢰합니다’라고 말해야 하며, 이는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기본이어야 한다.
여기서 필자는 전체 경력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들을 경험했다. 보안과 제품을 통해 안전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른 기업에서는 얻을 수 없었을 관점을 갖게 됐다. 단순히 제어 기능을 테스트하거나 새로운 도구를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팀, 보안 운영팀, 그리고 고객 사이의 피드백 루프에 깊이 관여해야 했다.
또한 내부적으로 성능을 개선할 방법을 발견할 때마다, 그 인사이트가 고객에게 전달되는 제품에 반영됐다. 제품을 직접 구현하면서 마주친 모든 도전 과제는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됐다.
고객 신뢰의 가교 역할을 하는 보안 벤더 CISO
필자에게 보안 벤더의 CISO는 회사의 가치 창출과 업무가 깊이 연관돼 있는 새로운 차원의 역할이었다. CISO들은 보안 부서가 비용 중심 부서로 인식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보안 벤더의 CISO에게는 수행하는 업무과 사업의 성공 사이의 연관성이 매우 명확했다.
특히 보안 전략을 전달하는 방식은 고객의 인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내부적으로 제품을 배포하는 방식은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중요했다. 모든 이사회 업데이트, 고객 브리핑, 공개 성명은 회사뿐만 아니라 제품과 이를 구축한 사람들을 대표한다는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다.
더욱이 ‘전통적인’ 조직에서보다 업무 강도가 덜하지 않았다. 팀은 여전히 피싱 캠페인, 액세스 관리, 보안 인프라, 규제 준수 프레임워크, 비즈니스 연속성, 서드파티 리스크 같은 도전 과제를 다뤘다. 여전히 예산 제약이 있었고, 사업 목표에 맞춰 보안 이니셔티브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다. 여러 면에서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보안팀이 하는 모든 업무가 더 많은 주목을 받는다는 점이 달랐다.
이 경험은 또한 CISO로서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보안이 어떻게 회사와 고객 간의 신뢰를 연결하고, 혁신을 가능하게 하며, 평판을 형성하는지 등 더 넓은 사명을 고민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디에 있든 보안을 사업 목표와 일치시키고 신뢰의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CISO의 핵심 책임은 동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안 벤더에서는 이런 사명이 더욱 강조된다. 단순히 사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경쟁적이고 회의적인 시장에서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안 리더는 어디에 있든 보안 리더
어떤 이들은 보안 기업에서 일하면 더 넓은 업계에 대한 시야를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필자는 정반대의 경험을 했다. 조직이 보안 솔루션을 어떻게 평가하고 무엇을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고객이 보안 도구를 구현할 때 직면하는 과제를 직접 목격했고, 그 경험을 통해 공감 능력, 통찰력, 그리고 그들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얻었다.
다시 산업 현장으로 돌아왔지만, 이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이직은 한 단계 내려가거나 어떤 것으로부터의 이탈이 아니라 그저 경력의 다음 단계였을 뿐이다. 보안 리더십은 어디에 있든 보안 리더십이다. 도전 과제는 여전히 복잡하고, 책임은 여전히 방대하며, 보안을 사업 성과와 일치시키는 일은 여전히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안 벤더 CISO 경험을 돌아보면, 이 역할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배웠다. 특히 보안 관행이 지속적인 감시 하에 있었기에 스스로와 팀에게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게 됐다. 투명성과 증거를 통해 회사의 가치 제안을 구체화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어느 기업에 있든 CISO가 보호자이자 연결 고리이며, 조직 내외부의 신뢰를 구축하는 역할임을 재확인했다.
결과적으로 이 경험을 통해 더 준비되고, 더 많이 인식하고, 새로운 도전 과제를 해결할 역량을 갖출 수 있었다. 비슷한 역할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일의 깊이와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라고 말하고 싶다. 이는 부수적인 역할이나 영업직이 아니다. 회사라는 벽을 넘어 훨씬 더 멀리 뻗어갈 수 있는 진정한, 전략적인 보안 리더십이 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현재 근무 중인 조직뿐만 아니라 경력의 다음 단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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