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가 한 프로젝트의 제안에 참여하게 되었다. 짧은 시간 내에 준비해야 하는 환경으로 인해 충분히 만족스러운 제안서를 작성하지 못해 아쉽게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하였다. 이 자리에서 고객사의 한 분이 발표자에게 ‘PM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뭐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하였다.
PM은 ‘SI프로젝트의 꽃’이라 부른다. 프로젝트 진행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이자 고객과 프로젝트 팀 간의 가교 역할을 하며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SI프로젝트를 수행하는 PM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1990년대 우리나라 SI 산업이 나날이 발전하던 시절 필자가 함께했던 회사에서는 ‘PM에게 프로젝트의 납기는 생명이고 품질은 자존심이다’라는 말이 불문율과 같이 회자되곤 했다. SI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수되었다는 고객의 평가를 받으려면 가장 기본적으로 착수 시 약속한 납기를 준수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납기 준수에만 집중하여 프로젝트 결과물의 품질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납기 준수는 생명과도 같이 준수하여야 하지만 품질은 자존심을 걸고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솔직한 이야기는 아니다. 납기와 품질은 고객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지만 사실 SI 기업 입장에서 성공적인 프로젝트 수행 여부를 결정하는 또다른 요인이 있으니 바로 손익이다. 납기와 품질은 고객이 만족하는 상황이지만 프로젝트 수행 결과 손익이 적자라면 결코 그 프로젝트의 PM은 회사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납기와 품질은 상호 반비례하는 성향을 갖는다. 프로젝트 후반으로 가면서 납기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일부 결과물의 품질을 조절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진다. 반면 품질을 꼼꼼히 챙기려 노력하면 납기가 위협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 손익이라는 변수가 더해지면 아주 복잡한 방정식이 된다. 고객이 원하는 납기와 품질을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추가로 투입할 필요가 발생할 경우 손익이라는 변수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PM은 납기, 품질에 내부적으로 손익까지 챙겨야 하는 어려운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한 음료회사 회장의 신년사에서 인생을 저글링에 비유하면서 일은 고무공이지만 건강과 가족은 유리공이라 떨어트리면 깨져서 다시 회복할 수 없다고 했다지만 PM에게 납기, 품질, 손익은 모두 유리공이라 떨어트리면 그 프로젝트에서의 PM 평가는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PM의 진정한 덕목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PM의 진정한 덕목은 과연 무엇일까? 필자는 ‘각각의 고유한 SI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추구하여야 할 요인을 인지하고 상황에 맞게 조율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각각 다르듯 모든 SI프로젝트는 각각 다르다. 밖에서 보기에 유사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경우에도 직접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PM의 관점에서 보면 동일하지 않다.
하물며 고객의 속한 산업, 프로젝트의 범위, 고객이 프로젝트를 발주하게 된 배경, 프로젝트의 종료일과 관련된 환경적 제약 등 수많은 사례가 존재하는 SI프로젝트에서 각각의 프로젝트는 단순히 납기, 품질, 손익이라는 세가지 변수를 조율하고 통제하는데 동일한 원칙과 기준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림픽 경기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경우 올림픽 경기가 개막식을 하기 전까지 시스템이 반드시 완료되어야 한다. 이 경우 납기는 그 어떤 요건보다 최상위 중요도를 가진다. 반면 한 기업의 CRM시스템을 구축하는 경우 해당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기업의 영업 및 고객관리 체계를 목표하는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이 경우 납기보다는 결과물의 품질이 더 중요하게 된다.
프로젝트의 발주가 경영진의 의사결정에서 비롯된 하향식 프로젝트인가 또는 실무진의 품의로부터 시작된 상향식 프로젝트인가에 따라서도 PM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다르다. 그리고 발주한 기업 내의 구성원들이 원하는 프로젝트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서도 PM이 조율하여야 할 요건들이 다르다.
여기에 PM이 속한 소속 기업에서는 각양각색의 프로젝트 환경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국 손익을 보전할 수 있는 PM을 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PM은 해당 프로젝트의 조직이 가진 특성, 예를 들면 협력사 비율이 얼마인가? 프로젝트의 수행 환경은 어떠한가? 구성원의 능력과 참여 의지는 또 어떤가? 등등 스스로 파악하고 대응하여야 하는 변수가 수도 없이 많다.
결국 PM은 조직관리, 기술관리, 고객관리, 사업관리의 전문가이자 인품과 성격까지 좋아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물론 이런 모든 측면에서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말이다. 그래서 PM을 SI 프로젝트의 꽃이라고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진행되고 있을 수많은 SI프로젝트의 PM들에게 위로와 찬사를 전하고 싶다. ‘여러분들 덕분에 대한민국의 SI 산업과 고객들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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