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은 AI를 단기 유행이 아닌 장기 전략 자산으로 보고 일찌감치 기반 구축에 나선 기업이다. 생성형 AI 열풍에 맞춰 부랴부랴 기술을 도입한 다른 기업들과 달리, 유나이티드는 데이터 인프라와 보안 체계, AI 인재를 조직적으로 갖추며 차근차근 준비를 마쳤다. 그 바탕에는 ‘복잡한 결정을 빠르게 내리는 항공사가 시장을 선도한다’는 명확한 철학이 있다. 유나이티드는 고객과 직원 모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AI 활용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다음은 제이슨 번바움(Jason Birnbaum) 유나이티드항공 CIO와의 일문일답이다.
Q: 유나이티드항공은 현재의 AI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왔나?
A: 생성형 AI 이전에도 우리는 고객 개인화, 마케팅 캠페인, 그리고 콜센터에서 상담사가 더 나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AI를 활용해왔다. 우리는 ‘가장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항공사가 승자가 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수년간 생성형 AI 기반을 차근차근 쌓아왔다. 이 기반은 고객 불만, 기상 악화, 공항 운영 지연 등 다양한 복잡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직원과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머신러닝 및 기타 AI 모델링을 위한 보안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AI에 필요한 데이터 엔지니어링과 데이터 과학에 능숙한 조직도 육성했다.
Q: AI 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한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A: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데이터를 완전히 파악하고 모델링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제하고 추상화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역량이다. 사실 이 부분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두 번째는 기술, 운영, 보안, 법무 부서 간에 연결고리를 형성해, 안전한 AI 도입을 위한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부서 간 리스크 관리 조직도 매우 중요하다. AI 시범 프로젝트 하나 때문에 비즈니스 전체를 위태롭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Q: 생성형 AI의 실제 활용 사례를 소개해달라.
A: 우리는 고객에게 명확하고 투명한 언어로 소통하는 역량을 AI 투자에서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생성형 AI 이전부터 ‘모든 항공편에는 이야기가 있다(Every Flight Has a Story)’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결항이 많은 날이면, ‘스토리텔러’라 불리는 팀이 운영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고객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정해진 스타일로 작성했다. 이 방식은 매우 효과적이었지만, 일일이 메시지를 작성하기엔 리소스가 부족했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중요한 상황에만 메시지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한계를 극복해왔다. 이후 생성형 AI를 도입하면서 이 메시징 과정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Q: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했나?
A: 데이터 자체는 단순했다. 항공편의 기본 정보와 승무원, 조종사, 게이트 요원, 운영팀 간에 오가는 대화 내용 등이 주요 데이터였다. 여기에 기상 정보 등을 추가해 AI 모델에 입력하면, 적절한 고객 메시지 초안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었다. 중요한 부분은 유나이티드항공의 소통 스타일과 강조하고자 하는 내용을 AI가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활용했다. 모델이 단순히 항공 데이터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유나이티드가 선호하는 표현 방식을 따르도록 유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안전’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되 고객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도록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또한 AI는 과거 항공편 데이터를 현재 상황에 연결하는 데도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사람 스토리텔러도 이전에는 지연 사유를 포함하지 않았지만, 이는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모델 도입 이후 전체 메시지 중 스토리텔러가 관여하는 비중이 5%에서 35%로 증가했고, 이는 동일한 인력으로 메시지 처리량이 700% 늘어난 결과다.
Q: 생성형 AI가 내부적으로 해결한 과제는 무엇인가?
A: 관리자들은 팀원 성과나 개발 계획을 잘 알고 있지만, 평가서를 작성하는 과정은 시간이 많이 들고 직원에게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유나이티드 GPT’라는 내부용 챗GPT를 도입했다. 관리자가 직원에 대한 간단한 메모만 입력하면, 시스템이 평가서 초안을 작성하고 관리자가 이를 검토 및 승인하는 방식이다.
Q: ‘유나이티드 GPT’에 대한 내부 반응은 어땠나?
A: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현재 관리자 중 90% 이상이 해당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도입률을 높이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았다. 그냥 링크만 공유했는데도, 사용률이 급격히 증가했고 그 추세가 꽤 오래 이어졌다. 생성형 AI는 사용자들에게 신선한 인상과 즉각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매력이 있어, 별도의 도입 유도 없이도 자연스럽게 조직 내 확산이 이뤄졌다.
Q: 생성형 AI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어떤 역량을 개발하고 있나?
A: 데이터 엔지니어링과 분석, 데이터 과학,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역량은 계속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도구에 AI 기능이 내장되고, 어떤 기능은 우리가 직접 구축해야 할지 결정되기 전까지는 인력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우리가 고민하는 지점 중 하나는, 자동화를 통해 코드를 ‘작성’하는 데서 ‘수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면 생산성은 높아지겠지만, 그게 개발자 수요를 줄일지는 확신이 없다는 점이다. 고객의 기대치는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예전보다 더 많은 개발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누구나 더 빨라질 수 있다면,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Q: AI의 잠재력이 무한해 보이는 지금, CIO의 역할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 CIO가 되길 바라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CIO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오늘과 전혀 다른 미래를 명확히 그려내고 전달하는 능력이다. 생성형 AI는 기존 기술의 연장이 아니라, 분명한 ‘변화’를 가져온다. CIO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명확한 관점을 갖고 이를 조직과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시장의 리더가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CIO의 핵심 역량은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하고 거기서 최대한 많은 가치를 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고객 서비스가 완전히 달라지는 시점이 오기 전에, 이사회와 팀, 조직, 기술이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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