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동영상 제작에 있어 아마추어와 전문가 사이에는 넘기 힘든 격차가 있다. 제작진의 전문성과 규모 물론, 사용 도구, 작업 절차 등이 아예 다른 수준이다. 방송국과 같은 최상위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삼아GVC는 이러한 전문가용 방송 솔루션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이다. 이를 테면 삼아GVC가 공급하는 ‘에디우스’(EDIUS) 편집 솔루션은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채널 분야에서 70%를 넘나드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삼아GVC와 산하의 여러 계열사 및 자회사는 음향 및 통신 장비, 첨단 AR/VR 시스템 등에 이르는 각종 전문가용 방송/영화 솔루션 라인업을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입지를 구축하고 유지해온 역사의 중심에는 삼아GVC의 인기환 대표가 있었다. 그는 1986년 삼아GVC에 합류한 이래 삼아GVC가 글로벌 솔루션을 단순히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국내 방송 분야를 선도하는 역할까지 수행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삼아GVC의 새로운 사옥이 자리잡은 덕은GL메트로시티한강지식산업센터에서 인기환 대표와 만났다.
해외 선진 기술· 제품 도입해온 전통, 차별화 방안에 고민
삼아GVC의 설립 시기는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전란 이후 경제의 기반이 마련되면서 각종 물자가 필요했던 시기다. 삼아상사라는 당시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무역업 중심의 기업으로서 다양한 전자기기, 통신 장비, 군사 장비에 이르는 다양한 물품을 취급했다. 그러다 인기환 대표가 합류하고 얼마 후 결정적인 이벤트가 열린다. 바로 88 올림픽이다.
인기환 대표는 “특정 분야에서 오너십을 갖지 않으면 경쟁력을 점차 잃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더 이상 최종 제품을 단순 수입하는 비즈니스 모델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마침 88올림픽을 기점으로 방송 장비의 수요가 늘면서 관련 사업의 비중이 커지기 시작했다. 제품 및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집중화하고 전문화하는 전략을 수립했다”라고 말했다.
그가 방송 분야에 주목한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기에 대기업과의 경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는데, 방송 장비 영역의 경우 기술 지원 및 고객 대응이 몹시 까다롭다는 문제가 있었다. 인기환 대표는 그러한 단점이 오히려 기회로 보였다고 전했다. 해당 영역의 사업 규모를 키우고 지원 역량을 고도화하면 비즈니스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인기환 대표는 “공급한 제품을 끝까지 책임지는 삼아GVC의 전통이 그렇게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복잡한 전문 솔루션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했으며, 글로벌 최신 기술 동향을 소개하는 이벤트를 직접 개최하는 등의 기술 중심적 영업에의 노력을 기울였다”라고 말했다.
인기환 대표에 따르면 운도 따라줬다. 1990년대 중반 ‘단군 이래 최대의 시장’이라고 표현되는 케이블TV 시장이 열린 것이다. 무려 110개의 채널이 속속 등장하면서 방송 장비 분야에 역대급 호황이 펼쳐졌다. 인기환 대표는 “어지간한 국내 수입사 모두가 해외 벤더의 세일즈 순위 1위를 기록하던 시절”이라고 회고했다.
삼아GVC는 차별화된 전문성과 지원 역량을 바탕으로 점차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해가기 시작했다. 더불어 우리나라 방송 분야는 아날로그 방송에서 디지털 방송으로, SD 방송에서 HD 방송으로 진화했으며, 편집 방식 또한 비선형 편집으로 발전해갔다. 방송 분야의 토털 솔루션 공급을 추구하던 삼아GVC는 이 과정에서 전문 편집 솔루션 ‘에디우스’(EDIUS) 비즈니스에 진입했다.
HP 워크스테이션 파트너십으로 토털 솔루션 구성
현재 국내 톱엔드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에디우스지만, 인기환 대표는 초기 에디우스 비즈니스가 그리 탐탁치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종전에도 에디우스를 국내에 공급하는 수입사들이 몇몇 있었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던 바 있다. 어림잡아 1,000개가 넘는 기능을 갖춘 전문 편집 솔루션이기에 지원 부담이 너무 컸던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도 신통치 않았다. 카피당 몇 백 달러 수준의 소프트웨어로는 제한된 수요층에 모두 공급한다고 할지라도 전체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았다. 그렇다고 소비자용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처럼 사용자들끼리 포럼을 이뤄 서로 교육하고 지원하는 구조를 기대할 수도 없었다. 인기환 대표는 “오히려 한심한 비즈니스처럼 보였다”라고 표현했다.
인기환 대표는 시장을 새롭게 정의하기로 결정했다. 그저 소프트웨어를 수입해 판매하는 비즈니스가 아닌, 편집 영역 전체를 아우르는 솔루션 비즈니스로 기획했다. 수요층이 전문 조직이기에 설정 및 사후 대응, 교육 지원, 고품질 보장을 위해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 지원 전체를 포괄하기로 판단한 것이다.
인기환 대표는 “HP와의 파트너십이 시작된 배경이다. 업계 최고의 워크스테이션을 갖춘 HP와 협업해 에디우스에 최적화된 하드웨어 구성을 요청했다. 이렇게 시작된 비즈니스 파트너십이 16년째 성공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에디우스 비즈니스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순식간에 늘릴 수 있었던 획기적인 사건들이 있었다. 먼저 국내 한 방송사가 국내 최초로 비선형 디지털 편집을 시도하고 디지털 편집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에디우스를 선택했다. HP 워크스테이션를 품은 에디우스 토털 솔루션과 삼아GVC가 확보한 방송용 서버 역량 덕분이었다. 인기환 대표는 “그러나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당시 기수 직원 2명의 얼굴을 2년 동안 거의 보지 못했다. 급박한 방송국의 요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다”라고 말했다.
의외의 사태가 에디우스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인기환 대표는 “이후 보도 편집 시절을 표준화하려는 다른 방송국을 공략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사실 경쟁사에 밀리는 형국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이 에디우스 확산에 큰 계기가 됐다”라며 당시 일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만 해도 전문가용 편집 프로그램들의 포맷 호환성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자사의 포맷을 위주로 편집 소프트웨어를 구성했기에 시중의 다양한 포맷에 모두 대응하는 호환성을 갖추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나 당시의 에디우스는 시중의 모든 포맷을 유일하게 지원하는 큰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인기환 대표는 “연평도 포격 사건 발생 시 영상 소스는 길가의 CCTV, 군부대의 감시 카메라, 일부 주민의 조악한 휴대폰 카메라 등이었다. 다른 방송사는 해당 영상을 실시한으로 편집할 수 없어 정지 영상만 송출했지만, 내부 테스트용 에디우스 솔루션이 있었던 방송사는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송출할 수 있었다. 그것으로 승부가 결정났다”라고 말했다.

에디우스 솔루션에는 HP 워크스테이션이 구성요소로 포함된다. HP Z8, Z6, Z4, Z2 워크스테이션을 기반으로 총 4종의 하드웨어 구성이 마련돼 있다.
삼아GVC
성공의 비결은 ‘최고의 제품과 고객 시각의 관점, 그리고 신뢰’
이후 여러 종합편성채널의 개막이 열렸으며, 삼아GVC의 에디우스 솔루션 비즈니스는 9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종편 설립 시 영입된 인력들의 손에 익숙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고객 관점의 차별화가 성공의 비결이라고 인기환 대표는 귀띔했다.
인기환 대표는 “에디우스가 최고의 편집 솔루션이긴 하지만 다른 편집 솔루션들 또한 아주 우수하다고 인정한다. 내가 가장 자신하는 부분은 삼아GVC가 한번 공급한 제품은 끝까지 책임져 왔다는 것, 그리고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제품을 구성하고 지원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HP와의 협업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최상위 고객사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제품을 구성하는데 힘을 보탰으며, 고객들이 원하는 교육과 사후 지원에 있어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인기환 대표는 “글로벌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제품 커스터마이징과 비즈니스 보호 등의 측면에서 대응이 남달랐다. 예외적인 고객의 요구가 아닌 한 에디우스 솔루션에 HP 워크스테이션이 포함되는 이유다. 대다수의 고객사가 하드웨어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받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삼아GVC 합류한 지 어느덧 40여 년을 바라보고 있는 인기환 대표는 이제 회사와 방송 분야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클라우드와 AI, 메타버스 등으로 재구성된 미래가 다가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인기환 대표는 “방송 편집 분야에 임대의 개념, 중앙집중화 개념이 확산하고 AI가 편집에 한층 깊이 개입할 미래는 확실하다. 문제는 변수가 다양하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일단 4K를 넘어 8K를 향하는 가운데, 방대한 데이터의 네트워크 이동이 관건이다. 가령 전용망을 이용한 초고화질 및 초고음질 실시한 콘서트 중계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데, 통신비용과 전용 장비 모두 깜짝 놀랄 수준의 비용을 요구한다.
인기환 대표는 “또 전문 방송국의 경우 전문 장비를 상시 이용한다는 점에서 ‘임대’로 인한 비즈니스가 가치가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아마 클라우드화될지라도 사설 클라우드의 개념이 초기에는 더 유용할 것으로 본다. 방송 업계 전문가, 여러 파트너 기업의 전문가,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 함께 다양한 기술과 시나리오를 탐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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