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한국처럼 아시아의 IT 강국이란 타이틀을 가진 국가다. 특히 TSMC, 폭스콘, 미디어텍 같이 제조 및 하드웨어 분야에서 앞서가는 기업이 많다. 같은 IT 강국이지만 대만 기업은 우리와 다른 결의 고민을 갖고 있었다. ‘기술력’은 높은데 ‘브랜드력’은 약하다는 부분이었다. OEM 중심 산업으로 성장하며 기술력은 키웠는데, 브랜드 인지도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다만 지금은 신사업 진출, R&D 역량 강화, 자체 브랜드 확보 등을 통해 많은 대만 IT 기업이 기존 한계를 극복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시놀로지 역시 이러한 대만 IT 기업의 전형적인 성장 과정을 겪고 있다. 시놀로지의 국제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조앤 웡은 “고객사가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를 들어보면 아직 시놀로지를 단순히 NAS 기업으로만 알거나 어떤 기업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동시에 웡은 “한번 시놀로지 기술을 이해하고 경험하면 오랫동안 계속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라며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시놀로지를 혹시 NAS 기업으로만 알고 있는가? 그렇다면 시놀로지의 말마따나 이 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놀로지 스스로 ‘솔루션 제공업체’라고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있으며, 선보이는 기술 역시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개인용 NAS에서 기업 솔루션으로··· 160% 성장의 배경
2000년 설립된 시놀로지는 NAS 분야의 전통 강자로 유명하다. 대만 기업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NAS는 외장하드와 클라우드의 장점을 결합한 기술이다. 기본적으로 데이터 저장 기기이지만, 별도의 USB 연결 없이 인터넷만으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일반 클라우드와 달리 데이터에 대한 완전한 제어권을 보장받으면서 백업, 보안 기능도 함께 제공된다. 보통 파일을 많이 보관하고 싶은 개인이나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중소기업에서 NAS를 많이 활용한다.
시놀로지는 늘어나는 고객 요청으로 NAS를 개인, 중소기업을 넘어 엔터프라이즈까지 확장했다. 약 5년 전 B2B 사업을 시작한 이후, 포춘 5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시놀로지 백업 솔루션을 사용할 정도로 시장 입지를 넓히는 중이다. 한국 B2B 시장은 2024년 기준 전년 대비 160% 성장했고, SK해운, 한화자산운용 같은 굵직한 대형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시놀로지의 APMEA(아시아태평양, 중동, 아프리카) 지역 평균 성장률 20%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웡은 “한국 고객은 다른 국가보다 더 큰 스토리지 용량과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으며, 시놀로지 제품이 이러한 요구를 잘 충족하고 있다”라며 “엄격한 데이터 규제 환경도 시놀로지의 B2B 기술, 특히 백업 솔루션의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놀로지의 엔터프라이즈 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에는 최근의 기술 트렌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과 AI 프로젝트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데이터 저장과 보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웡은 “디지털 전환이나 AI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기업들은 우선 데이터를 얼마나 저장하고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데이터 저장 및 보호 기술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백업 솔루션을 통해 분산된 데이터를 중앙 집중화하면 데이터 중복 저장을 방지할 수 있어 금전적 비용뿐 아니라 스토리지 공간도 절약할 수 있다”라며 “공공, 제조, 금융, 미디어, 헬스케어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이러한 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저장과 보호는 이제 하나의 ‘세트’··· 기업 데이터 관리의 진화
기업 데이터 저장 환경은 개인의 데이터 저장 환경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기업의 스토리지 요구사항은 단순히 개인이나 중소기업용 NAS의 용량을 확장하는 것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다. 기업 환경에서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 고가용성, 보안 강화, 확장성 등 전혀 다른 차원의 기술적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맞는 엔터프라이즈급 솔루션이 필요하다.
실제로 시놀로지에 따르면, 3~4년 전까지 데이터 저장 및 백업 관련 문의는 주로 용량 확장에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백업·복구 기능이 필수 요건으로 부상했다. 데이터 기술 검토 시 랜섬웨어 같은 외부 보안 위협과 내부 직원 부주의로부터 데이터를 보호하고, 무단 접근과 변경을 차단하며, 삭제 시 신속한 복구가 가능한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요구사항을 반영해 만든 것이 시놀로지의 액티브프로텍트이다. 시놀로지에 따르면, 액티브프로텍트는 백업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한 데이터 보호 전용 어플라이언스로, 기업의 데이터 백업 및 재해 복구를 간소화하고 중앙 집중식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액티브프로텍트는 불변 저장, WORM((Write Once Read Many), 에어갭 기능 등 고급 데이터 보호 기술을 지원한다. 불변 저장 기능은 특정 기간 동안 데이터의 수정, 덮어쓰기, 삭제를 완전히 차단하며, WORM은 원격 백업 사본의 데이터를 영구적으로 변경 불가능하게 만든다. 또한 에어갭 기능은 데이터를 인터넷 및 내부 네트워크와 완전히 차단된 환경에서 보관함으로써 추가적인 보안을 제공한다.
이러한 기능은 데이터 무결성을 보장하며 해커나 내부자의 변조·삭제 시도를 차단한다. 결제내역, 의료기록, 법률문서, CCTV 영상 등 민감하거나 법적 규제 대상 데이터 관리에 특히 효과적이다.

Joanne Weng Director / Synology
기업용 백업 시장의 새 바람, 시놀로지의 혁신 전략
시놀로지가 후발 주자이기도 하지만 사실 데이터 백업 분야, 그것도 기업용 백업 영역은 경쟁이 쉬운 분야가 아니다. 실제로 윙은 “경쟁 기업을 누구라고 딱 꼽아서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기업용 스토리지 업체, 백업 스토리지 업체 등 수많은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환경에서 시놀로지의 경쟁 전략은 합리적 가격과 뛰어난 소프트웨어에 있다. 윙에 따르면, 시놀로지의 종합 백업 솔루션 인프라는 1회 구매 방식으로 제공되며,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살펴보면, 1년 기준 경쟁 제품 대비 최대 28배 더 경제적이다. 윙은 “일회성 결제 방식은 클라우드 서비스와 달리 조직의 예산 책정에 유리하고 매년 경영진에게 추가 예산 승인을 받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윙은 시놀로지의 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윙은 “시놀로지는 전체 직원의 80%가 소프트웨어 개발자일 정도로, 설립 초기부터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해왔다”라며 “시놀로지 NAS가 인기를 얻은 이유도 직관적인 사진 관리 프로그램과 운영체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용 편의성을 B2B 영역에도 적용해 고객의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하는 통합 접근법도 장점이다. 윙은 “고객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별도 업체에서 조달할 경우, 호환성 문제가 발생하거나 장애 시 즉각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울 수 있으나, 시놀로지는 통합된 기술을 제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다”라고 전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시놀로지는 내부적으로 혁신 문화를 지향한다. 기업 문화는 수평적이고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며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 윙은 “대만 IT 기업은 야근이 많고 오래 일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시놀로지는 그런 문화와 거리가 있다”라며 “시놀리지는 직원의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며, 협업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혁신은 결국 팀워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시놀로지는 신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백업 솔루션 외에도 보안 감시 솔루션을 출시했으며, AI를 통해 내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고객센터에 내부 데이터를 훈련시킨 AI를 도입해 평균 응대 시간을 하루에서 1시간으로 단축했다.
윙은 백업 솔루션을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용량 외에도 ‘보안’ 기능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을 권장했다. 또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정도를 확인해야 하며, 마케팅 메시지보다는 가트너 같은 제3자 기업의 실제 피드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윙은 “많은 기업이 백업 솔루션을 IT 프로젝트의 후순위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IT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고, 백업을 필수가 아닌 선택적 보험처럼 인식하기 때문”이라며 “합리적인 가격에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시놀로지 제품으로 필수적인 IT 인프라 투자와 데이터 보호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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