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을 연상시킨다. 오픈AI와 관련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의 관계가 바로 이렇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메타가 머스크의 xAI와 동조해 당국에 오픈AI의 영리 추구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두 사람 모두 오픈AI가 비영리 단체로 가장하여 대중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픈AI의 이름 자체가 개방형 AI 플랫폼이라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주장이다.
로봇 공학 회사 로봇랩(RobotLAB)의 CEO이자 설립자인 엘라드 인바(Elad Inbar)도 이에 동의했다. “오픈AI는 이름 그대로의 역할을 해야 했다: 인류를 위한 개방형 AI 플랫폼이다. 수익에 초점을 맞춘 이사회가 AGI(인공 일반 지능)의 성배를 추구고 있으며, 이는 본질적으로 ‘비영리’라는 선언과 상충된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한 애널리스트는 오픈AI가 영리 기업으로 전환할 경우 메타 및 xAI에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영리기업화 움직임으로 인해 회사가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분석했다.
생성형 AI 컨설팅 기업 GAI 인사이츠의 폴 베이서 CEO 겸 수석 애널리스트는 “오픈AI가 더 혁신적인 기업이 되고 현재의 가치 평가를 뛰어넘으려면 영리화는 필수다. 내년 기업들로부터 막대한 달러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다”라고 말했다.
메타는 깊은 우려를 표명
오픈AI가 영리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아이디어는 사실 창립 시절 제기되어 왔으며 이후 줄곧 논쟁꺼리였다. 지난주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 이후에는 논란이 더욱 증폭됐다. 지난주 메타 플랫폼(Meta Platforms)이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롭 본타에게 서한을 보내 오픈AI의 행보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표명했던 것이다.
이 서한은 “오픈AI가 초기 비영리 단체를 선택한 결정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향후 유사한 스타트업 벤처가 범람하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수익을 창출할 때까지 개념상 자선 단체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즉 메타는 오픈AI가 비영리 단체라는 지위를 이용해 비영리 단체로 수십억 달러를 모금하는 등 “법을 어기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서한은 본타 장관에게 오픈AI의 행보를 면밀히 검토하라고 촉구하고 AI 분야의 개방성과 투명성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 서한은 지난 8월 머스크가 오픈AI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언급한 우려에 동의했다. 오픈AI가 공익보다 이익과 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머스크는 11월에 이 소송을 확장하여 마이크로소프트를 피고로 추가하고 반독점법 위반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픈AI는 강경한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엘론 머스크 스스로가 영리 목적의 오픈AI를 원했었다”라고 반박했다. 해당 게시물은 2015년 12월 오픈AI가 설립된 이후 9년 동안 머스크와 주고받은 여러 이메일 내용을 재현하여 자사의 주장을 설명했다.
오픈AI에 따르면 회사는 2017년 초에 연구 진행 과정에서 AGI를 구축하기 위한 컴퓨팅에 수십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그해 여름 오픈AI와 머스크는 영리화가 다음 단계라는 데 동의했다. 머스크는 2018년 2월 사임할 때까지 공동 의장으로 참여했는데, “그는 과반수 지분과 절대적인 통제권, 영리 기업의 CEO 자리를 요구했다”라고 오픈AI는 밝혔다. 이 스페이스X의 창업자는 2019년 3월에 오픈AI를 완전히 떠났다.
한편 오픈AI가 경영진 및 이사회 문제로 계속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러 창립자가 회사를 떠났고 경영진이 교체됐다. 2023년 11월에는 알트먼 CEO가 4일간 해고되었다가 다시 채용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꾸준히 수십억 달러를 모금하여 2019년 3월에 ‘이익 제한 자회사'(capped-profit subsidiary)인 오픈AI LP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2022년 11월에는 이목을 집중시킨 챗GPT를 출시했다.
베이어는 “오픈AI가 엄청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전략적 벤더가 되어야 한다”라며, 대기업군은 마이크로소프트나 SAP와 같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벤더에게 “수천, 수억 달러”를 기꺼이 투자할 의향을 가진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픈AI가 향후 10년간 수십억 달러의 기업 지출을 활용하려면 ‘전통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라며, 영리 조직일 때 궁극적으로 기업 공개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사상 최대 경제 엔진의 소유권 전쟁
로봇랩의 인바에 따르면 AI 세계에서는 ‘공정한’ 경쟁이나 2등은 존재하지 않으며 승자가 독식한다. 그는 “미끄럼틀을 오르내리는 경주를 상상해 보라. 가장 먼저 미끄럼틀의 정상에 도착한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몇 인치 앞서 있을 수 있지만,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순간 그 격차는 정상에서 벌어진 인치보다 훨씬 커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리 기업으로 전환하면 주주들로부터 안정적인 자금을 지원받아 오픈AI가 우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이 더 이상 AI 개발의 혜택을 받거나 기여하기 어려워진다. 인바는 “말 그대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발명품을 기꺼이 소유하려 할 대규모 투자자들이 충분히 있다. 그렇게 되면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 엔진을 둘러싼 소유권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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