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줄여서 M365 코파일럿)은 업무 생산성 향상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작년 11월 출시 전부터 기업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참고로 제품명은 한동안 코파일럿 포 마이크로소프트 365(Copilot for Microsoft 365)으로 변경되었다가 이달 초에 다시 M365 코파일럿로 바뀌었다.
초기 관심에 힘입어 많은 M365 고객이 생성형 AI 어시스턴트를 직원에게 적극 제공했다. 그러나 가트너의 책임 애널리스트 맥스 고스는 대부분의 조직이 M365 코파일럿을 소규모 파일럿 테스트 수준에서만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된 이유는 데이터 보안 우려와 도구의 실질적 가치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고스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에 대한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가트너가 대화하는 대부분의 조직이 어떤 형태로든 코파일럿을 시험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테스트 단계를 넘어 대규모로 코파일럿을 배포한 사례를 보진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가트너가 지난 6월 다양한 규모의 기업에서 132명의 IT 리더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응답자 절반이 직원 수 1만 명 이상인 기업 소속)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M365 코파일럿 도입을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파일럿을 완료하고 대규모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응답자는 6%에 불과했고, 조직 내 모든 사무직 직원에게 코파일럿을 배포한 경우는 1%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거의 절반인 48%는 올해 말이나 2025년에 파일럿에서 소규모 배포로 전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고스는 “많은 사람들은 코파일럿을 사용하고 싶어했고 그만큼 기대도 컸지만, 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명확히 알지 못하면서 도입과 배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다른 전문가도 코파일럿 초기 도입 환경에 대해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IDC의 대화형 AI 및 지능형 지식 탐색 연구 부문 부사장 데이브 슈브멜 “이런 상황을 ‘조심스러운 낙관론’으로 묘사하고 싶다”라며 “많은 조직에서 코파일럿을 실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슈브멜은 M365 코파일럿을 적극적으로 배포하고 있는 조직의 CIO 및 IT 리더들과의 대화를 기반으로 도입 상황을 대략적으로 추정한 수치를 공유했다. 그에 따르면 약 20%는 조직 전체에 M365 코파일럿을 배포하고 있고, 또 다른 20%는 일부 부서에 배포하고 있으며, 나머지 60%는 파일럿 또는 테스트 단계에 있다고 한다.
Gartner
M365 코파일럿 도입 현황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 도입 관련 수치를 외부에 공개하고 있지 않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올해 실적 발표 현장에서 M365 코파일럿 도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 분기별로 고객 수가 60% 증가했으며, 1만개 이상의 계정을 관리하는 고객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또한 보다폰(Vodafone)과 코그니전트(Cognizant)가 수만 명의 직원을 위해 라이선스를 구매했다고 언급하며 일부 대규모 고객 배포를 강조했다.
파운드리 산하 IT 언론사 컴퓨터월드는 M365 코파일럿의 도입 진행 상황과 기업 고객 및 개인 사용자 수에 대해 문의했으나,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제공하지 않았다.
데이터 보안 및 관리
M365 코파일럿의 도입을 저해하는 한 가지 요인은 데이터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4%가 정보 관리 및 보안 위험이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필요로 한다고 보고했으며, 데이터의 ‘과도한 공유’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응답자의 40%는 도입을 3개월 이상 지연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57%는 혹시 모를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저위험 사용자나 신뢰할 수 있는 사용자에게만 배포를 진행했다.
M365 코파일럿의 LLM은 조직의 아웃룩, 팀즈, 워드, 쉐어포인트, 원드라이브 같은 응용 프로그램 그리고 스토리지 도구에 저장된 M365 데이터(파일, 이메일, 캘린더, 채팅 대화 등)를 기반으로 응답을 생성한다. 이론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M365 고객이 이미 설정해 놓은 사용자 권한과 문서에 적용된 데이터 보안 조치에 맞춰 데이터에 접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민감한 문서에 실수로 권한 설정이 제대로 안 됐다면 어떻게 될까? M365 코파일럿은 해당 문서에 접근하고 코파일럿 답변에 민감한 내용이 노출될 수 있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급여나 회사 재무 데이터가 노출될 수도 있다.
고스는 “물론 이것은 코파일럿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수년 동안 권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환경에 코파일럿을 설치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보호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바로니스(Varonis)의 CTO 브라이언 베치는 M365 코파일럿이 민감한 데이터를 노출할 수 있다는 점이 많은 기업에게 놀라움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올해 1월 M365 코파일럿 배포 시 최소 300계정 이상 구매해야 한다는 조건이 없어지면서 더 많은 조직이 파일럿을 시작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조직은 위험성이 명확해지면서 광범위한 도입에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베치는 “IT 부서 몇몇 사용자에게만 도입했을 때에도 곧바로 상당한 프라이버시 및 보안 문제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어떤 직원이 어떤 파일에 액세스할 수 있는지를 관리하는 문제는 새로운 도전 과제가 아니다. 하지만 생성형 AI 비서를 도입하면 이러한 민감한 데이터가 노출될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고스는 “정보 검색 도구가 좋아질수록 정보 관리 체계도 더욱 중요해진다”라며 “코파일럿은 매우 뛰어난 정보 검색 도구다”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가치 확인의 어려움
최종 사용자의 관점에서 보면 코파일럿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가트너 설문조사에 참여한 거의 모든 응답자(98%)는 직원들이 코파일럿을 사용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0%는 직원들이 “접근 권한을 계속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코파일럿을 직원의 일상 업무에 원활히 통합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로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의 72%는 직원들이 코파일럿을 일상 업무에 통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으며, 57%는 도입 초기 이후 실제 사용 수준이 급격히 감소한다고 보고했다.
기업용 버전의 가격은 사용자당 월 30달러다. 그리고 가격은 가치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그 외에도 코파일럿을 배포하는 데는 라이선스 비용 외에도 상당한 자원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변화 관리 노력에서 많은 자원이 소요된다. 응답자의 73%는 M365 코파일럿 도입이 예상보다 더 많은 변화 관리 노력을 요구했다고 밝혔으며, 87%는 코파일럿을 도입할 때 최종 사용자에게 지속적인 교육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스는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는 ‘코파일럿 같은 도구는 학습 곡선이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학습 곡선이 높았다’라고 표현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라며 “우리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나 UI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업무 방식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변화 관리가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거버넌스 및 보안 문제, 사용자 경험, 변화 관리 같은 요구 사항은 M365 코파일럿 전사 도입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코파일럿은 분명 사용자의 시간 절약에 도움이 되긴 했지만, 가트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만이 현 단계에서 M365 코파일럿이 ‘상당한’ 가치를 제공한다고 답했다. 대다수 응답자는 코파일럿이 앞으로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며, ‘어느 정도’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업무 환경에서 생성형 AI 도구의 ROI를 추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M365 코파일럿도 예외는 아니다. 슈브멜은 일부 엔지니어링 서비스 기업에서 엔지니어들이 고객과의 시간을 줄여 프로젝트 비용을 낮추는 등 명확한 가치 창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분야 기업에게 ROI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직원들이 절약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질문도 남아 있다. 고스는 “절약한 시간에 또 다른 회의에 참석해야 할까? 아니면 개인 시간을 활용해 산책을 나가야 할까? 이런 부분이 훨씬 더 복잡한 문제이며, 어떤 면에서 이것이야말로 더 고민해야 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물론 업무 환경에서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이제 막 생겨난 문화다. M365 코파일럿 역시 출시된 지 1년도 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엑셀, 아웃룩, 팀즈 같은 앱에 추가 기능을 제공하는 M365 코파일럿 ‘웨이브 2’를 발표했다. 여기서는 새로운 협업 문서인 ‘페이지(Pages)’라는 것을 제공하는데, 이 도구로 코파일럿을 팀의 워크플로우에 통합하고 생산성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자동화 측면에서 M365 코파일럿의 잠재력을 확장할 수 있다. 앞으로 핵심 기능과 성능에 대한 더 많은 업데이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스는 “공식 버전 출시 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현재의 낮은 성숙도는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 제품의 완성도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스는 기업들이 M365 코파일럿 도입 확대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은 소프트웨어가 충분히 성숙해져 그 가치가 명확해지거나, 비용 모델이 개선되어 조직이 도입에 따른 문제를 더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스는 “코파일럿의 가치와 비용 모델이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1년 후에도 우리는 비슷한 내용을 논의하고 있을 것”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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