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만에서 수입되는 반도체 제품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업계의 비용 상승과 공급망 중단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애널리스트들은 평가했다.
트럼프는 최근 연설에서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컴퓨터 칩, 반도체, 의약품의 해외 생산에 관세를 부과하여 이러한 필수 상품의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정부는 반도체 산업과 미국 간의 상호 이익적인 관계를 강조하며 이에 대응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타이완 경제부는 미국이 설계하고 타이완이 제조하는 모델의 상호 보완성을 강조하면서, “양측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표현했다.
높은 관세는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제조사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생산 거점을 옮기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 수입국 내의 기업이 국내에서 대체품을 조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추가 비용이 구매자에게 전가되어 가격이 상승하기도 한다.
공급망이 변화 전 비용 상승 유력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관세 증가로 인해 전자제품의 비용이 상승하고 공급망이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울러 엔비디아, 애플, AMD와 같은 기업들이 생산 비용 상승과 잠재적인 배송 지연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팹 이코노믹스(Fab Economics)의 CEO인 덴마크 파루키는 “단기적으로 컴퓨팅, 메모리, 스토리지, 네트워킹 구성 요소 전반에 걸쳐 하이퍼스케일러와 네오클라우드 제공업체의 하드웨어 확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조달은 주로 대만과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뤄진다. 5나노 미만의 로직 칩, DRAM/HBM 메모리 제품, 낸드, HAMR/NMR SSD, PAM4 DSP/코히어런트 DSP/스위치/데이터센터 인터커넥트 요소 등 첨단 반도체 기술군이 이에 속한다”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또 미국 기업들이 단기간 내에 대만과 한국으로부터의 조달을 축소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현재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대량 생산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에 관세로 인해 공급망이 즉각적으로 조정되기보다는 가격이 상승할 뿐이라는 관측이다.
파루키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다를 수 있다. 아시아 등의 국가에서 어떤 대응책이 있더라도 100%에 달하는 관세가 지속적으로 부과된다면, 아시아(대만/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 모두 첨단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할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장기적’이란 6~7년을 의미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관세는 장기적인 정책적 도박에 해당하며, 이는 반도체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존 접근 방식과 대조적이라고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파루키 박사는 “신 행정부가 내세우는 관세 정책은 그린필드 팹과 OSAT 프로젝트 기반 보조금과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여러 프로젝트 유형을 다룬 우리의 연구 및 분석에 따르면, 보조금 정책의 효과가 더 빠르다. 관세 정책이 동등하거나 더 나은 결과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의 절반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수십억 달러의 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칩 제조업체들이 이미 국내 생산 확대를 위해 수십억 달러의 칩스 법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 부과가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불확실하다. 단기적으로는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결과는 대만과 한국 등의 칩 제조사들이 무역 정책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달려 있다.
칩 리쇼어링(칩 생산을 해외에서 국내로 이전하는 것) 촉진을 위한 시도
이 관세 계획은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불확실하다. TSMC와 같은 회사들이 고려해야 할 여러 다른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가트너의 부사장 겸 애널리스트인 가우라브 굽타는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양보하고 이에 동의할지 확신할 수 없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뿐만 아니라 노동력 가용성, 규제 등도 어려움이 될 수 있다. 내 생각에 관세는 그저 협상 전략일 수 있으며, 최종 설정값이 어떠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TSMC 등의 제조사가 결국 양보할 가능성을 점친다. 특히 TSMC가 이미 칩스 법에 기반해 미국 내 입지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어 인사이트 앤 스트래티지의 패트릭 무어헤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기간이 핵심이다. 높은 관세가 단기간에만 부과될 것으로 전망한다. TSMC가 일단 반발하겠지만 결국 누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적 개입이 없다면, 미국이 차지하는 세계 반도체 제조업 내 비중(현재 약 11-12% 수준)에 단기적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결국 새로운 팹을 건설하더라도 리쇼어링은 장기적이고 지리한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굽타는 “팹을 짓는 데는 수년이 걸리기 마련이다. 10년 후에는 미국 시장 점유율이 몇 퍼센트 포인트 상승할 수 있겠다.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추산해 본다면 14~15%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리 큰 수치가 아니다. 미국이 점유율을 얻으려면 다른 나라가 점유율을 잃어야 하고, 미국이 노력하는 동안 아시아 지역에서도 비슷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워싱턴이 인도, 일본, 말레이시아와 같은 국가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더 낮은 관세를 부과한다면, 대만의 칩 제조업체들은 미국이 아닌 그러한 지역으로 생산을 옮길 수 있다고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부회장인 스티븐 에젤은 말했다.
그는 최근 노트에서 “가령 중국 칩 수출에 적용되는 관세가 대만 수출에 적용되는 관세보다 낮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경우 트럼프는 중국의 반도체 제조사를 돕는 형국이 펼쳐질 수 있다. 따라서 이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려면 트럼프는 모든 반도체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해야 하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기업 IT가 직면한 어려운 선택
반도체 관세로 인해 비용이 상승하면 기업은 지출 우선순위를 재평가해야 한다. 이는 중요한 IT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지연되거나 삭감될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즉 칩 가격 상승은 AI,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센터 확장에 대한 예산을 압박하여 기업이 어려운 선택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
파루키는 “기업 측면에서는, 하이퍼스케일러와 대기업들이 향후 2-3년 동안 높은 관세로 인해 영업마진이 감소할 수 있다. 또한, 외국 반도체 부품 수입에 대한 관세로 인한 영업마진 감소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업들이 가급적 빠르게 미국 지역에 막대한 자본 지출 투자를 해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첨단 칩에 의존하는 기업들에게는 미국 내 생산이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희소식일 수 있다. TSMC의 첫 번째 애리조나 팹이 생산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두 번째 및 세 번째 시설이 건설 중에 있다.
굽타는 “이 시설들이 효과를 입증한다면 TSMC가 미국 내 생산 능력을 계속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업들이 조달을 다양화하고 아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완전히 성공하려면 미국으로 이동하기 위한 패키징/조립 라인도 미국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칩 제조/패키징 관련 작업의 이전에는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결국 미국 반도체 제조업이 확장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100% 관세로 인해 기업들은 수년 동안 더 높은 비용과 공급망의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파루키 등의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이 최종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피하고, 미국으로의 공급망을 확장하고, 마진 확보를 위한 비용 구조 최적화를 수애하고, 포트폴리오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등 미묘한 접근 방식을 활용하는 전략을 펼쳐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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