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베일에 싸여 있던 새로운 AI 강화 버전의 알렉사+(알렉사 플러스)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파운드리 산하 언론사 PC 월드는 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공개 행사 직접 참여해 새로운 음성 비서가 어떤 기능을 갖췄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공개 행사 후, 참석자들은 시연 공간으로 안내됐다. 이곳에는 여섯 개 정도의 개별 시연실이 마련돼 있었으며, 여기서 알렉사의 새로운 대화 기능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다만 참석자가 직접 명령을 내릴 수는 없었다. 시연에서는 스마트홈 기기 제어, 스포츠 경기 티켓 검색, 요리 레시피 추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음악 재생 등의 기능이 선보였다.
이 모든 것이 기존 알렉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한 가지 중요한 차이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아마존 디바이스 부문 총괄인 파노스 파네이는 과거의 알렉사는 ‘알렉사 전용 언어(Alexa-speak)’를 배워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알렉사는 훨씬 더 유연하고 사용자의 의도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26일 시연에서 본 바로는, 최소한 과거보다 정확도가 크게 향상된 모습이었다.
물론 이날 선보인 시연은 매우 정교하게 준비된 듯 보였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반복해서 “현재 보고 듣고 있는 것은 미리 녹음된 형태가 아닌 실시간 라이브 알렉사+ 시연”라고 강조했다. 챗GPT의 고급 음성 모드(Advanced Voice Mode)를 여러 번 사용해본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날의 시연은 조작된 데모가 아닌 실제 음성과 매우 흡사했다.
아마존이 공개한 알렉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실수가 거의 없는 알렉사+
많은 이들이 AI 기반 알렉사가 엉뚱한 명령을 내리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환각(hallucination)’을 보일지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데모는 예상보다 매끄럽게 진행됐다.
물론 아마존 관계자들은 미리 준비된 질문과 명령을 반복해서 시연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시연 중에는 충분히 오류가 발생할 만한 열린 질문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도 필자가 직접 본 실수는 단 하나뿐이었다. “사무실 스피커로 음악을 옮겨달라”고 요청하자, 알렉사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드라마 ‘더 오피스(The Office)’를 재생한 것이다. 실수치고는 꽤 웃긴 장면이었다.
또한 몇 차례 질문을 던졌을 때 알렉사가 잠시 멈춘 듯 보이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시연 공간의 소음이나 과부하된 와이파이 네트워크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참여자들 조차 현장에서 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2. 한결 쉬워진 스마트홈 제어
현재 음성 비서를 이용해 스마트홈 기기를 제어할 때 가장 짜증 나는 순간은 “어떤 전구를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또는 “그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들을 때다. 이런 오류를 자주 겪게 되면 결국 스마트 스피커 대신 앱이나 물리적 버튼을 더 선호하게 된다.
알렉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의 발화를 분석해 의도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시연에서는 “응접실 조명을 켜줘”라는 요청을 했다. 사전에 ‘응접실’이 스마트홈 시스템에 등록돼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알렉사는 소파 옆에 위치한 램프를 켰다. 공간을 유추해 적절한 조명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한 집에 여러 개의 ‘응접실’이 있을 수도 있고, 이 기능이 항상 정확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적어도 알렉사가 스마트홈 명령을 보다 창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였다.
또 다른 시연에서는 아마존 스마트 보안 카메라 ‘링(Ring)’의 녹화 영상을 검색하는 기능이 시연됐다. “아이들이 눈밭에서 놀던 장면을 보여줘”라고 요청하자, 해당 장면이 자동으로 재생됐다.
음악을 스마트 스피커 간에 손쉽게 이동하는 기능도 인상적이었다. “주방에서 듣던 음악을 거실로 옮겨줘”라는 요청에 알렉사가 즉시 반응했다. 기존 알렉사가 종종 “해당 스피커를 찾을 수 없다”며 오류를 내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발전이다.
마지막으로, 자연어 음성 명령을 기반으로 만드는 자동 실행 기능을 도 공개됐다.
예를 들어 “가족이 밤마다 잠자리에 들기 어려워하는데, 이를 도와줄 자동 실행 기능을 만들어줄 수 있니?”라고 요청하자, 알렉사는 “매일 밤 9시에 모든 기기에서 ‘잠잘 시간입니다’라는 안내가 나오고, 모든 조명이 50% 밝기로 어두워진 뒤 완전히 꺼지는 자동화 기능”을 설정했다.
이 기능은 기본적으로 유용하며, 사용자가 추가로 세부 설정을 조정할 수도 있다.
3. 주방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술
최근 생성형AI가 요리 보조 역할을 얼마나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시간으로 레시피를 생성하고, 대체 재료를 추천하는 기능이 특히 유용하다. 알렉사+는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기존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는 방식보다 훨씬 편리한데, 특히 요리 중 손에 음식이 묻어 있는 상황에서도 음성으로 쉽게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알렉사는 사용자가 보유한 식재료를 기억하고, 가족 구성원의 기호까지 반영할 수 있다. 사용자가 냉장고나 찬장 속 재료를 알렉사에 알려주거나 보여주면,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레시피를 추천한다. 또한 필요한 재료를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 또는 다른 지원되는 온라인 식료품점에서 자동으로 주문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지원되는’ 온라인 스토어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알렉사는 웹에서 무작위로 레시피를 수집해 자체적으로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검증된 파트너 출처에서 제공하는 수천 개의 레시피를 활용한다고 설명됐다. 이는 신뢰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4. 조금 수다스러운 알렉사+
새로운 AI 기반 알렉사+는 기존 알렉사와 마찬가지로 꽤 수다스러운 면이 있다. 사용자가 선택한 노래를 듣고 “이 곡을 정말 좋아한다”라고 말하거나, “완벽한 선택이다”라고 칭찬하는 식이다. 어떤 TV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일요일 저녁 우울함을 날려줄 최고의 선택”이라고 감상평까지 덧붙이기도 한다.
이런 화려한 표현 방식은 챗GPT의 고급 음성 모드(Advanced Voice Mode)를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아부성 멘트는 금방 피로감을 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재생할 때 불필요한 감상 없이 깔끔하게 음악만 실행되길 원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다행히 알렉사+의 반응을 간결하게 조절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더 간단하게 말해줘”라고 요청하면 불필요한 멘트를 줄일 수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5. 아마존 파트너사만 이용 가능한 서비스
알렉사+가 지원하는 기능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음악 재생부터 식당 예약, 일정 관리, 서비스 예약까지 가능하다. 이는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가 아직 각자의 챗봇 환경에 제한되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제미나이는 최근 스마트홈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하지만 알렉사+의 많은 기능은 아마존과 제휴한 서비스에 한정돼 있다. 예를 들어 서비스 중개플랫폼 썸택(Thumbtack)과의 통합 덕분에 카펫 청소 일정을 예약할 수 있지만, 의료 예약 플랫폼 족닥(ZocDoc)을 통해 건강검진을 예약하는 기능은 제공되지 않는다. 족닥이 아직 아마존과 협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알렉사+는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나 *홀푸드(Whole Foods)*와 같은 아마존 계얄사의 서비스로 식료품을 주문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온라인 식료품 배달 서비스인 프레시다이렉트(FreshDirect)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어도 프레시다이렉트가 아마존과 제휴하기 전까지는 그렇다.)
6. 아직 안심할 수 없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
26일 공개된 데모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알렉사+가 긴 문서를 분석하고 요약해주는 기능이었다. 특히 개인 문서를 이해하고 중요한 정보를 추출하는 기능이 주목할 만했다.
예를 들어, 한 데모에서는 알렉사+가 복잡한 부동산 계약서를 분석했다. 다양한 규정을 설명하며 핵심 사항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알렉사+는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기억할 수도 있다. 선호하는 레스토랑, 친한 친구, 좋아하는 음악 장르 등을 저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가 공유하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알렉사+는 더욱 강력한 개인 비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알렉사와 마찬가지로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될 수 있다. 건강 기록이나 금융 정보를 알렉사+에 맡기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아마존은 “새로운 알렉사는 고객의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보호하도록 설계됐다”라며 “투명성과 제어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프라이버시 설정을 중앙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AWS의 안전한 인프라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7. 에코 디스플레이 사용자에게 먼저 제공
새로운 알렉사는 기존의 거의 모든 에코 디바이스에서 작동할 예정이며, 소형 스마트 스피커인 에코닷(Echo Dot)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초기 모델인 1세대 에코, 에코닷, 에코플러스(Echo Plus)에서는 지원되지 않는다.
하지만 알렉사+를 가장 먼저 경험하려면 에코 쇼(Echo Show) 디스플레이를 보유해야 한다. 아마존은 알렉사+를 단계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며, ‘몇 주 내로’ 에코 쇼 8, 10, 15, 21 등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기기 사용자부터 지원할 계획이다.
초기에 알렉사+를 활성화한 사용자는 이후 모든 호환 가능한 에코 디바이스에서 동일한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즉, 한 번 설정하면 에코닷과 같은 스피커 전용 기기에서도 알렉사+를 활용할 수 있다.
8. 프라임 회원에게 무료 제공
초기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난 후, 알렉사+는 월 19.99달러(약 2만 8,000원)의 요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알렉사+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에게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즉, 기존 프라임 혜택의 일부로 포함되는 것이다. 이는 이미 프라임을 구독 중인 많은 사용자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필자처럼 한동안 알렉사를 사용하지 않았던 사람도, 새로운 AI 기반 알렉사를 다시 한 번 경험해볼 유인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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