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의 그룹 채팅에 참여하고 있는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는 현재 2개의 그룹 채팅에 참여하고 있으며, 둘 다 사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그룹 채팅은 실제로 많이 논의되지 않는 주제다. 새로운 기술적 소통 형태이지만, 단순한 기술을 넘어 사회적 관계를 조직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그룹 채팅은 특별한 계획이나 전략 없이 자연스럽게 사회에 뿌리내리게 됐다.
그룹 채팅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특별한 ‘유행’이나 ‘트렌드’로 주목받은 적은 없으며, 그 배경에 특별한 혁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거의 모든 사람이 다양한 형태의 그룹 채팅에 참여하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 학교 학부모들, 축구팀, 직장 내 여러 그룹이나 프로젝트 팀 등에서 그룹 채팅을 활용한다. 그룹 채팅 설정의 간편함과 소통의 즉시성은 조용히 일상에 스며들어 사회의 모든 수준에 영향을 미쳐왔다.
한동안 그룹 채팅에 대해 생각해 오던 중,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시그널게이트’로 인해 이 주제가 큰 주목을 받게 됐다. 시그널게이트는 애틀랜틱(The Atlantic) 잡지의 편집장인 제프리 골드버그가 실수로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관련 그룹 채팅에 초대되며 벌어진 사건이다. 골드버그는 갑자기 미국 국방장관,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CIA 국장 및 기타 여러 인사들과의 그룹 채팅방에 들어가게 됐다. 그룹의 목적은 예멘의 후티 반군에 대한 폭격을 계획하는 것이었다.
시그널과 같은 보안 서비스에서 군사 작전 계획을 목적으로 그룹 채팅이 열리고, 한 언론인이 우연히 초대됐다는 사실로 인해 이번 스캔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룹 채팅이 권력의 통로 역할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례로 영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보건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이 부적절한 메시지를 주고받아 논란이 된 왓츠앱(Whatsapp) 그룹이 있었다. 이 그룹은 이후 팬데믹 대응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을 때 집중적인 조사를 받았다. 스웨덴에서는 예테보리포스텐(Göteborgs-Posten) 신문이 폭로한 알링소스의 ‘깅겐게트(Gingänget)’ 그룹이 있었다. 주요 정당들이 비밀 그룹 채팅을 통해 권력 경쟁을 벌이다가 사임한 사건이었다.
정치권 밖에서는 지난 2023년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사건이 또 다른 예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스타트업 기업가를 위한 대규모 그룹 채팅이 있었다. 그룹 채팅에서 공포가 확산되면서 모든 사람이 동시에 돈을 인출해 뱅크런이 발생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수년간 스웨덴 경찰이 왓츠앱 그룹 채팅으로 소통한 사실이 여러 차례 드러났으며, 매체 다겐스 니헤테르(Dagens Nyheter)는 최근 스웨덴 억만장자들이 전용기를 공유하는 데 쓰는 그룹 채팅이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말했듯이 그룹 채팅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인터넷 대중화 이후로는 늘 비슷한 디지털 소통 방식이 존재해 왔다. 한때 메일링 리스트가 인기를 끌었고, 기술에 더 능숙한 사람들은 IRC에서 채팅을 해왔다. 하지만 슬랙(Slack), 팀즈(Teams), 왓츠앱, 메신저(Messenger), 시그널이 그룹 채팅을 더 접근하기 쉽게 만든 이후, 이는 일상 업무에서부터 세계 정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조직하는 광범위한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이것이 문제일 수 있을까? 때로는 그럴 수 있다. 특히 투명성 없는 권력 행사가 항상 문제가 된다. 민주주의 국가들이 중요한 소통을 문서화하고 보존하도록 요구하는 법률을 가진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의 ‘시그널 채팅’ 논란은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이 그룹 채팅 기술 자체에 있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기술은 단지 특정 포럼에서 이뤄져야 했던 소통을 훨씬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었을 뿐이다. 반 친구들 간의 그룹 채팅이 전화 연락망을 대체한 것과 마찬가지로, 권력자들 간의 채팅은 본질적으로 오래된 사교 모임의 현대 버전이다. 이제 단지 주머니 속에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기술이 있든 없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만나 점식 식사를 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현상으로서의 그룹 채팅은 여전히 흥미롭다. 미래의 사회학자들이 디지털화와 함께 사회적 상호 작용 및 의사 결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연구할 때, 그룹 채팅은 실제로 중심 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이 칼럼은 컴퓨터월드 스웨덴 마커스 제랭 편집장이 직접 보내온 독서 팁, 링크 팁, 분석이 담긴 개인 뉴스레터인 CS 베코브레브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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