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리더가 성공적인 비즈니스 리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동료나 직원과의 소통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 조직의 문화를 강화하고, 경영진과 현업 부서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큰 그림을 그리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요구된다.
기술팀을 이끌고, 경영진에게 기술을 대변하며, 각 부서와 기술적 필요나 리스크에 대해 논의하는 일은 단순한 기술 이해도를 넘어서는 역량을 요구한다. 이제는 전문 협상가, 연설문 작성자, 홍보 전문가의 역할까지 겸해야 하는 시대다. 하루 중에도 기술적 의사결정을 재무 담당자에게 설명했다가, 곧이어 생성형AI 프로젝트의 시행착오를 복잡한 약어와 함께 듣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이 채널을 넘어 확장되고 기술이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진화함에 따라, 기술 리더의 역할은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요구하는 것으로 변모했다. 더 나아가 명확하고 효과적인 큰 그림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CIO와 다른 리더에게 업무 방식을 물었다. IT 리더십을 위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개발하는 데 대해 이들이 제시한 조언은 다음과 같다.
1. 청중의 언어로 말하라
기술팀과 기술 구현 방안을 논의할 때는 자연스럽게 약어나 기술 용어가 오가게 된다. 하지만 다른 부서, 경영진, 혹은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같은 방식으로 소통하면 핵심이 전달되지 않는다.
디지털 운영 플랫폼 기업 페이저듀티(PagerDuty)의 CIO 에릭 존슨은 “엔지니어링 팀과 이야기할 때와 경영진과 이야기할 때는 완전히 다른 대화다”라며 “기술 용어에 갇힌 설명은 CIO에게 성공 대신 몰락을 안기는 ‘죽음의 키스’와 같다”라고 말했다.
비기술 부서를 대상으로 할 때는 기술 스펙이나 속도 수치는 과감히 생략하고, 기술이 해결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과제에 집중해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설명해야 한다. 기술이 아니라 문제 해결 중심의 접근이 핵심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바이레스데브(BairesDev)의 서비스 운영 부사장 기예르모 카레라스는 “듣는이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기술 구현의 세부 사항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전체적인 비전을 전달하는 것으로 충분할지, 기술 용어 대신 쉬운 표현이 필요한지 판단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어떤 채널을 사용하는지도 중요한 요소다. 누군가는 기술 문서를 읽는 걸 선호하고, 어떤 경우에는 직접 얼굴을 마주해야 하며, 이메일로 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상황도 있다. 다양한 소통 채널이 존재하는 만큼, 어떤 표현을 선택할지는 말하는 내용뿐 아니라 소통 방식 전반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2. 모든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적극 활용하라
IBM의 비즈니스 플랫폼 전환 부문 CIO 겸 부사장 앤 푸나이는 “소통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슬랙, 전체 회의, 블로그, 내부 웹페이지, 비전 공유, 로드맵 발표 등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각자가 선호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이메일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슬랙 메시지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IT 리더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팀과 경영진이 있는 곳에서 그들과 연결되어야 한다.
존슨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가장 익숙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려 한다. CIO는 이 다양한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모두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어떤 사람은 슬랙을 통해 내용을 받고, 누군가는 타운홀에서 시각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며, 또 어떤 사람은 정해진 시간에 찾아가 질문하는 걸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단, 채널이 많아질수록 소통 방식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일정한 기준과 규칙 없이 운영되면 메시지 전달이 오히려 엉킬 수 있다. 기술 리더라면 이러한 기준과 소통 규범을 정의하고 설정하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
3. 채널별 활용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라
대부분 조직은 개인의 선호에 따라 어떤 채널을 사용할지 결정한다. 하지만 개인의 습관만으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정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
에너지 기술 기업 에너지솔루션즈(Energy Solutions)의 CIO 데이비드 웨이송은 팀이 메시지의 긴급성과 성격에 따라 채널을 구분한다고 밝혔다. 긴급하지 않은 공지 사항은 이메일로 전송하고, 슬랙이나 문자 메시지는 사실상 ‘레드 알럿’처럼 처리된다고 한다.
회사 내부 합의에 따라 이메일은 하루 안에 확인하면 되는 ‘비긴급’ 채널로 분류되어 있다. 반면, 슬랙 긴급 채널이나 문자 메시지가 오면 모든 일을 멈추고 즉시 확인한다. 물론 이 구조가 작동하려면 해당 채널은 오직 정말 긴급한 상황에만 사용한다는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한다.
의약정보 플랫폼 기업 칼데로스(Kalderos)의 CTO 수다카르 벨라무르는 기술 주제의 난이도에 따라 채널을 나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인 내용을 이야기할 때는 슬랙을 쓴다”라며 “회의나 영상 통화로도 아이디어는 전달할 수 있지만, 슬랙의 비동기적 소통 방식은 더 정확한 표현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전했다.
4. 핵심 메시지를 맥락과 함께 전달하라
어떤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사용하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방향성과 맥락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칼데로스의 CTO 수다카르 벨라무르는 “특히 기술팀이 사양을 전달할 때는 대화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독자가 내용을 왜 읽는지, 무엇을 읽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배경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이런 맥락이 빠지면 커뮤니케이션이 본래 목표에서 멀어지고, 의도하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수 있다.
프로젝트 관리 솔루션 기업 플랜뷰(Planview)의 최고 전략 책임자 카메론 반 오르만은 “우리는 OKR(목표 및 핵심 결과 지표)을 기준 삼아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부터 시작한다”라며 “전체 회의, 기업 킥오프 행사 등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목표를 가장 앞에 두고 이를 모든 업무에 반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목표들이 애자일 기획 도구 안에 녹아 있어 항상 눈에 보이는 형태로 살아 있다는 점이다”라고 전했다.
반 오르만은 대부분 조직이 재무 목표나 제품 목표처럼 중요한 지표를 간헐적으로만 살펴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OKR이 성과 관리 시스템이나 재무 도구에만 머물러 있으면, 프로젝트 중심 사고에 갇히게 된다”라며 “OKR을 일의 중심에 두면 결과 중심으로 관점을 전환할 수 있고,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벨라무르도 이에 공감하며 “업무를 조직의 궁극적인 비즈니스 목표와 연결시켜야 한다”라며 “이런 접근은 특히 변화가 잦은 환경에서 우선순위를 재정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 향하고 있는 비즈니스 목표를 명확히 정리하고 이를 기준으로 맥락을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5. 대면 회의로 비대면 소통 채널의 효과를 강화하라
재택 근무 환경에서는 대면 접촉이 부족해지기 마련이고, 이는 커뮤니케이션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메일, 영상회의, 메시징 중심의 소통만으로는 사람 간의 유대감이 약해질 수 있다.
에너지솔루션즈의 CIO 웨이송은 퇴사자 인터뷰를 통해 이런 문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신입 직원이나 경력이 짧은 인력이 회사나 업무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회사는 전사 오프라인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신입 직원은 일정 기간 사무실에서 근무하도록 정책을 바꾸었다.
웨이송은 “나무를 심을 때 뿌리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지대를 세우듯, 새로운 팀원이 조직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라며 “이 접근은 신입 직원이 동료와 네트워크를 만들고 회사에 소속감을 갖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오프라인 만남은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의 질도 높인다. 상대방을 직접 만나면 이후 이메일이나 메시지로 소통할 때도 그 사람의 말투나 의도를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웨이송은 “상대에 대한 이해 기반이 생기면, 디지털 채널을 통한 상호작용도 훨씬 원활해진다”라고 말했다.
6.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따로 진행하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타고난 능력이 아니다. 많은 IT 리더는 이 역량을 조직 전체가 갖출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밀 정보 처리 기준, 적절한 채널 사용법, 계약상 민감한 내용 구분 같은 구체적인 지침은 물론이고, 언제 대화를 영상회의로 전환해야 하는지, 어떤 주제는 대면으로 다뤄야 하는지, 기본적인 예의범절, 무례함의 경계, 괴롭힘의 기준 등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 태도까지 포함된다.
웨이송은 “우리는 기밀성과 독점 정보에 대한 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라며 “보안, 규정 준수, 리스크 관리 교육도 포함돼 있으며, 슬랙 채널에서 어떤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지도 함께 다룬다”고 전했다.
에너지솔루션즈는 커뮤니케이션 교육에 갈등 방지 및 해결법, 대화를 전화나 화상회의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하는 방법까지 포함하고 있다.
7. 듣는 법을 배워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진정한 소통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쌍방의 흐름이다.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면, 그건 더 이상 소통이 아니다.
바이레스데브의 기예르모 카레라스는 “경청하는 법을 배우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라며 “팀은 매우 가치 있는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의 우려, 제안, 아이디어를 듣는 시간은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높이고 신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단,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의 말만 듣는 건 위험하다. 많은 리더가 이 점을 간과한 채, 듣기 편한 이야기만 듣다가 조직과 단절되는 상황에 빠진다.
IBM의 앤 푸나이는 “자신과 다른 시각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라며 “다양한 관점을 검토하고 조율할 수 있어야 조직 전체와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8. 커뮤니케이션 리듬을 만들어라
슬랙 메시지, 데일리 스탠드업 회의, 이메일 등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 현재 진행 중인 작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대화는 업무를 추진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팀원이나 동료, 또는 다른 부서 리더와 조직의 큰 방향이나 개인적인 상황을 공유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바로 이 ‘큰 그림’과 ‘개인적 연결’이 커뮤니케이션의 기반이며, 모든 대화를 지탱하는 핵심이다.
페이저듀티의 CIO 에릭 존슨은 “핵심 비즈니스 파트너와 정기적인 커뮤니케이션 리듬을 강제로라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유용하다는 걸 깨달았다”라며 “요즘은 정보가 넘쳐나고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공유된 우선순위의 상태를 점검하고 새로운 이슈를 논의하는 정기적인 체크인이 없으면 방향이 어긋나기 쉽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원칙은 조직 내 모든 관계에 적용된다. 경영진은 물론, 실무에서 도움을 기대하는 구성원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에너지솔루션즈의 웨이송은 “나는 부서 내 모든 구성원과 1:1로 만난다”라며 “일부는 이틀에 한 번꼴로 회의에서 마주치지만, 그건 늘 정해진 안건 중심의 대화일 뿐이다. 나는 이들과 더 깊이 연결되고, 개인적인 상황이나 프로젝트 수준의 진행 상황을 자연스럽게 확인하고 싶다. 안건에서 벗어난 진짜 대화를 나누기 위한 시간”이라고 전했다.
이미 바쁜 일정 속에서 이런 정기적인 비정형 대화를 추가하는 일은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노력은 충분한 보상을 가져온다.
칼데로스의 수다카르 벨라무르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조직 문화를 개선한다”라며 “조직 문화와 협업이 좋아지면, 리더 자신뿐만 아니라 고객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여러 결과를 만들어낸다”라고 분석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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