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만 해도, 대기업의 60% 이상이 성공을 위한 전략의 핵심을 디지털화에 두고 있다. 이는 디지털 전환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인식과 관점의 부족을 나타낸다.
문제는 투자 부족이 아니라, 조직 변화 없이 기술만 바꾸면 디지털 전환이 된다고 믿는 문화다. 이런 인식은 기업이 진화하고 현대화되는 과정에서 흔히 저지르는 심각한 실수다.
이탈리아 알루미늄 가공 기업 프로필글라스(Profilglass)의 최고정보책임자(CIO) 토마소 파니니는 “필요한 기술은 이미 다 나와 있는 상황이다.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라며 “퍼블릭 클라우드와 프라이빗 클라우드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AI 애플리케이션이 유용할지를 고민할 수는 있지만, 진짜 문제는 경영과 프로세스에 있다. 결국 사람 중심의 접근 방식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주의 보건 서비스를 총괄하는 공공기관 AUSL의 CIO 마르코 포라키아는 전략적 사고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큰 그림 없이 개별적인 조치만 반복하면 아무런 성과도 얻을 수 없다”라며 “이런 접근 방식은 ICT 시스템을 무계획적으로 도입하게 만들고, 기술만 쌓일 뿐 보안, 프라이버시, 클라우드, AI 같은 핵심 분야를 아우르는 일관된 전략을 세우기 어렵게 만든다. 이들 기술은 개별적으로 도입해서는 안 되며, 하나의 통합된 전략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디지털 전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피해야 할 대표적인 실수와 오해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디지털 전환을 기술만의 문제로 보는 접근
이탈리아 철도 부품 제조 기업 오메르(Omer)의 CIO 주세페 피타르레시는 “디지털 전환을 도구 중심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라며 “기술 트렌드를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명확한 계획 없이 제품만 쌓아놓는 일은 피해야 한다. 디지털은 반드시 조직 변화와 함께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환을 제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조직 내 변화에 적극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파니니는 “IT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이고 감각이 있는 인재를 발굴해 변화의 주체로 키워야 한다”라며 “현재 상황뿐 아니라 미래의 운영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IT 부서와 협력해 실질적인 제안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라키아는 AUSL이 ICT 전략을 수립할 때 IT 외 부서 직원들로 구성된 전략기획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ICT 부서도 여기에 참여하지만, 기술보다는 전략적인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그는 “보건 분야 사용자와 IT팀 사이의 지속적인 소통과 피드백을 위해 핵심 사용자(Key User)를 지정하고 있다”라며 “각 내부 사용자가 질문이나 문제, 혹은 전환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을 경우 언제, 어디로 전달해야 할지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2. 외부에 모든 기술 개발 역량을 맡기는 위험
여러 CIO는 벤더가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문화적 변화까지는 지원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기술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접근법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력 확보를 외부에 전적으로 맡기기보다는 일부 전략적 역량은 내부로 다시 끌어와야 한다.
파니니는 “벤더를 평가할 때, 내부 직원을 교육할 계획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라며 “모든 것을 완제품처럼 제공받기보다는, 벤더가 함께 일하며 지식 이전까지 진행하는 편이 훨씬 바람직하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조직 내에서 오랜 경험을 통해 문서화되지 않은 실전 노하우를 쌓아온 직원이나 외부 전문가는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들은 플랫폼의 개발이나 커스터마이징 과정에 깊이 관여했지만, 그 지식을 문서화하지 않았거나 벤더와의 개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조직을 떠나면 심각한 역량 공백이 발생할 수 있고, 그동안 사용된 많은 IT 제품이 실질적으로 활용되지 못한 채 남아버릴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파견된 외부 컨설턴트도 마찬가지다. 많은 CIO는 기술 역량이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예기치 않게 지식이 사라지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 위에서 강제로 전환을 밀어붙이는 방식
IT 전략과 목표를 사용자와 충분히 공유하지 않고, 위에서 일방적으로 솔루션을 도입하는 방식은 또 하나의 흔한 실수다.
이탈리아 항만 운영 기업 FHP 홀딩 포르투알레(FHP Holding Portuale)의 CIO 파비오 마타보니는 “디지털 혁신을 강제로 추진하는 것은 실책이다. 변화 관리는 필수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국적 기업의 이전 근무지에서 지역 지사가 고객과 자율적으로 관계를 맺는 구조 속에서 일했다. 당시 CEO는 전체 조직이 동일한 CRM을 사용하도록 하여 통합적인 관점을 확보하고자 했다.
그러나 각 지사는 이 CRM을 본사의 통제 도구로 인식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실제로 시스템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영업 부서는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데이터를 따로 보관했고, 결국 CEO는 각 직원에게 CRM에 업무 내용을 반드시 기록하도록 강제했다. 마타보니는 “당시 사례는 극단적이고 불쾌한 방식이었다”라며 “초기 접근 방식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다. 디지털 프로젝트는 실행에 앞서 참여 규칙을 정하고, 팀을 사전에 참여시켜야 하며, 성과에 따라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이후에는 각 팀 간 진행 상황과 목표를 지속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마타보니는 디지털 전환을 피할 수 없이 강제해야 하는 경우에도 프로젝트에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것이 기업 전체에 이롭다는 메시지를 반드시 전달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적절한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 문화 확산을 위한 이탈리아 협회 ‘카페 델라 시엔자 리보르노(Caffè della Scienza Livorno)’의 부대표이자 디지털 전환 컨설턴트인 플라비아 마르차노는 “기술에는 투자하지만, 실제 사용자 관점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라며 “예를 들어 웹사이트를 설계할 때, 디자인 팀이 고려해야 할 기본 요소는 사용 편의성과 접근성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고 언급했다.
마르차노는 또, 상위에서의 강압적 지시는 직원들의 자연스러운 저항을 더욱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직원은 AI 같은 기술 도입으로 자신의 역할이나 심지어 일자리를 잃을까봐 두려워한다”라며 “이런 반응은 경직된 조직 문화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며, 자동화나 AI 도입이 확대될 경우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라고 설명했다.
4. 가용 자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수
예산과 인력 역량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디지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위험한 접근이다. 디지털 전환 규모가 커지더라도 그에 맞춰 인력을 채용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CIO는 예산을 편성하고 성과를 요구하는 경영진의 요구와, 프로젝트에 필요한 역량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탈리아의 부동산 자산을 관리하는 공공 경제기관인 국유재산청(State Property Agency)의 디지털 전환 책임자 마시모 볼라티는 데이터 관리 역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기관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 단계는 데이터 준비와 정제였고, 필요한 것은 기술보다 프로세스를 정의하고 인력을 교육하는 것이었다.
볼라티는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세 가지 조치를 시행했다. 첫째는 교실 수업뿐 아니라 실무 중심의 내부 교육 강화, 둘째는 기존에 없던 역할을 수행할 신규 인력 채용, 셋째는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연결을 확대해 내부 인력을 파견하거나 박사급 연구자를 기관으로 초빙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 조치들이 가장 큰 효과를 가져왔다”라며 “현재 국유재산청은 이 세 가지 전략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혁신적이고 능동적인 디지털 조직으로 변모했다”라고 설명했다.
5. 장기 전략 없이 단기 목표에 집중하는 대응
많은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때 그날그날의 필요에 대응하며 방향성을 잃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진정한 전환을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의 전략이 필수적이다.
프로필글라스의 파니니는 “회사를 처음 맡았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중기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었다”라며 “이 계획은 우선순위별로 정리된 일련의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회사의 전반적인 진화 전략을 설계하는 작업은 핵심이다. 각 이니셔티브는 영향력, 가치, 비용 대비 성과 등을 기준으로 평가해 그리드에 배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6. 소프트웨어 연계를 놓치는 운영
현대 IT 환경에서 단일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기업에 민첩성과 속도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소프트웨어 간의 통합을 요구한다.
오메르의 피타르레시는 “IT 부서에는 통합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라며 “이 통합은 단순한 기술적 연결을 넘어 기능적 통합이 중요하다. 실제로는 IT 내에서 여러 기능 영역의 솔루션을 통합하는 데 가시성을 갖춘 내부 파트너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요약하면, 소프트웨어 통합은 기술과 비즈니스 간의 대화다. IT 부서에서 솔루션을 개발해 위에서 일방적으로 도입하면 변화가 강제로 느껴질 수 있고, 반대로 비즈니스 부서만 주도하면 부서 간 단절이 발생할 수 있다.
피타르레시는 “IT는 통합 계획에서 기능 요구사항을 조율하고 정렬하는 역할을 한다”라며 “모든 시스템은 서로 소통해야 한다. 기술 자체보다도 조직적인 문제로 봐야 하며, 필요한 기술은 이미 충분히 존재한다. 핵심은 기술을 실제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마르차노 역시 이 문제를 짚었다. 마르차노는 “공공기관에서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 중 하나는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라며 “부서마다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어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협업하기 어렵다. 또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도입할 때, 단순히 구형 소프트웨어를 대체한다고 착각하는 것도 흔한 오류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는 반드시 프로세스 재설계가 수반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7. 인식 전환을 외면하는 조직
조직이 진정으로 변화하려면 구성원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생각의 틀을 바꾸는 것은 디지털 전환의 핵심적인 출발점이다.
이탈리아 육가공 식품 제조 기업 F.lli 베로니(F.lli Veroni)의 IT 매니저 니콜라 마라는 “우리 회사는 디지털 혁신 이전부터 사업을 시작했고, 공장을 포함해 최신 애플리케이션 도입에도 선도적으로 나섰지만,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일하고 있는 만큼 기존 방식에 익숙한 직원의 업무 방식까지 바꾸기는 쉽지 않다”라며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마인드에서 출발해야 하며, IT는 이러한 마인드셋의 변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공공 부문에서는 문화적 측면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디지털 전환 컨설턴트인 플라비아 마르차노는 이와 관련해 “공공 행정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건 과도한 관료주의의 완화”라고 지적했다. 마르차노는 “디지털 행정 코드(Digital Administration Code)는 20년 전에 만들어졌으며, 지나치게 많은 수정을 거치면서 이제는 괴물 같은 문서가 됐다”라며 “명확하고 간결한 지침이 필요하다. 입찰 절차도 마찬가지다. 너무 복잡해서 결정이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며, 결국 기술을 선정한 시점과 실제 도입 사이의 간극이 커지면서 기술이 시대에 뒤처질 위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IT는 조직 내부의 ‘비즈니스 파트너’ 역할을 해야
변화를 원활하게 이끌고, 혼란을 최소화하며, 내부 소통을 강화하는 것도 CIO의 중요한 역할이다. 프로필글라스의 파니니는 “디지털 전환은 고속도로에 새로운 차선을 놓는 작업과 같다”라며 “공사 중에는 불편함이 따르기 때문에, 어디에서 무슨 작업이 진행 중이며 언제 끝나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알리는 안내 표지판이 필요하다. 프로젝트에 대한 사내 커뮤니케이션과 문제 대응 체계는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변화 관리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구성원이 새로운 운영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심리적 저항을 줄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 CIO가 최고경영진의 일원으로서 전략 수립에 참여하고, 비즈니스의 니즈와 우선순위를 정확히 이해할 때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오메르의 피타르레시는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는 기업에서 여러 차례 일한 경험이 있다”라며 “비즈니스를 깊이 이해하고, 직원들이 디지털 도구에 필요한 요건을 스스로 구성하도록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IT는 비즈니스 파트너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부 IT 대신 컨설팅 기업을 통해 기술만 구매하면 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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