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를 차별화할 무기로 고객 경험(CX)에 주목하는 동향이 이어지고 있다. ‘고개 경험’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무려 200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본격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 팬데믹 시기와 맞물린다. 전 세계적으로 비즈니스 곳곳의 접점이 디지털을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포레스터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기 전 세계 고객 경험을 담당하는 임원 수가 이 시기에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거의 모든 업종에서 나타났지만 온도차는 있었다. 제품보다는 서비스에 중점을 둔 업종에서, 복잡한 상품을 다루는 산업에서, 고객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영역에서 고객 경험에 더욱 주목했다. 시가 총액 기준 다국적 선도 생명보험사인 AIA생명 또한 일찌감치 고객 경험과 이 뒷받침할 데이터 전략에 착수했다. AIA생명의 CCM(Contents Communication & Management) 프로젝트를 이끈 김영보 뉴테크플랫폼 팀장을 만났다.
콘텐츠 생성, 콘텐츠 여정을 고도화
AIA생명이 제작하고 관리하는 콘텐츠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보험 업종의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 고객을 위한 수많은 정보성 콘텐츠가 다양한 채널과 접점, 주기별로 존재한다. 고객과의 소통 내용 또한 그 자체로 역동하는 콘텐츠다. 각각의 개별 콘텐츠와 운용 과정은 전체 고객 경험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이를 감안해 AIA생명은 그룹 차원의 TDA(Technology Digital Analytics) 과제의 일환으로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와 CCM(Contents Communication Management)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전사의 모든 전자 문서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함께 각 전자 문서의 여정(Journey), 즉 문서 생성부터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이력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였다. 크게는 기술을 활용해 고객 경험을 최적화하는 한편, 현업 직원의 업무를 지원하려는 목적에서였다.
김영보 팀장은 “핵심 니즈는 다른 보험 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CCM 프로젝트는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진행한 사례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라고 전했다.
AIA생명이 콘텐츠 관리에 주목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전에는 개별 시스템에 콘텐츠가 분산되어 있었다. 각 콘텐츠의 생성, 업데이트, 고객 전달을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웠다. 콘텐츠 생성과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비용은 지속적으로 투입되는데 관리하기 어렵고 고객 경험을 향상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셈이다.
당시 AIA생명 코어 플랫폼 시스템에 속했던 김영보 팀장은 CCM 시스템 구축 과제를 수행하면서 국내외 다수의 콘텐츠 관리 플랫폼을 검토했다. 전사의 방대한 전자 문서를 다루는 플랫폼이기에 대용량 데이터 처리 성능을 감안해야 했고 개인 정보와 밀접하게 연관되기에 보안성 또한 중요한 고려 대상이었다. 기본 기능에 더해 여러 현업 부서의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화 가능성 및 확장성도 빼놓을 수 없었다. 구축 비용 및 운영 비용도 당연히 포함됐다.
김영보 팀장은 “최종 후보에 오른 글로벌 솔루션 2종 중에서 오픈텍스트의 미디어 매니지먼트(Media Management) 디지털 자산 관리 솔루션과 익스스트림(Exstream) 익스피리언스 솔루션을 선택했다. AIA생명이 구현하고자 했던 기능이 모두 제공됐고 최종 투입 비용 측면에서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솔루션 도입 프로젝트에서 흔한 문제를 피할 수 없었다. 솔루션의 기능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현업의 요구사항이 점점 늘어난 것이다.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는 파일 즉시 전송 기능, 국내 주요 소셜 플랫폼과의 연계 기능, 유튜브의 곧바로 업로드하는 기능, 진행 단계별 승인 및 알림 기능, 통계 산출 및 보고서 생성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개중에는 오픈텍스트 솔루션의 기본 기능을 일부 수정해 구현하기 어려운 기능도 있었다. AIA생명 고유의 컴플라이언스 코드를 삽입하는 데 따른 이슈도 발생했다.
김영보 팀장은 “당시 전체 프로젝트를 조율한 마스터 벤더가 따로 있었다. 그러나 오픈텍스트의 솔루션 2종이 전체 프로젝트의 근간을 이루다보니 해당 벤더에서 전적으로 이끄는데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 오픈텍스트의 전문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전체 아키텍처 및 기능 커스터마이징에 큰 도움을 줬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남았다. 최초 도입 시 목표 중 하나는 현업이 직접 사전 설정된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특정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가령 AIA생명의 IT가 안내장 양식에 대한 인터페이스만 제공하면 현업 부문이 필요시 직접 생성하는 식이다. 하지만 전체 문서가 C 디자이너로 변환되지 못하면서 여전히 IT에서 모든 양식의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김영보 팀장은 “향후 전체 양식을 C 디자이너로 현업에서 개발하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오픈텍스트 미디어 매니지먼트가 개별 콘텐츠를 넘어 웹 페이지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개선이 이뤄지면 활용성이 더욱 높아질 것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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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관리 개선, 비용 절감 목표도 달성
이미 구동한 지 2년을 넘어선 CCM 프로젝트는 초기의 주요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는 평가다. IT 프로젝트의 미덕인 기간과 비용을 준수했음은 물론이며, 투자 목표도 달성했다. 일단 콘텐츠 외주 생성이 급감하면서 비용 절감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프로젝트의 주요 목적이었던 콘텐츠 통합 관리가 가능해졌으며, 이에 따라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카카오톡이나 LMS 등을 통한 콘텐츠 전송 이력이 모두 DB화되어 있기에 현업이 개인화된 대응을 즉각적으로 할 수 있다. 필요한 문서를 적시 적소에서 쉽게 조회할 수 있기도 하다. 외부 업체의 개입이 최소화됐기에 기존에는 알기 어려웠던 로직 등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상태다.
김영보 팀장은 “CCM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중시했던 다른 요소는 확장성이다. 다양한 콘텐츠와 콘텐츠 이력을 중앙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되면, 다른 가능성이 출현한다. 이미 데이터 기반이 마련되기에 AI를 접목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AI를 위한 밑거름을 완성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IT 혁신과 미들웨어 관리를 담당하는 뉴테크 플랫폼 팀을 이끄는 김영보 팀장은 CCM 플랫폼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모든 콘텐츠와 모든 접점 데이터를 중앙화했기에 한층 고도화된 개인화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또 웹 팩스 등과 같이 일부 파편화되어 있는 접점도 CCM 플랫폼에 접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파편화된 데이터는 스토리지를 차지하는 비트일 뿐이지만, 중앙화되고 체계화된 데이터는 그 자체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김영보 팀장은 “향후 다른 시스템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 다른 시스템의 개발을 가속화하고 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CCM 프로젝트가 비용 절감만으로도 가치를 인정 받았지만, 향후 더 큰 가치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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