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버 제조업체 다우닝인포메이션인더스트리(Sugon, 이하 수곤)와 칩 설계 기업 하이곤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Hygon, 이하 하이곤)가 전략적 합병을 발표했다. 분석가들은 미국의 수출 통제 강화 속에서 중국이 칩에서 서버로 이어지는 생태계 자립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거래는 중국 고성능컴퓨팅(HPC) 생태계의 핵심 기업 두 곳을 통합하는 것으로, 중국 기술 업계 합병에서는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수곤은 서버 제조, 클라우드 인프라, HPC 시스템에 주력해 왔으며, 하이곤은 2014년 합작사로 설립돼 중앙처리장치(CPU)와 인공지능(AI) 및 딥러닝에 특화된 딥 컴퓨팅 장치(DCU)를 설계해 왔다. 합병 이전에도 수곤은 하이곤의 최대 주주였으며, 하이곤 상장 이후에도 지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 합병은 미국 정부가 고급 컴퓨팅 기술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AI 칩 접근권을 우방국에 집중하고 중국의 차세대 기술 개발을 저지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추진됐다.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
수곤과 하이곤의 합병은 중국이 자립적인 컴퓨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의 기술 제재 강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간주되고 있다.
포레스터(Forrester) 부사장이자 수석 애널리스트인 찰리 다이는 “이번 합병은 하이곤의 칩 설계 전문성과 수곤의 서버 및 슈퍼컴퓨팅 역량을 전략적으로 통합해 칩에서 시스템까지 수직 통합 시너지를 실현할 가능성을 제시한다”라고 분석했다.
그레이하운드리서치(Greyhound Research)에 따르면 중국 내 AI 중심 기업의 58%는 2023년 중반 이후 미국 기술을 스택에서 제거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레이하운드리서치의 CEO 산치트 비어 고기아는 “글로벌 기술 공급망에서 이번 합병은 새로운 분기점을 의미한다. 미국 설계 부품을 중국에서 조립하던 국가와 기업은 이제 복수 기준 준수와 상호운용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한편 신흥 시장은 중국의 수직 통합형 제품을 AI 인프라 구축의 저비용 대안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병은 글로벌 기술 리더들이 직면한 환경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기업들은 중국의 내향적 전략 전환이 국제 기술 표준과 공급망 재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평가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고기아는 “글로벌 CIO에게 이번 움직임은 중국의 엔드 투 엔트(E2E) AI 인프라가 성숙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공공 서비스, 국방, 금융 등 규제가 많은 산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내부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는 반면, 국경을 넘나드는 혁신의 활로는 좁아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테크인사이트(TechInsights)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마니시 라왓은 중국 기관 구매자들이 미국산 기술보다 자국 컴퓨팅 인프라를 점점 더 우선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라왓은 “또한 중국이 서구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된 자체 표준과 공급망을 개발함에 따라 새로운 글로벌 기술 생태계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번 합병은 단순한 경제적 통합을 넘어 지정학적 안전장치 역할도 한다. 중국이 향후 제재의 영향을 줄이려는 전략이자,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중국 시장 접근을 유지하는 데 따르는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더 넓게 보면 이런 움직임은 다른 국가들도 자국 중심 기술 자립을 추진하도록 유도해, 글로벌 기술 생태계의 파편화 경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AI 역량 향상
수곤과 하이곤의 합병 법인은 수직 통합된 규모의 확대와 시장 자본 확대로 경쟁력을 높여, 중국의 AI 목표 실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 벤더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향후 H3C, 레노버 등 중국 내 대기업과의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의 공동설립자이자 파트너인 닐 샤는 “이번 합병은 중국 공공 부문, 국영 기업, 개발자 커뮤니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하이곤 기반 AI 서버에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촉진해 더 탄탄한 개발자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략적으로는 중국이 자립형 기술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함에 따라 인텔, AMD, 엔비디아 등 기존 기술 벤더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킬 가능성도 있다. 라왓은 “합병은 중국의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 성장에 기여해 거버넌스, 국방, 에너지, 통신 등 주요 산업에서 보안성과 성능이 최적화된 중국산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할 것”이라며 “외산 기술 의존도를 줄이고 리스크를 낮추는 역할도 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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